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으로 넘어진 美 무인 달 착륙선 동체에 선명한 컬럼비아 스포츠웨어 로고
기업들 “우주(Space)보다 홍보에 최적인 ‘빈 공간(space)’ 없다”
23일 오전8시23분(미 동부시간 22일 오후6시23분) 달의 남극 부근에 착륙한 미국의 민간 무인(無人) 탐사선 ‘오디세우스’는 “옆으로 넘어져 누운 것으로 보인다”고, 이 탐사선 제조사인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우주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IM)가 최종 발표했다. IM 측은 처음에는 오디세우스가 “똑바로 서서 착륙해 데이터를 전송하고 있다”고 발표했었다.
오디세우스는 IM 측이 제조한 노바(Nova)-C급(class) 무인(無人) 달 착륙선으로, 높이 4.3m에 지름이 1.6m 크기다. IM의 CEO인 스티브 알티머스는 “계획보다 빠른 속력으로 착륙하면서, 랜딩 기어가 표면에 걸려 착륙선이 넘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디세우스는 미국으로서도 1972년 12월 아폴로 17호 이후 51년 만에 달에 착륙하는 우주선이다. IM 사는 오디세우스 착륙선이 초당 1m까지 하강 속도를 줄여야 하는데, 초당 3m로 하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 결과 착륙한 뒤에도 하강 중 진행하던 수평 이동을 계속 하려다 보니 랜딩 기어가 표면에 걸려 넘어졌거나, 빠른 착륙 속도에 랜딩 기어가 파손됐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미 항공우주국(나사ㆍNASA)가 IM 측에 달까지 운송을 의뢰한 6건의 과학ㆍ실험 장비들은 넘어진 오디세우스 동체의 윗부분에 탑재돼 계획된 임무를 어느 정도는 수행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옆으로 넘어진 오디세우스 착륙선의 황금빛 동체에는 미 스포츠웨어 컬럼비아사의 브랜드 로고가 선명하게 찍혀 있다. 오디세우스의 이번 미션이 ‘실패’ 또는 ‘반쪽의 성공’이라고 해도, 컬럼비아사로선 수지가 맞는다. 오디세우스가 보도될 때마다, 동체의 컬럼비아 로고는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또 IM 사가 제작한 노바-C 무인 달 착륙선은 앞으로도 계속 나사의 달 탐사 과학ㆍ실험 장비를 탑재하고 달로 날아간다. 나사와 IM 측은 2019년에 1억1800만 달러짜리 민간 달 화물 운송 서비스(CLPS) 계약을 맺었다. 따라서 앞으로도 IM사가 보내는 달 착륙선 동체에는 컬럼비아 로고가 계속 노출된다.
그러나 컬럼비아사 로고는 광고 효과만을 노린 것은 아니다. 오디세우스는 태양빛이 직접 닿는 표면은 127 °C까지 치솟지만 그 반대쪽은 - 173 °C까지 내려가는 극한의 달 온도에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래서 컬럼비아 사가 개발한 단열 소재인 옴니-히트 인피티니(Omni-Heat Infinity)가 오디세우스의 동체와 연료 탱크를 감쌌다.
애초에 IM 측은 컬럼비아에 자금을 대면 오디세우스에 로고를 부착해주겠다고 제의했다. 그러나 컬럼비아 측은 자사의 스키 재킷 안감인 반짝거리는 황금빛의 ‘옴니-히트’가 달 환경에 적격이라고 판단하고 IM 측에 자사 단열 소재를 쓰도록 권유했다.
옴니-히트를 의류용 단열재로 개발한 컬럼비아사의 혁신담당 부사장 해스켈 베컴은 이 단열재가 애초 1964년 나사의 마셜 우주센터에서 아폴로 달 탐사 프로그램을 위해 발명된 것으로, 이후 이 회사의 겨울 아웃도어 재킷에 적용됐다가 다시 우주로 되돌아간 것이라고 밝혔다.
즉 탐사선의 임무와 작업 환경에 따라 디자인은 달리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겨울철에 입는 자사 의류의 단열 안감과 같은 소재라는 것이다. 지구에서는 체온을 반사해 보온 효과를 거둔다면, 오디세우스를 두른 단열재는 태양열을 반사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컬럼비아 측은 또 단열재에서 휘발성 물질이 발생해 탐사선의 광학 장비에 응결돼서도 안 돼, 옴니-히트는 각종 극한 조건의 테스트들을 모두 통과했다고 밝혔다.
사실 나사는 설립 당시부터, 우주에서 특정 기업이나 제품을 홍보하지 않도록 주의했다. 2019년부터는 고도 400㎞에서 지구를 도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을 우주 관광객들에게도 적극적으로 개방하며 저궤도를 상업화하는 정책으로 선회했지만, 지금까지도 ISS에서 광고를 제작한 브랜드는 장난감 제조사 마텔의 바비 인형, 에스티 로더 화장품, 스포츠웨어 아디다스 등 일부에 그쳤다.
그러나 나사가 민간 우주기업들과 협력해 우주 개발에 나서면서, 민간 우주선에까지 브랜드 로고가 붙는 ‘우주 마케팅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민간 우주기업으로선 막대한 자본을 들여 개발한 우주선이나 로켓이 계속 실패할 확률이 높아 늘 자금이 필요하다. 반면에 소비재 기업들이 홍보 효과를 거두기에는 ‘우주(Space)’보다 더 매력적인 ‘빈 공간(blank space)’도 없다. 그래서 기업들은 종종 수백 만 달러를 지불하고 민간 우주선에 로고를 부착한다.
예를 들어, 작년 4월 달 착륙 도중에 추락한 일본 민간 우주기업 아이스페이스(Ispace)사의 하쿠토-R 달 착륙선 동체에는 일본항공ㆍ스즈키ㆍ미쓰이스미토모 은행(SMBC) 등 일본 브랜드 로고들이 부착됐다. 하쿠토-R 보도가 나올 때마다, 이들 로고가 노출됐다.
러시아는 돈이 되는 기업 광고 유치에 보다 적극적이었다. 1999년 11월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발사된 러시아 프로톤(Proton) 로켓에는 거대한 피자헛 광고가 붙었다.
피자헛은 애초 달에 레이저빔을 쏴서 지구에서 피자헛 로고를 볼 수 있게 하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로부터 달에 쏜 피자헛 로고가 지구에서도 보이려면 레이저빔 투사 면적이 텍사스주 만해야 하며 모두 수억 달러가 든다는 얘기를 듣고 포기했다고 한다. 프로톤 로켓의 동체 광고에 당시 100만 달러 남짓한 돈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나사는 지금까지 달 탐사와 관련된 모든 우주선을 직접 제조했다. 세금을 쓰다 보니, 조금의 오차나 실패도 허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2026년 가을 우주인의 달 남극 착륙과 본격적인 탐사에 앞서, 달 남극 지역에 과학ㆍ측정 장비를 미리 보내는 무인 착륙선 개발에만 수억~10억 달러의 개발비가 예상됐고 제작 기간은 한없이 길어질 것이 우려됐다.
결국 나사는 2019년 달 과학 탐사 장비를 달로 보내는 것은 민간 우주기업들이 개발하는 무인 달 착륙선들을 쓰는 것으로 정책을 세웠다. 이후 애스트로보틱 테크놀로지ㆍ딥스페이스 시스템스ㆍ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ㆍ인튜이티브 머신 등 여러 미 민간 우주기업들과 모두 26억 달러 규모의 ‘민간 달 화물 서비스(CLPSㆍCommercial Lunar Payload Services)’ 계약을 맺었다.
NASA는 CLPS를 통해 미국의 민간 우주산업을 더욱 활성화하고, 민간의 창의성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나사의 과학 장비를 싣고 가다가 연료 누출로 지구 대기권으로 되돌아와 불타 없어진 애스트로보틱의 페러그린(Peregrine) 달 탐사선이나, 이번에 착륙엔 성공했으나 옆으로 넘어진 IM 사의 오디세우스가 모두 이 CLPS 계약에 따라 제조된 민간 달 탐사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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