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한가운데에 변기가;;" 엉망진창 사전점검에 계약해지 속출한 양산 임대아파트
[땅집고] “건설사가 입주일 3개월 미뤄달래놓고, 사전점검 가보니 방 한가운데 변기가 떡하니 있더라구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민간임대아파트의 충격적인 사전점검 현장 사진이 퍼졌다. 한 입주자가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방 한 가운데에 웬 화장실 좌변기가 나뒹굴고 있고, 또 다른 좌변기에는 누가 배설했는지 모를 소변이 그대로 담겨 있다.
집안 뿐 아니라 공용공간도 엉망이다. 지하주차장에는 천장에 물이 줄줄 새 물받이통을 걸어두고 있었다. 이 밖에도 벽면 파손, 엘리베이터 미작동, 비상 계단 난간 미설치 등 문제가 줄줄이 발견됐다.
입주자 A씨는“12월 30일 입주 예정인 아파트”라며 “이미 입주가 3개월 지연됐고, 일방적으로 (당초 안내받은 시기보다) 일주일이나 연기하고 시작된 사점점검인데 꼬라지가 이게 뭔가”라고 토로했다. 이 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대체 뭘 점검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요즘 분양하는 아파트도 개판으로 짓는데 임대아파트니 말 다했다, 안 무너지면 다행일 듯”이라는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땅집고 취재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경남 양산시 주진동 ‘양산 천년가더힐’인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 광역시에 본사를 둔 시공능력평가 105위 건설사인 새천년종합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지하 3층~지상 20층, 9개동, 총 625가구 규모 민간임대아파트다. 전세처럼 일정 보증금을 납부하고 일단 8년 거주한 뒤, 계약기간이 끝나면 계약자들에게 아파트를 분양받는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공급한다.
계약자들은 ‘양산 천년가더힐’ 시공 불량이 예견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원래 단지가 2021년 착공해 2023년 9월 준공 예정이었는데, 시공사가 입주예정자들에게 입주 시기를 3개월여 미룬 지난해 12월로 통보하면서 이미 갈등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새천년종합건설 측은 아파트 시공 기간 동안 코로나 19가 터지면서 인력난에 시달린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발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값 폭등으로 공정률이 낮을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미 한 차례 연기해서 진행한 지난해 12월 사전점검 때도 시공 상태가 엉망이었다고 계약자들은 밝혔다. 사전점검이 무의미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나오자 결국 새천년종합건설은 사전점검일을 올해 1월 20~21일로 재차 미뤄졌고, 입주일 역시 2월로 연기됐다. 첫 입주계획과 비교하면 입주일이 5개월여 늦춰진 셈이다.
계약자들은 두 차례에 걸친 사전점검 및 입주일 변동으로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고 있다고 토로한다. 기존에 보유하던 집을 팔고 이삿짐 센터 예약도 다 해뒀는데, 갑자기 입주일이 올해 2월로 밀린 탓에 엄동설한에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됐다는 것. 계약자 사이에선 새천년종합건설이 입주 지연에 대한 피해보상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다수며, 일부 계약자들은 아예 민간임대아파트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새천년종합건설은 ‘양산 천년가더힐’이 일반분양아파트가 아닌 민간임대아파트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입주 지연에 대한 지체보상금을 지급할 수 없으며, 계약 해지도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계약 해지의 경우 올해 5월 26일까지 회사의 귀책 사유로 아파트 사용승인을 못 받는 경우에만 가능하며, 손해배상의 경우 회사가 도의적으로 제시한 배상금 외에는 별다른 규정이 없다는 설명이다.
새천년종합건설 관계자는 공식 입주자 커뮤니티에 “손해배상금의 경우 2023년 12월 30일부터 2024년 1월 31일 기간에 한해, 이사 일정 변경이 불가능한 세대에 대해서 제공한다”며 “이삿집 센터비 1회(이삿짐을 기존 집에서 보관창고로 옮기는 비용), 창고 보관료, 숙박비용(월세·여관비 등), 이삿짐 센터 계약 소수 수료, 관련 교통비 등에 대해 영수증을 제출하면 검토 후 조치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게시했다. 이 밖에 새천년종합건설은 입주 후 일정 기간 동안 ‘양산 천년가더힐’ 아파트 공동 관리비를 부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새천년종합건설의 보상안 제시에 계약자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입주 예정자들은 “결국 보상이 없고, 계약해지도 안되고, 입주한 뒤 검토만 하고 보상 안해줘도 그뿐이고, 입주 일정이 언제 또 바뀔지 모르고…헛웃음만 난다”, “모름지기 이사라고 하면 평생에 몇 번 있지 않은 일이라 우리는 심사숙고 하고 이리저리 날짜 계산에서 최소 1년 전에 계획하는 것이 상식인데, 어떻게 몇 달 전에 입주지정일을 바꾸고 하루만에 사전점검 날짜를 변경하느냐”, “‘천년’이라는 이름을 내건 건설사가 맞느냐, 하루 앞도 못내다보면서 이름부터 바꿔라”는 등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한편 시공 불량 및 입주 지연 영향으로 ‘양산 천년가더힐’ 입주 자격을 포기하는 계약자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온라인 부동산 사이트에 계약한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금액으로 새 세입자를 구하는 일명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수두룩하게 등록돼있다. 예를 들어 국민평형인 전용 84㎡(34평)의 경우 마이너스피 2000만원이 붙은 주택이 2억4000만원에 등록돼있고, 전용 73㎡(30평)의 경우 초기 계약보증금 대비 2600만원 낮은 1억9600만원짜리 매물이 나와있는 등이다.
글=이지은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