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명분 사면론 안먹히는 친문..무엇이 이들을 분노하게 했나

한재준 기자 2021. 1. 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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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 통합' 취지로 꺼내든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카드에 민주당 지지층, 특히 강성 친문 진영이 극심한 반발을 이어가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친문 진영에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하자는 것은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현 정권의 정체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사면론과 관련해 "전두환, 노태우를 사면하고 11년 뒤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을 잃었다"며 "친일과 독재의 세력들이 잠시 힘을 잃었다고 쉽게 용서하면 힘을 길러 다시 민주주의를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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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민심 역행·개혁 후퇴로 인식.."전두환 사면도 후회" 학습효과도
'이낙연에 반감' 관측도..황교익 "李, 당이 쓸 대선 카드 챙겨먹는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 간담회를 마친 후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들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건의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2021.1.3/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 통합' 취지로 꺼내든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카드에 민주당 지지층, 특히 강성 친문 진영이 극심한 반발을 이어가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친문 진영에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하자는 것은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현 정권의 정체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촛불 민심'이 허락하지 않은 사면을 거론하는 것은 오히려 진보 진영의 분열만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과거 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면했지만 그가 반성 없는 언행으로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는 '학습효과'와 함께,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한 분노도 남아 있다.

친문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에 대해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와 반성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 문제를 거론해서 진정성이 훼손됐고 본인도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수처가 곧 출범되면 세월호 진실이나 부정은닉 재산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는데 사면 복권 주장은 이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며 "의원들도 좀 (의견이) 나뉘어 있어 민주당의 갈등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선거라는 것은 지지층을 일단 결집하는 게 중요한데 집토끼가 달아나게 생겼다"고 우려했다.

안 의원은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사과와 반성하지 않은 두 전직 대통령을 석방하면 그야말로 정치적 탄압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잘못도 없는데 구속시켰고 잘못이 없으니 석방되는 것이 되는 셈"이라고 밝혔다.

안 의원은 "과거 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면복권시킨 결과 5·18의 진실은커녕 화해와 용서의 걸림돌로 작용했다"며 "단죄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친일 독재를 용서란 이름으로 너무 쉽게 풀어주고 땅을 치며 후회하지 않았나. 지은 죄를 인정하지 않는데,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복권은 촛불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두 전직 대통령의 가장 큰 피해자인 국민에게 단 한마디의 반성도 없이 사면 운운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반대했다.

당원 게시판 등에서도 친문층은 "반성도 없는 이를 사면하려고 날마다 광화문에 나가 촛불을 든 게 아니다", "사면 언급은 정부와 당의 개혁 의지를 꺾는 것이다"라는 반발이 상당하다.

문재인 정부 탄생의 정당성뿐 아니라 과거 이명박 정권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전까지 공세를 퍼부었다는 점도 친문 진영이 사면론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사면론과 관련해 "전두환, 노태우를 사면하고 11년 뒤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을 잃었다"며 "친일과 독재의 세력들이 잠시 힘을 잃었다고 쉽게 용서하면 힘을 길러 다시 민주주의를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청년미래연석회의 출범식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1.1.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일각에서는 친문 주류와는 거리가 있는 이 대표를 향한 친문 진영의 반감이 이번 사면론을 계기로 다시 불거진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사면 자체는 언젠가 나올 얘기였지만 이를 이 대표가 불쑥 꺼낸 것이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친문 성향의 황교익 칼럼니스트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면 카드가 대선용으로 쓰일 수 있다는 생각은 했다. 박빙일 때에 무당파를 끌고오는 전략으로 써먹을 수 있다"며 "그렇기에 각 당의 대통령 후보가 정해지고 난 다음에나 사면 카드를 써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위해 써야 하는 카드를 이낙연이 챙겨먹는다"며 "정치가 참 무섭다"고 말했다.

한편 지도부의 사면론 진화에도 반발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친문 의원들도 사면론으로 인한 분열을 경계하며 이 대표를 향한 칼날을 잠시 거두는 모습이다. 사면론을 두고 당내에서도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자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 승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환기하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표가 전직 대통령 사면 논의를 공론화하자 '5대 불가론'을 내세웠던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이날 "개혁의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장기전이다. 지치지 말아야 한다"며 재보궐 선거와 전당대회, 대선후보 경선, 2022년 대선 일정 등을 열거한 뒤 "재보궐 선거를 어떻게 하면 승리할 것인가 우선 이 고민부터 하자"고 강조했다.

그는 "분열하면 패배하고 단결하면 승리한다"며 "대의를 위해 하나가 되어 싸워야 한다. 우리끼리의 감정은 잠시 내려놓고 하나가 되어 싸울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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