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 없는 호의는 없다, 고수익 알바의 함정 [서아람의 변호사 외전]
달콤한 미끼로 순진한 사람 유혹
보이스피싱·마약 운반 등에 활용
몰랐다고 하더라도 처벌 못 피해
“하반신 마비 여자아이 간호해 주실 분 구합니다. 실근무지는 가평입니다. 출퇴근 픽업해 드립니다. 일당 60만원. 나이가 어리고 겁이 많은 친구라 동성 우대합니다. 대화 나눠 주시다가 놀다가 청소 및 식사 준비 정도 해주시면 됩니다.” 당근마켓에 올라온 구인광고에, 진위를 의심하는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간병인인데 말동무만 해주면 된다고?”, “찝찝하고 무섭다”, “가평이라 도망도 못 간다”, “지원하지 마, 목숨 아껴라”. 아니나다를까, 해당 게시물을 올린 20대 남성은 납치와 감금 혐의로 입건되었습니다. 구인광고를 보고 지원한 30대 여성을 차에 태워 한 펜션에 데려가 이틀간 가두었던 것입니다. 너무나도 당연히, 범인에게 하반신 마비 여동생은 없었습니다.

어둠의 인력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또 다른 큰손은 바로 마약 조직입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알바O, 알바천O, 네O버 블로그, 카O오톡 같은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를 악용한다면, 마약 조직은 익명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아지트로 삼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마약 청정국이라고 불렸던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교하면 아직도 마약을 구하기가 힘든 편에 속하는데, 그러다 보니 ‘지게꾼’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지게꾼’은 외국 현지에서 약물을 받아 국내로 들여오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처음부터 마약이라는 것을 알고 관광객이나 유학생인 척 밀반입하는 경우도 있고, 마약이 아니라 초콜릿이나 다이어트 약인 줄 알고 들여오다가 그 실체를 뒤늦게 알고 기절초풍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발적 지게꾼이든 우발적 지게꾼이든 일단 물건을 옮기고 나면, 다음은 ‘드라퍼’의 몫입니다. ‘드라퍼’는 문자 그대로 ‘드롭’, 떨어뜨리는 역할로, 마약 판매자와 매수자가 서로 협의한 지점에 마약 꾸러미를 몰래 놓고 오는 일을 합니다. 이들은 엄밀히 말하면 마약상이 아니라 마약상의 배달 기사이고, 판매 수익이 아닌 건당 수수료를 받지만, 그렇다고 해서 처벌이 가벼운 건 아닙니다. 징역 10년이 나온 사례도 있으니까요.
맞습니다. 아르바이트도 마음 놓고 못 하는 세상입니다. ‘정체 모를 물건이나 돈을 배달하는 일’만 피하면 되는 게 아니냐고들 하지만, 눈 뜨고 있으면 코도 베어가고 눈도 뽑아가는 온라인 세계는 언제 어디서 지뢰가 터질지 모릅니다. 온라인 피팅 모델 일이라면서 불러 노출 사진을 찍은 후 협박하기도 하고, 하객 대행 알바라고 하면서 불러 조건만남을 시키기도 합니다. 경복궁 담장에 스프레이로 사이트 주소를 쓰면 300만 원을 준다고 10대 청소년들을 꼬여, 불법 음란물 공유 사이트를 홍보하는 데 이용한 사례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속아서 발을 들였던 사람도, 일반 직장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엄청난 고수익과 워라밸(?)에 혹해 알면서도 점점 깊이 빠져듭니다. 한 건만 더, 100만원만 더. 그러다가 어느새 수갑을 차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음지 문화에 있어서는 늘 한국보다 10년 앞선다는 일본에서는 이미 이를 가리키는 신조어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야미바이토(어둠의 아르바이)’입니다. 가난한 사람이 불법적인 아르바이트에 가담하는 행위를 일컫는 말입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SNS를 통해 구인 구직이 이루어지는데, 평균적인 건당 보수가 무려 100만엔, 우리나라 돈으로 900만원 이상이라고 합니다. 대학생들은 여섯 명 중 한 명꼴로 야미바이토 제안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는 통계가 있을 만큼 야미바이토는 극성을 부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살인이나 집단 강도 같은 강력 범죄에 버젓이 가담한 사례도 있다고 하니, 이쯤 되면 그냥 인터넷을 없애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일본 언론에서는 야미바이토 현상이 ‘돈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젊은 층의 안이한 사고방식’ 때문이라고 분석했다는데, 과연 그럴까요? 현대의 20대, 30대가 과거의 20대, 30대에 비하여 특별히 도덕성이나 정직성이 떨어진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사람은 원래 나약하고 어리석은 존재입니다. 우리는 모니터 뒤에 살아 숨 쉬는 사람이 있다는 걸 쉽게 잊어버립니다. 익명의 바다에 영영 숨을 수 있을 것처럼 착각합니다. 한때의 호기로 치부하기에는 그 대가가 너무도 엄중하고 가혹합니다. 그러니 끊임없이 경계하고 의심해야 합니다. 도덕성 때문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제는 “말하기 전에 생각했나요?”가 아니라, 이렇게 물어야 합니다. “클릭하기 전에 생각했나요?”
서아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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