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헤즈볼라 전면전 확률 40%" 중동 불길 더 번지나

"보급로 차단 후 병력 퇴각 위한 단기 침투전 예상"…AP통신 "군사완충지대 점령 가능성"

23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 티레에서 촬영한 해안가 전경./로이터=뉴스1

레바논 무장세력 헤즈볼라를 겨냥한 '삐삐 테러' 이후 중동 긴장이 더욱 고조되는 가운데, 한 군사 전문가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전면전을 개시할 확률이 40%라는 분석을 내놨다. 지난해 가자 지구 전쟁 이후 헤즈볼라와 지속적으로 교전했음에도 전면전 가능성은 없다고 전문가들이 평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확률이다. 이스라엘 군은 지상전 가능성에 대해 "필요한 조치는 모두 취하겠다"며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22일(현지시간) 데이비드 데 로셰 미국 국방대학교 교수는 중동매체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갈등이) 전면전으로 향할 확률은 40%쯤 된다고 본다"며 "(전면전 시) 특정 목표를 설정한 단기 침투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데 로셰 교수는 "(이스라엘이) 특정 군사시설을 타깃으로 공중, 해상침투는 물론 지상침투까지 실행할 수 있다"며 "(헤즈볼라의) 지하 군사지휘소나 미사일 연구소 등 중요 시설만 타격한 뒤 철수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병력과 직접 충돌하는 대신 보급을 차단하려 할 것"이라며 "그러면 헤즈볼라는 보급이 가능한 후방으로 철수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서 카우프만 노트르담 대학 교수도 더컨버세이션 기고문에서 이스라엘-헤즈볼라 갈등이 전면전을 향해 치닫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까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이란은 전면전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며 "공격 범위와 민간인을 겨누지 않는다는 선을 놓고 총격을 주고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최근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으로 새 국면을 맞을지 모른다"며 "미국과 이란까지 부딪힐 수 있다"고 했다.

카우프만 교수는 삐삐 테러를 가리켜 "헤즈볼라 조직원뿐 아니라 주변에 있던 많은 민간인들까지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이 테러로 주 레바논 이란 대사까지 피해를 입은 사실을 언급하며 "헤즈볼라의 가장 취약한 곳을 공격해 이란과 연결고리를 드러냈다"고 했다.

그는 또 테러 이틀 뒤 헤즈볼라 고위 인사 이브라힘 아킬이 암살당한 것을 거론하면서 "이스라엘이 '보복에는 보복'이라는 규칙을 바꾸겠다는 신호를 보냈다"며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정면 대결을 각오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국경에서 8~10km 후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헤즈볼라가 보유한 대전차 유도 미사일 사거리와 같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로켓과 미사일을 15만 발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 상당수에 유도 기능이 탑재된 것으로 추정한다. 이 유도 미사일이 국경지대 이스라엘 군을 즉시 겨냥할 수 없게 하려고 후퇴를 요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AP는 이스라엘 군이 2006년 레바논 전쟁 때 설정된 군사완충 지대를 점령, 헤즈볼라 병력을 국경에서 완전히 밀어내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스라엘은 18년 간 이어진 1982년 레바논 전쟁 때 레바논 남부를 넘어 수도 베이루트까지 점령한 적이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가안보 고문 출신 지오라 엘란드는 "2~3주 전까지만 해도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에 사퇴할 길을 열어주고 휴전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었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 갈등은 보복전을 넘어 개전 단계로 접어들었다. 되돌아갈 수 없는 단계는 아니"라면서도 "헤즈볼라가 전면전을 택한다면 그땐 모든 게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스라엘 군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는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려는 징후를 포착, 민간인들에게 공습경보를 발령한 뒤 헤즈볼라 주둔지로 추정되는 지역을 폭격했다고 밝혔다. 레바논에 지상군을 투입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취재진 물음에 하가리는 "필요한 조치는 모두 취하겠다"며 레바논 인접지역에서 거주하다 피난 떠난 자국민들을 안전히 귀가시킬 것이라고 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