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생들이 ‘거물’ 잡았다... 교전 끝 발견한 시신, 신와르로 확인
신와르, 막대기로 드론에 저항하다 포격 사망
다음날인 17일, 현장 수색 중 신와르 신원 확인
이스라엘, 신속 검사 위해 손가락 잘라내
팔레스타인 가자(Gaza) 지구의 무장테러집단인 하마스 지도자 야히아 신와르의 제거는 애초 그를 전혀 겨냥하지도 않았던 이스라엘군 분대장 훈련생들과 신와르의 조우와 교전에서 비롯됐다고, 뉴욕타임스와 예루살렘 포스트 등이 18일 이스라엘 국방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신와르는 작년 10월 7일 하마스가 저지른, 이스라엘을 기습 침범해 1200여 명을 죽이고 251명을 납치한 이스라엘 역사상 최악의 테러를 설계한 인물이다.
이스라엘과 미국 정보 당국은 신와르가 지하 깊숙이 파 놓은 하마스의 터널에 은신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그를 추적하는 데에 지난 1년 간 막대한 자원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신와르를 발견한 것은 이스라엘군의 분대장 훈련생들이었다. 지난 16일 가자 지구 최남단인 라파 근처의 텔 술탄에서 지역 정찰에 나선 이들 훈련생은 3명의 하마스 대원들과 마주쳤다. 애초 의도된 수색 작전은 아니었다.
◇신와르, 드론에 막대기 휘두르며 끝까지 저항
이스라엘군의 보병 분대장 양성 기구인 828 비슬라크 여단 소속 병력은 16일 오전 10시쯤 3명이 집 사이를 수상스럽게 이동하는 것을 발견했다. 2명이 앞서서 주변을 확인하고 나머지 1명이 따라 움직였다.
이들은 곧 드론의 지원을 받아 교전을 벌였다. 교전 과정에서 부상을 당한 하마스 대원 3명 중에서 2명은 한 건물로 피신했고, 다른 한 명은 또 다른 건물로 피신했다. 홀로 피신한 하마스 대원이 나중에 신와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지원 요청을 받은 비슬라크 여단의 전차들이 출동해 두 건물에 포격을 가했다. 신와르는 건물 2층에서 수류탄을 던졌고 이 중 한 개가 터지자 이스라엘군 보병 소대는 접근을 멈췄다. 신와르는 2층 내부로 들어간 이스라엘군의 드론에 나무 막대기를 휘두르며 저항했다. 얼굴은 스카프에 가려지고, 팔에는 상처가 난 모습이었다. 곧이어 또다시 전차의 포탄이 발사돼 구석 소파에 다친 몸을 웅크리고 있던 그를 죽였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이 이 시신들 중에 신와르가 있다는 걸 안 시점은 교전 다음날인 17일 아침이었다. 먼지가 걷히고 건물 잔해를 수색하던 이스라엘군은 시신 중 한 구의 얼굴이 눈 근처의 독특한 점들과 삐뚤빼뚤한 치아를 포함해 신와르와 놀랍게 닮은 것을 확인했다. 머리와 다리를 포함해 시신 곳곳에는 심각한 상처가 나 있었다. 입을 벌린 그의 시신은 몸의 오른쪽이 건물 잔해에 끼어 있었다. 신와르는 혼자서 다른 건물로 피신했다. 나머지 2명은 그의 경호원이었다.
이 건물 주변은 신와르가 발견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던 곳이었다. 이스라엘과 미국 정보 당국은 신와르가 지하 깊숙한 곳에서 이스라엘 인질들을 주위에 ‘인간 방패’로 세우고 숨어 있다고 평가했었다.
이스라엘군은 시신들 주변에 폭발물이 여전히 널려 있고 나중에 신와르로 확인된 시신 주위에도 부비 트랩이 설치돼 있는 것을 확인해 조심스럽게 접근했다고, 이스라엘 국방부는 밝혔다.
이스라엘군의 고위 관리 2명은 사살된 하마스 대원 주변에서 돈과 무기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그 지역에서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은 발견되지 않았다.
◇신속한 검사 위해, 손가락 잘라내 신원 확인
이와 관련,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신와르 확인은 DNA와 여러 검사를 통해 진행됐고, 시신이 발견된 현장 주변에 부비브랩이 설치돼 있어서 이스라엘군은 신속한 검사를 위해 신와르의 손가락을 잘라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신와르의 시신을 나중에 잔해 속에서 꺼내 이스라엘로 옮겼다.
그의 시신에선 AK-47 소총과 라이터, 사탕 ‘멘토스’와 유엔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 직원 소유의 신분증과 여권, 약 4만 셰켈(약 1470만 원)의 이스라엘 돈이 발견됐다.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Kan)은 “이 여권의 주인은 UNRWA 교사로 이미 지난 4월에 라파를 통해 가자를 빠져나가 현재 이집트에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신와르가 2011년까지 이스라엘 교도소에 수감돼 있었던 탓에, 그의 지문과 치과 진료 기록 등 각종 신체 정보를 갖고 있었다. 17일 저녁 7시45분, 이스라엘방위군(IDF)와 첩보기관인 신베트[샤바크], 이스라엘 카츠 외교장관 등이 신와르의 사망을 공식 확인 발표했다.
◇”북쪽의 더 안전한 은신처로 이동 중”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IDF)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신와르가 북쪽의 더 안전한 은신처로 이동하려고 지하 은신처에서 나와 (지상의) 가옥들로 이동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군 병력이 당시 신와르가 그곳에 있는지 모른 채, 하마스 테러범들이 다른 곳으로 도주하지 못하도록 라파의 텔 술탄을 점령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지난 8월 29일 억류 중이던 이스라엘인 인질 6명을 일제히 처형했었다. 이와 관련, 17일 이스라엘 TV의 ‘채널 12′는 신와르가 그때까지 인질 6명과 함께 은신했으며, 그가 직접 인질 6명의 처형을 지시하고 이 지역을 떠났다고 전했다. 처형된 인질들의 시신은 이틀 뒤에 이스라엘군에 발견됐다. 하가리 IDF 대변인은 이날 “인질들이 처형된 곳에서 수백 m 떨어진 터널 속에서 당시 신와르의 DNA가 검출됐었다”고 말했다.
작년 하마스의 기습 테러로 모두 251명이 납치됐고, 이스라엘군은 이 중에서 이미 사망이 확인된 34명을 포함해 97명이 아직 억류돼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정부와의 인질ㆍ포로 교환 딜에 따라, 지금까지 인질 105명을 풀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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