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히 김혜성 챙기기 = 샴페인 퍼붓기’ 그리고 오타니가 10분 만에 사라졌다

오타니 쇼헤이 SNS

다저스 홍보팀의 사전 통보

어제(한국시간 2일) 경기 6회였다. 다저스 구장 관계자 식당에서 짤막한 미팅을 연다. 구단 홍보팀이 기자들에게 뭔가를 설명하는 자리다.

“만약 오늘 끝나면(다저스가 이기면) 샴페인 파티가 열린다. 각자 알아서 준비하라.” 그런 내용이다. 우비 갖추라는 얘기다. 또 카메라나 마이크 같은 장비 젖지 않도록 잘 챙기라는 조언도 곁들인다.

그러면서 참석하는 미디어에 보라색 테이프를 나눠준다. 관계자 식별용이다.

반응은 시큰둥하다. “어디 장사 한두 번 하나.” 그럼 표정들이다. 하긴. 작년에는 월드시리즈까지 했던 팀이다. 익숙하다 못해 넘쳤다. 10월 내내 샴페인과 맥주 냄새가 가실 날이 없었다. “올해 또 시작되는구나.” 하는 느낌 정도다.

그런 상황이다. 와중에 홍보팀이 묘한 멘트를 남긴다.

“오늘은 경기 후 오타니 쇼헤이의 인터뷰는 없다.”

이것도 그러려니 한다. 워낙 1차전에서 펄펄 날았다. 2차전에서는 상대적으로 그냥 그랬다. 기껏 적시타 1개 정도다.

대신 다른 일본인 선수가 뉴스거리다. 선발 야마모토 요시노부(6.2이닝 2실점)가 눈부셨다. 9회를 맡은 사사키 로키(1이닝 2K)도 깔끔했다.

화끈한 타자들도 여럿이다. 무키 베츠(4안타)가 발군이다. 하위 타선의 키케 에르난데스, 미겔 로하스, 벤 로트베트도 2안타씩 치며 힘을 보탰다. 한 마디씩 듣기도 바쁠 지경이다.

LA 다저스 공식 SNS

샴페인 파티 전문가들

아니나 다를까. 못 말리는 다저스다. 6회 이후 승부가 급격하게 기운다. 8-4로 더블 스코어가 됐다. 와일드카드 매치가 2연승으로 마무리된다.

그리고 광란의 샴페인 파티가 시작된다.
이젠 다들 전문가 수준이다. 안구 보호용 고글은 기본이다. 희한한 가면도 등장한다. 당당하게 맨 얼굴로 맞서는 용자도 등장한다. 흥분한 상체 탈의족도 여럿이다.

거품을 만드는 기량도 이미 장난 아니다. 힘찬 분사형이 대세다. 눈발처럼 흩날리는 미학 추구형도 솜씨를 뽐낸다. 얼굴을 향해 쏘기도 하고, 머리에 붓기도 한다. 공중을 향해 폭죽처럼 터트린다.

아무래도 문화 탓이리라. 파티의 주역은 아무래도 그쪽 출신들이다. 미국이나 라틴계의 흥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 아시아계는 특히 더 그렇다. 왠지 소극적이다. 수세적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니다. 오타니는 다르다. 이미 작년에 흠뻑 경험했다. 술과 안 친하다는 이미지는 반전이다. 더 화끈하게 논다.

아마 주인공 역할이라서 더 그런지 모른다. 워낙 많은 카메라가 자신을 향한다. 그 앞에서는 뭐라도 해야 할 것 같다. 그런 의무감이 절로 들 상황이 된다.

이날도 마찬가지다. 점프도 뛰고, 기쁨의 포효도 발사한다. 여기저기 바쁘게 다닌다. 스틸 사진기 앞에서는 고글도 올려준다. ‘저 여기 있어요.’ 그런 친절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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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4인방 포즈

작년에는 주로 당하는 처지였다. 모두의 표적이 됐다. 달려와서 그의 머리 위에 붓고, 얼굴에 쏘고, 온몸을 향해 뿌려 댄다. 그런 모습이 유난히 많이 노출된다.

올해는 다르다. 자신도 공격형으로 변신했다. 후배 (야마모토) 요시노부에게 축포를 발사한다. 에드먼, 파헤스, 베츠, 프리면 같은 동료들에게도 닥치는 대로 쏟아붓는다.

심지어 감독(데이브 로버츠)도 예외는 아니다. 더 강한 폭포수로 흥건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렇게 바쁘고, 정신없다. 와중에도 챙김을 잊지 않는다. 멀리 태평양을 건너온 예의 바른 루키다. 이날 경기에서 유일하게 벤치만 지켰다. 어쩌면 안타까운 마음에, 조금 더 신경이 쓰인다.

혹시 뻘쭘할까. 혹시 멋쩍을까. 혹시 어색할까. 가까이 다가선다. 그리고 가르친다. 승리의 기쁨을 온몸으로 느끼고, 함께 나누는 법을 말이다.

단짝 요시노부가 빠질 수 없다. 물론 로키(사사키)도 합류한다. 자연스럽게 4인방 포즈가 만들어진다. 라틴계 못지않다. 팀 내 유력한 그룹임을 과시한다.

(물론 긍정적 의미다. 외적인 조건에 따라 나누고, 구분하는 것과는 분명히 다르다. 자연스러운 이끌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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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퇴근의 이유

시끄럽고, 화끈한 현장이다. 파티가 절정을 향해 달아오를 무렵이다.

어딘가 허전하다. 초점 잃은 카메라가 뭔가를 찾아 헤맨다. 마이크를 쥔 리포터의 눈길이 흔들린다. 자신들의 중요한 표적을 잃어버린 탓이다.

맞다. 정확히 파티 시작 10분 만이다. 최고의 뉴스 메이커가 돌연 자취를 감췄다. 오타니 쇼헤이가 홀연히 사라진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광란의 아우성은 여전하다. 축제는 이후로도 20분이나 더 계속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2차는 따로 있다. 모두가 몰려 나간다. 이번에는 그라운드에서 가족들과 합류한다. 다시 한번 기쁨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된다.

피날레는 역시 인증샷이다. 마운드에 선수단 전체가 모인다. 환한 표정으로 추억의 한 컷을 남긴다. 그런데 여기서도, 그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강력한 MVP 후보가 사라진 것이다.

그때였다. 홍보팀의 한 마디가 생각난다. “오늘 경기 후에 오타니의 미디어 대응은 없을 것”이라는 사전 통보 말이다.
그렇다. 그는 이미 열외로 빠졌다.

샴페인 파티 10분이 끝이다. 그걸로 충분히 즐겼다. 이후는 다음을 위한 시간이다.

그에게는 NLDS 1차전이 맡겨졌다. ML 데뷔 후 첫 포스트시즌 선발이다. 동시에 이도류의 PS 데뷔전도 이뤄지게 된 셈이다(한국시간 5일 오전 1시).

그걸 위해 조기 퇴근을 선택했다. 함께 누릴 승리의 기쁨도 잠시 미뤄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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