한달에 3000만원 벌던 사업가, 30대에 쫄딱 망한 뒤..

성공→파산→재기, 인생 롤러코스터
아이디어만으론 성공 할 수 없다
사업가 이전 전문가이어야

비상교육, 동아출판, 능률교육…. 국내 상위 교육출판 업체들이 찾는 스타트업이 있다. 전자책 제작 '소프트웨어'를 전문으로 만드는 회사 '펍플'이 주인공이다.


펍플이 만드는 소프트웨어는 SDPS 1.0(Smart Digital Publishing Solution 1.0).

PDF파일을 EPUB 방식으로 자동변환해 어떤 스마트 기기에서든 전자책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출처: 본인 제공
박종한 펍플 대표

'EPUB'(electronic publication)는 국제디지털출판포럼이 이 제정한 전자책 기술표준이다. 텍스트나 그림, 링크 뿐 아니라 동영상과 음악을 바로 재생할 수 있다. 문제풀이 방법을 설명하는 동영상이나 가상현실, 자료 화면이 필요한 디지털 교과서를 만들때 주로 사용한다. 국내에서는 2012년 EPUB3.0을 검인정 디지털교과서의 기술 표준으로 채택했다.


PDF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전자책을 만들 수 있지만, 디지털 교과서 시장에 들어가려면 EPUB3.0을 사용해야 하는 셈이다. 2018년부터 초등학교 3~4학년과 중학교 1학년 사회·과학·영어 교과서가 VR과 증강현실(AR) 기술이 들어간 실감형 디지털 교과서로 바뀐다. EPUB의 입지가 그만큼 넓어지는 셈이다.


"대부분의 출판사들은 종이책의 원본 콘텐츠를 PDF파일로 가지고 있어요, 이 파일을 EPUB로 변환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수작업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죠." 텍스트와 그림 옮기기, 글자 폰트, 색 지정 등의 작업을 '퍼블리셔'라 불리는 전문가들이 담당한다. 퍼블리셔들이 보통 1페이지 분량의 PDF파일을 EPUB 전자책에 넣는데는 한 시간쯤 걸린다.


펍플은 이런 작업을 대신해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SDPS 1.0은 300페이지 분량의 PDF파일을 한 시간만에 EPUB 전자책으로 바꿔준다. 프로그램 가격은 억대를 넘어간다. 교재를 만드는 교육 콘텐츠 기업이 주 고객이다. "비상교육, 동아출판, 능률교육이 이 프로그램을 샀습니다." 2017년 4월 창업한 펍플은 이 프로그램으로 4개월 만에 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PDF가 들어올 수 없는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다. "펍플이 이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유일한 회사라거나 가장 큰 회사는 아닙니다. 3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해외로 판로를 넓힐 계획입니다." 

출처: 펍플 제공
비상 디지털교과서(Epub3.0)-과학

20대에 월 3000만원 벌던 사업가, 실패후 고생도


첫 발을 잘 내디딘 사업가 같지만, 굴곡도 있었다. 20대에 성공해 큰돈을 벌었다가 30대에는 파산하고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의 재도전 성공 패키지를 통해 40대에 다시 일어섰다. 재도전 성공 패키지는 재기를 꿈꾸는 사업가를 선발해 사업비를 지원하고 창업교육, 마케팅을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98년부터 이런저런 사업을 했습니다. 20대 중반엔 서울에 집 4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가 했던 사업은 PC방 매니지먼트, 컴퓨터를 대량으로 구매해 개인이 PC방을 차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었다.


"스타크래프트가 인기를 끌면서 국내에 PC방이 막 들어설 때였습니다. 전성기였죠. 한 달 평균 4~7곳의 PC방을 오픈시켰습니다." 컴퓨터 한 대 팔면 20만~30만원이 남았다. PC방 한 곳이 문을 열려면 적어도 컴퓨터 20대 이상은 있어야 했다. 월 2000만~3000만원, 연 3억원 이상 수익이 났다.


-왜 그만뒀습니까


"2002년쯤 이런 매니지먼트사들이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남는 게 없더군요. 컴퓨터 한대를 팔아봐야 5만원이 채 안 남았어요. 관리비가 더 많이 들어서 오히려 손해였습니다. 다른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죠." 

아이디어 좋다고 무조건 성공? NO!


-어떤 사업인가요


"모바일 중고차 정보 제공 사업이었습니다. 중고차 산업단지에 가면 그날그날 새로 들어온 중고차 정보를 프린트해서 커다란 게시판에 붙여놓습니다. 이걸 사진으로 찍고 정리해서 휴대전화에 올려주는 사업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자동차 딜러들에게 유용한 정보여서 충분히 승산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잘 됐습니까


"쓴맛을 봤습니다. 당시에는 스마트폰이라는 게 없었어요. 최신 휴대기기가 PDA였는데 이걸 쓰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PDA를 함부로 써 통신비만 월 100만원 이상 나오는 사람도 있을 때였습니다. 사용자도 적었습니다. 이 사업을 무리하게 끌고 가다가 실패했습니다. 시장 상황을 파악하지 못 했던 거죠."


PC방 매니지먼트 사업으로 벌었던 돈을 이때 모두 날렸다. "분유 살 돈도 없었습니다. 아직도 아내에게 미안한 게 그때 임신했는데 임신복 한 벌을 못 사줬습니다." 파산신청을 한 뒤 프리랜서로 프로그램 개발 업체에서 10여년간 일했다.  

출처: 펍플 제공
청첩장 자동 편집기(좌), KT올레 전자책 뷰어

2008년, 문구용품 전문 업체 바른손과 자동으로 청첩장을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청첩장에 들어갈 문구, 사진, 약도 디자인을 넣으면 컴퓨터가 정해놓은 시스템에 따라 청첩장 시안을 만들어주는 시스템이었다. "이전까지는 디자이너들이 손으로 다 했어요. 보통 일주일 넘게 걸렸던 작업이 2~3일로 단축됐습니다. 지금은 너무 흔한 기술이지만 당시엔 획기적이었습니다. 그 기술 일부를 지금 펍플에서 제작한 소프트웨어에 적용했습니다."


그는 교육용 전자책 시장을 주목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만 5조원 규모인 교육용 출판 시장에서 디지털 분야는 1.5% 수준입니다. 하지만 연평균 20% 이상 성장하고 있어요. 내년에는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해 해외에도 진출할 계획입니다."


사업 시작 전에 전문가 돼라


-실패와 성공을 경험하며 깨달은 것이 있습니까


"명확한 사업 계획을 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뉴스나 통계만 믿으면 안 돼요. 사업하려는 분야가 있으면 그 시장에 들어가서 사람을 만나봐야 합니다. 거래기업의 사업 예산까지도 알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사업가 이전에 전문가이어야 합니다. '시장 상황이 안 좋아서 실패했다'는 변명은 내가 전문가가 아니어서 시장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말이나 같습니다. 제가 실패했던 것도 이런 부분까지 챙기지 못해서였습니다. 어떤 사업을 하든 100%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준비를 철저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글 jobsN 이병희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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