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 인체조직, 미용 목적 사용 안 된다"…국회서 윤리·안전성 논란 확산

감성균 기자 2026. 4. 2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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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석 의원- 건강소비자연대, ‘제15차 K-바이오헬스 포럼’ 개최
사진 :건강소비자연대 제공

최근 사체에서 추출한 인체조직을 활용한 스킨부스터 등 미용 시술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회에서 기증 인체조직의 사용 원칙을 재정립하고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영석 국회의원과 사단법인 건강소비자연대(이하 건소연)는 20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제15차 K-바이오헬스 포럼'을 개최하고, 기증 인체조직의 미용 목적 사용에 대한 윤리성과 안전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이번 포럼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의원이 주최하고 건소연이 주관했으며, 한국소비자연합과 대한인터넷신문이 후원했다. 포럼에서는 기증 인체조직이 미용 시술에 활용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와 함께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한 안전성 검증 필요성, 기증자 및 환자에 대한 충분한 고지 의무 등 제도 개선 과제가 제기됐다.

특히 임상 검증 없이 시장에 진입해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역차별 구조,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는 현행 시술 실태, 사체 유래 제품 사용으로 인한 K-뷰티 산업 전반의 이미지 훼손 우려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서영석 의원은 "재생의학과 바이오헬스 산업 발전으로 인체조직 활용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치료를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활용되는 만큼 이에 걸맞은 법적·윤리적 기준과 관리체계 마련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인체조직의 유통과 가공, 사용 전반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은 국민 신뢰 확보의 핵심 과제"라며 "공공성·윤리성·안전성을 균형 있게 반영한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진 의원도 "인체조직이 실제 제품으로 이어지는 과정에는 윤리성과 활용 기준, 기증자의 의사 존중 등 민감한 쟁점이 맞물려 있다"며 "사회적 공감대와 제도적 기준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혜련 의원 역시 "K-바이오와 K-뷰티 산업 성장 속에서도 공공성과 윤리성을 갖춘 제도 운영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며 "이번 토론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충실히 검토해 시대 변화에 부합하는 법안 마련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제에서는 권동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바이오헬스센터장)가 '기증 인체조직 활용의 현실과 과제'를, 이동한 건소연 부총재가 '기증 인체조직 활용에 대한 국민 인식'을 주제로 발표했다.

권동주 변호사는 현행 일부 인체조직 활용 제품이 인체조직법에 반할 뿐 아니라 국제법 위반 소지도 있다고 지적하며 ▲미용 목적 사용 금지 명문화 ▲인체조직의 의약품·의료기기 허가체계 편입 ▲유통 제품 전수 점검 및 행정조치 ▲기증자와 피시술자에 대한 충분한 설명 의무 법제화를 촉구했다.

권 변호사는 "현재 인체조직의 미용 목적 사용 문제는 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라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 인체기증의 숭고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국회의 신속한 입법과 규제 당국의 즉각적인 행정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동한 건소연 부총재는 국민 인식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응답자의 약 70%가 사체 유래 스킨부스터 시술에 거부감을 보였다"며 "대다수 소비자가 원료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채 시술을 받고 있어 소비자 인식과 현실 사이에 큰 괴리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정은주 건소연 부총재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지정토론에서는 유병욱 순천향대 중앙의료원 국제의료단장, 김희선 보건복지부 혈액장기정책과장, 임상우 식품의약품안전처 첨단바이오의약품TF팀장, 김영선 건소연 부총재, 이유리 HTU 글로벌홀딩스 대표 등이 참석해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유병욱 교수는 "치료 목적의 포괄적 동의를 기반으로 기증된 조직이 미용 제품 제조에 활용되는 경우, 기증자와 유족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제품은 20명 규모의 임상으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했는데, 학문적 기준에서 충분한 근거로 보기 어렵다"며 임상 검증 부족과 유통 과정의 불투명성, 기록 체계 미흡을 지적했다.

이유리 대표는 "인체조직 이용은 의료윤리의 핵심인 '충분한 설명에 의한 동의' 원칙과 직결된다"며 "미국은 최소조작과 동종사용 기준을 벗어나면 의약품 수준의 허가 절차를 요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엄격한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선 부총재는 "기증된 시신으로 미용제품을 만들거나 미용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K-뷰티의 오점이 된다"며 "정상적인 미용제품은 수년간의 연구개발과 막대한 비용을 거쳐 검증되지만 인체조직 주사제품은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위험성이 상존한다"고 비판했다.

정부 측도 문제의식에 공감했다.

임상우 식약처 첨단바이오의약품TF팀장은 "식약처도 미용 목적에 인체조직을 사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며 "현재 미용 목적 광고 금지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관련 입법이 진행될 경우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김희선 복지부 혈액장기정책과장 역시 "인체조직법의 본래 취지는 환자 치료에 있었고, 미용 목적이라 하더라도 암 수술 후 유방 재건 정도에 한정됐다"며 "현재 상황은 법 취지와 다소 벗어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미 국회 보좌진들과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며, 필요 시 인체조직 시술 가능 기관을 종합병원으로 제한하거나 시술 행위자와 목적을 통제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장 김철민 교수는 "시신과 인체조직 기증은 생명을 살리고 난치성 질환 치료·연구·교육에 기여하기 위한 숭고한 행위"라며 "이 같은 자원이 미용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은 기증 문화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은주 부총재는 "오늘 토론은 기증 인체조직의 윤리적 이용과 함께 합리적 규제를 통한 제도권 내 검증 체계 마련 필요성에 집중됐다"며 "정부와 국회가 이를 반영한 제도 개선과 법적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