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가을, 현대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구입해 약 7개월 정도 운행하고 있다. 경기 과천에서 서울 신논현으로 출퇴근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누적 주행거리는 1만2,000㎞를 살짝 넘었다. ‘내돈내산’ 쏘나타 하이브리드, 과연 독자들에게 추천할 수 있을까?
글 강준기 기자
사진 로드테스트

“그 돈이면 K5나 그랜저 사지 왜 쏘나타 샀어?” 신차 출고 후, 친구들에게 지겹도록 들은 말이다. 내가 산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인스퍼레이션 트림에 모든 옵션을 더해 4,000만 원이 살짝 넘었다. 그랜저 2.5 괜찮은 트림을 살 수 있고, 쏘나타보다 잘생긴 K5를 고를 수도 있었다. 그런데 내가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구입한 건 나름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우선 차의 주요 사용 목적은 출퇴근이다. 뒷좌석에 사람 태울 일이 일 년에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또한, 30대인 나에게 그랜저는 필요 이상 넓었다. 성공한 사람처럼 보이거나, 타인의 시선이 중요하지 않기에 쏘나타도 충분하다고 느꼈다. 특히 그랜저는 2세대 플랫폼을 쓰고 쏘나타는 현대차가 새롭게 개발한 3세대 플랫폼의 첫 번째 수혜자다. 무게중심이 낮고 충돌안전성이 더 뛰어날 거라고 판단했다.



그랜저는 일찍이 목록에서 빼고 K5 하이브리드와 최종 고민했다. 지금도 K5의 외모는 쏘나타보다 멋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내 디자인이 불만이었다. 다소 올드한 대시보드 장식과 지나친 블랙 유광 패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반면 쏘나타의 실내 디자인은 간결하고 눈이 편하며 직관성도 뛰어났다. 어차피 차의 외모는 시동 걸기 전, 10초 정도 보는 게 전부인데 실내는 운전하며 1시간 이상 함께한다. 나는 얼굴보다 내실에 점수를 더 줬다.


1만2,000㎞를 타며 만족스러운 부분도 많지만, 불만족한 부분도 있다. 먼저 잡소리다. 신차 출고 후 2,000㎞를 넘어가는 시점부터 동반석 도어트림 부근에서 ‘지르르르’ 떠는 잡소리가 꽃피웠다. 다행인 건 동네 블루핸즈에서 빠르게 고칠 수 있었다는 점. 도어트림을 뜯고 안쪽에 엄지 손톱만한 고무 소재를 4개 정도 교환했다. 애초에 조립을 정교하게 했다면 이런 문제가 없었을 텐데, 다소 아쉬웠다.
두 번째는 스티어링 휠 소음이다. 얼마 전부터 운전대를 돌릴 때 ‘쉬이이익’ 하는 소음이 들린다. 동호회에 검색해보니 동일 증상을 호소하는 오너가 꽤 있었다. 대부분 웜샤프트를 개선품으로 교환해 해결하는 사례가 많다.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의 고질적인 문제로 보이지만, 그래도 주행거리 1만2,000㎞에서 맞닥뜨릴 문제는 아닌 듯하다.

또한, ‘하이브리드’라고 극강의 정숙성을 기대해선 곤란하다. 조용한 건 어디까지나 전기 모터로만 달릴 때 얘기다. 특히 2,300~2,500rpm 부근에서 불쾌한 엔진 진동과 부밍음이 실내로 들어온다. 그랜저만큼 방음 설계에 많은 돈을 쓰지 못한 한계가 명백하다. 그런데 비슷한 가격의 투싼 1.6T 하이브리드는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쏘나타의 2.0L 가솔린 엔진은 태생적으로 조금 시끄럽다.

반대로 고속에선 쏘나타가 투싼보다 정숙하다. 특히 인스퍼레이션 트림은 1열에 이중접합 차음유리를 쓴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소음뿐 아니라 풍절음 역시 쏘나타가 잘 막는다. 파노라마 선루프 옵션을 넣었지만 고속에서 바람소리가 거슬리지 않는다. 다른 부분이 조용하다보니, 엔진 소음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들릴 수도 있다.

몇 가지 문제를 빼면, 꽤 만족하며 타고 있다.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직렬 4기통 2.0L 가솔린 엔진에 전기 모터 1개, 리튬-이온 배터리를 맞물렸다. 시스템 최고출력 195마력을 뿜는다. 1,505㎏의 몸무게를 이끌기 충분한 힘이다. 특히 가속할 때 38㎾ 전기 모터가 ‘지원사격’ 하기 때문에 저회전 토크가 풍성한 디젤차처럼 시원스럽게 가속한다.
또한, 배터리 양이 충분할 땐 시속 130㎞에서도 EV 모드가 개입한다. EV 모드를 충분히 쓰다가 배터리가 떨어지면, 엔진이 다시 개입해 바퀴에 동력을 보내고 배터리도 충전한다. 엔진이 동시에 2가지 일을 한다. 덕분에 고속에서 1L 당 25㎞ 안팎의 연비를 쉽게 얻을 수 있다. 토요타의 직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처럼 복잡하지 않고 심플한 방식으로 최고의 효율을 뽑아냈다.

과거 LF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탔을 때 한 가지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다. EV 모드로 달리다가 엔진이 개입할 때 이질감을 제법 느꼈다. 바통을 주고받는 게 자연스럽지 못 했다. 반면 DN8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무척 매끈하다. 전기 모터와 엔진의 회전수가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이를 완벽하게 보정한다. 특히 능동 변속제어 기술(ASC)이 모터로 변속기를 초당 50회씩 정밀하게 제어한다. 기존보다 변속이 30% 빠르고 내구성도 함께 챙겼다.

핵심은 연비. 나는 과천에서 출발해 지옥의 양재IC를 거쳐 경부고속도로를 지나 신논현역 부근으로 출근한다. 약 1시간 동안 ‘엉금엉금’ 달릴 수밖에 없는 코스다. 과거 아반떼 AD 스포츠를 탔을 때 평균연비는 10㎞/L 내외였고, 랭글러 JL을 탔을 땐 6.5㎞/L가 평균 기록이었다. 이번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누적 평균연비가 18.9㎞/L다. 확실히 하이브리드 모델은 가다서다 반복하는 정체 구간에서 빛을 발한다. EV 모드로 달리는 시간이 넉넉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EV 모드 사용량이 늘어나면 배터리가 빠르게 줄어든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 없다. 배터리가 부족하면 엔진이 발전기를 돌려 빠르게 채워준다. 또한, 회생제동을 통해 거둬들이는 에너지양도 많다. 따라서 어지간한 주행 상황에선 배터리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

기름을 가득 채웠을 때 주유비는 6만5,000원 정도 들어가는데, 약 1,000㎞ 가량 탄다. 얌전하게 출퇴근만 하면 대략 보름 정도 추가 주유 없이 달린다. 매달 30만~40만 원 지출했던 주유비, 하이브리드카로 바꾸고 절반 이상 줄였다. 여자친구랑 데이트 자금에 여유가 생겼다.
가끔씩 외근 나갈 때 기분 좋은 상황도 여럿 있다. 공영주차장에 주차했을 때, 2종 저공해차 혜택으로 주차비 50%를 감면받는다. 큰돈은 아니지만 3,000~5,000원 아껴 커피 한 잔 사먹을 수 있다. 또한, 명동이나 종로로 외근 갈 때 지나가는 남산 1‧3터널 통행료 2,000원도 100% 면제 받는다. 이처럼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자잘한 혜택이 쏠쏠하다.
장점
1) 출퇴근할 때 확실히 체감하는 연비
2) 꽤 시원스러운 가속 성능
3) 간결하고 차분한 실내 디자인
단점
1) 자잘한 잡소리 문제(단, 수리는 빠르다.)
2) 엔진룸 방음
3) 이전 LF 쏘나타보다 머리 공간이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