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배우였는데..韓 활동 중단하고 日서 국민스타된 한국 배우

(Feel터뷰!) 영화 '킬러스'의 심은경 배우를 만나다 -①
영화 <더 킬러스>는 이명세 감독이 추진한 프로젝트다. 심은경과 킬러란 두 재료로 네 감독이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는 앤솔로지 형식을 띈다. 모든 작품에 주연이 아닌 숨겨진 얼굴, 감초, 키맨 등 역할이 달라진다. 제목부터 살벌한 ‘살인자’를 주제로 김종관, 노덕, 장항준, 이명세 감독이 자신만의 감각으로 풀어낸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단편 소설 《살인자들(The killers)》과 에드워드 호퍼의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을 모티브로 한다.

극장 개봉 후 VOD 및 OTT를 통해 윤유경 감독의 <언 땅에 사과나무 심기>, 조성환 감독의 <인져리 타임>까지 총 6편이 공개 예정에 있다.

여섯 감독의 뮤즈가 된 배우 심은경을 10월 21일 삼청동의 카페에서 만났다. 한국에서 진행하는 영화 개봉과 홍보 활동에 기대와 설렘이 교차하는 듯 보였다. 그도 그럴진대 영화 <궁합>(2018) 이후 6년 만에 관객과 스크린을 통해 만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활동이 뜸해 여러 오해가 쌓였던 상황도 한몫했다.

“사실이 아니니 굳이 하나하나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언젠가 말할 기회가 올 거라 믿었다”며 인터뷰 자리에 의미를 부여했다.심은경은 2003년 드라마 [대장금]에서 생각시 역할로 데뷔해 올해 20년 차 배우로 성장했다. 10대의 <써니>(2011), 20대의 <수상한 그녀>(2014)의 성공으로 성인 배우로 무리 없이 스며들었다. 최정상의 자리에서 돌연 일본 진출로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전례가 없는 파격 행보였다. 이제 막 서른, 아직 하고 싶은 게 많은 심은경은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심은경, 여섯 감독의 뮤즈가 되다

평소 이명세 감독의 팬이었다던 심은경은 성덕이 된 소녀처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2019년 회사 대표님과 지인의 인연으로 차를 마셨던 인연에서 출발했다. 처음에는 <무성영화>만 제안받았고 킬러스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고만 들었다. 이후 유기적인 중심축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말에 합류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오랜 염원이 성사된 소감에 대해 “중학생 때 이동진 평론가의 ‘이렇게 황홀한 자각몽이라니’라는 평을 읽고 <M>(2007)을 보았다. 당시 이해의 폭이 크지 않아 어려웠지만 선명한 이미지가 크게 남았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는 한국 제1의 컬트영화라고 생각했었고, 그런 분과 작업이 믿기지 않았다. 혹시라도 다른 배우에게 뺏길까 봐 단숨에 하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심은경은 김종관 감독의 <변신>에서는 뱀파이어, 노덕 감독의 <업자들>에서는 납치된 교직원, 장항준 감독의 <모두가 그를 기다린다>에는 선데이 서울 표지 모델로 등장한다. <무성영화>에서는 무미건조한 흑백톤에서 밝게 빛나는 선샤인을 맡아 활약했다. 모든 에피소드에 주, 조, 단역으로 출연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모두가 그를 기다린다>에서는 퇴폐미 가득한 뱀파이어를 선보였다. “일단 김종관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원래 남성 캐릭터였는데 시나리오도 수정되고 빌드업된 캐릭터가 ‘주은’이다. 여러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함께 만들어 나갔다.

제가 <샤이닝>(1980)에서 잭 니콜슨이 바텐더를 만나는 환각 장면을 오마주 하고 싶다고 했다. 평소 음악을 들으면서 감정을 잡아가는 편인데 주은이 바이올린 소나타 1악장을 듣고 있을 것만 같아, 테마 같다고 의견을 냈다. 감독님도 음악이 좋다며 가편집 때 넣었다가 영화에도 잠깐 나온다. 우진 선배가 꿈꾸는 건지, 현실인 건지, 환상인 건지 헷갈리도록 말이다. 중심에 축인 제가 경계에 서서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주고 싶었다. 우아하게 피맛을 즐기는 뱀파이어, 멋진 역할을 선사해 주셨다”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선샤인, 이해하지 말고 느끼려고 했다

특히 <무성영화>는 범법자, 도시 난민, 추방자들이 모여 사는 지하세계 디아스포라시티를 배경으로 삼는다. 네 영화 중 내러티브 중심의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난해하게 느껴진다. “꿈을 꾸는 느낌이었다. 고전 《구운몽》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본 현장이었다”고 무성영화를 향한 견해도 밝혔다.

“고창석 선배님이 촬영 직전 갑자기 투입되었다. 최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내용도 모르겠고 알고 싶지도 않다’라고 경쾌한 어조로 투덜거리셨는데 그 말이 저에게 자극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무성영화>를 이해하고 연기했냐는 질문에 “이미지의 향연이라 저도 어려웠고 지금도 완벽하게 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래도 감히 개인적인 해석을 덧붙이자면. 영화는 활동사진에서 출발한 움직임이었고 초 단위의 움직임에서 영감받은 이미지의 구현이다. 이명세 감독님이 찰리 채플린, 버스터 키튼, 자크 타티 등 고전영화를 참고하라고 일러주었다”며 촬영 때는 얼굴만 돌리는 장면이 편집되어 나온 순간이 놀라웠다고 곱씹었다.

“특히 <무성영화>는 꿈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등장인물 각자의 꿈이 있고, 꿈이 이들의 목표가 될 수 있으며, 자면서 꾸는 꿈과 이룰 수 없는 무엇 등 여러 해석이길 바랐다. 꿈이라는 건 붙잡을 수 없는 허망한 무엇이기도 하다. 헤밍 웨이의 소설도 허무주의와 맞닿아 있고, 현재도 통용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결국 붙잡을 수 없는 꿈을 향한 이야기다. 촬영하면서도 뭘 알려고 하기보다 이해하지 말고 느끼려고 했다. 쇼팽 권위자인 피아니스트 알프레도 코르토가 마스터 클래스에서 이런 말을 했다. ‘연주하려고 하지 말고 꿈을 꾸어라’고. 그 대목과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했다. 감독님이 어느 순간 다가와 이해되는 부분과 흘려보내도 된다는 디렉팅이 있었다. 머리를 백지화해서 체화하는 방식으로 연기했다"라고 말했다.

글: 장혜령
사진: (주) 스튜디오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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