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 넘어 5060까지…BTS가 만든 ‘세대 통합 팬덤 비즈니스’ [BTS 이코노미]
조용필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H.O.T.를 열렬히 연호하던 소녀팬은 이제 BTS 콘서트장에서 딸과 함께 '아미밤(응원봉)'을 흔들며 그들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 기존 아이돌 팬덤은 '10대 소녀팬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이제 K팝은 전 세대를 통합하는 매개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특히 BTS가 전하는 위로와 연대의 메시지는 10대부터 60대까지 전 세대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처음에는 딸이 좋아해서 저도 따라서 노래를 몇 번 들었는데, 지금은 제가 더 좋아하게 됐어요." BTS의 노래 '피 땀 눈물'을 듣고 아미(A.R.M.Y)가 됐다고 밝힌 이민숙(58세·직장인)씨는 상기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그녀는 "BTS는 기존에 봐왔던 아이돌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라며 "노래를 통해 위로를 전하는 방식이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내놓는 연대의 메시지 등이 훨씬 나이가 많은 제가 보더라도 존경할 부분이 참 많다고 생각했다"라고 강조했다.
이민숙씨의 딸 서 모 씨(28세·직장인)는 "최근에 퇴근하고 엄마랑 피시방에서 만나 광화문 공연 티켓팅을 했다"며 "엄마가 아미가 된 이후 관련해 대화를 나누거나 BTS 영화를 보러 가는 등 함께하는 시간이 부쩍 많아졌다"고 밝혔다.
BTS의 팬덤 아미를 설명하는 대표 키워드 중 하나는 단연 '다양한 연령대'이다. 기존 아이돌 팬덤 문화란 10대 소녀팬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BTS의 경우 10대부터 60대까지 전 세대의 사랑을 두루 받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아미가 BTS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아이돌을 향한 열정적인 팬 활동을 일컫는, 이른바 '덕질'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엑스(X)를 중심으로 이뤄지나 아미의 팬덤 활동은 맘카페부터 직장인 커뮤니티까지 다양한 '소통의 장'을 매개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지표로도 확인 가능하다. 지난 2024년 연예 전문 매체 스타뉴스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만 19세~69세 남녀 105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조사 결과, BTS는 '최고의 국민가수·그룹'을 묻는 설문(2개 복수 응답)에서 43%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한국갤럽은 "K팝 역사상 전무후무한 업적은 설문 결과에도 반영됐다"며 "BTS는 '국민 그룹'이란 타이틀에 걸맞게 성별, 연령별, 지역별, 직업별로 고른 지지를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연령별로 살펴보면 BTS는 19~29세(44%), 30대(39%), 40대(53%)에게 높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히 한국에만 국한된 일은 아니다. 진달용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 교수는 지난 2019년 한국언론학회 문화젠더연구회 주최로 진행된 'BTS 너머의 케이팝: 미디어기술, 창의산업 그리고 팬덤문화' 세미나에서 BTS의 캐나다 팬 21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진 교수는 이 조사에 대해 "팬층의 연령대가 40대 이상으로 확대되고 있고 백인의 비율도 높았다"라며 "73세 아미를 만나 인터뷰하는 독특한 경험도 했다"고 밝혔다.

이렇듯 BTS가 전 세대의 사랑을 받는 그룹으로 발돋움한 데에는 이들이 세상에 내놓은 메시지가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긍정, 연대,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BTS의 노래는 10대부터 60대까지 전 세대의 마음을 관통하며 큰 울림을 안기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섭 성신여대 문화산업예술대학원 교수가 지난 2024년 발표한 'BTS의 노래에 투영된 세계관 : 데뷔 이후 10년간 전체 앨범 수록곡 가사 전수 분석'을 보면 BTS가 노래로 구현한 세계관의 핵심은 꿈, 행복, 사랑, 사회 병폐 타파, 위로와 감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BTS는 인기 그룹이라는 표피적 평가를 넘어 대중과 사회를 격려, 위로, 응원하고 각종 문제와 병폐의 개선을 촉구하는 '선한 영향력'이 있는 공감의 메신저로서 기능했다"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BTS는 지난 2018년 한국 가수 최초로 UN 총회 연설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BTS의 리더 RM은 "실수하고 단점이 있지만 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며 "우리 스스로 어떻게 삶을 바꿀 수 있을까. 우리 스스로 사랑하는 것이다. 여러분 목소리를 내달라. 여러분의 이야기를 얘기해달라"고 말해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안긴 바 있다.
이 외에도 BTS는 기부와 봉사 활동 등을 이어가며 말을 넘어 행동으로도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BTS의 행보에 아미도 자발적으로 기부에 나서는 등 나눔의 가치를 전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서울에서 열린 BTS 콘서트 예매에 실패한 팬들이 티켓 금액을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기부하고 이를 SNS에 인증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다희(24세·대학생)씨는 "대학 입시를 할 때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참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둘! 셋!', 'Epiphany'를 들으면서 다시 한번 힘을 내곤 했다"며 "노래 자체도 좋지만, 확실히 7명의 멤버가 전하는 메시지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1세대 팬덤 문화 이끈 '엑스틴' 세대의 귀환
이와 함께 10대 때 X세대로 불린 1970년대생을 일컫는 '엑스틴(X-Teen Generation) 세대'의 귀환도 BTS의 팬덤 연령층 확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10대 시절 조용필의 '오빠 부대'로 팬덤 문화를 창시하고 이후 H.O.T.와 젝스키스 등 1세대 아이돌 등장과 함께 팬덤 문화를 전국 단위로 퍼뜨린 세대다.
한국 팬덤 문화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이들은 현재 결혼과 출산 이후 자연스레 자녀와 함께 작금의 아이돌 문화를 즐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분석한 '2012-2022 모바일 음악콘텐츠 이용 시간의 변화'를 살펴보면 지난 2022년 50∼59세의 월평균 모바일 기기 음원 서비스 이용 시간은 19억8000만분으로 전 연령대를 통틀어 19∼29세(55억9000만분)와 30∼39세(43억5000만분)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이는 통상 아이돌 그룹의 주 수요층으로 여겨지는 13∼18세 10억5000만분의 약 2배에 달하는 수치다.
BTS와 이들의 팬 아미가 함께 만들어 나가는 이야기는 이제 단순한 팬덤 활동을 넘어 전 세대를 하나로 묶는 매개체로까지 나아가는 모습이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BTS의 경우 초기 반응이 좋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SNS를 통해 자신들의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고 팬들과 소통하며 유명해진 최초의 사례"라며 "그렇기에 초기 팬들의 몰입 정도가 여타 팬들과 비교해 완전히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고통과 고민에 대해 파고들며 정확히 현시대의 시대정신을 꿰뚫는 작품들을 만들어내 노래를 통해 동시대성과 세계성을 확보했다"며 "특히 IMF 이후 사회적 안전망이 훼손돼 각자도생으로 내몰린 시대에서 '팬들을 지켜주는 BTS와 BTS를 지켜주는 팬'이라는 구도를 형성해 전 세대가 가슴에 새길 수 있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들이 지금까지 꾸준히 보여준 메시지로서의 선명성이 지금의 성공을 이끌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