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자를 위한 부업 매칭 앱 개발한 커리어데이 강경민 대표
2만5000명. 경력직 전문가의 부업 플랫폼 ‘커리어데이’를 운영하는 강경민(40) 대표가 공식 인증한 ‘부업하는 화이트칼라 직장인의 수’다. 여기에는 삼성, 현대차, SK 등 대기업 직장인이 대다수다. 2022년 2월 문을 연 커리어데이는 4년간 부업의 개념을 바꿨다. 생계를 위한 아르바이트에 가까웠던 부업을 ‘본업 경력을 살리는 새로운 문화’로 확장했다. 강 대표를 만나 그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의 커리어를 물었다.

◇퇴근하고 두번째 출근, 월급 두 배 벌자
커리어데이는 경력직 전문가와 단기 프로젝트를 담당할 경력직이 필요한 기업을 매칭하는 플랫폼이다. 기업은 채용부담을 줄이면서 커리어데이를 통해 단기 구직자를 찾을 수 있다. 반대로 부업을 원하는 구직자도 자기 경력과 경험을 내세우며 일감을 얻는다. 근로 계약 후 양쪽에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설문조사에 응하고 5000원을 받는 소액부터 2~3개월짜리 UX(사용자경험) 프로젝트로 3000만원을 받는 일감까지 부수입 금액대가 다양하다. “월 평균 부업수입은 50만~100만원 사이인데요. 기존 전문가 네트워크에 비해서 기회가 많고, 지속적으로 수입을 창출할 수 있어요.”
개발, 디자인, 시장 조사, 강연, 영상 기획·편집 등 분야가 다양한데, 그중에서 투자 유치를 위한 회사소개서 작성이나 사업 기획 컨설팅, 멘토링 등은 다른 프리랜서 구직 플랫폼에서 보기 힘든 일감이다. 커리어데이는 ‘경력직 전문가를 위한 부업 플랫폼’을 표방하기 때문이다. “저희는 리뷰나 별점도 없어요. 대신 그 사람의 커리어(경력)를 매개로 연결해 줍니다.”
현직자의 전문성에 초점을 맞춘 커리어데이는 빠르게 성장 중이다. 2022년 약 8000만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24년 6억8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 1분기 매출만 5억5000만원이다. 연 매출 30억원을 예상한다. 스파크랩, 디캠프, 신용보증기금, 비에이파트너스 등에서 지금까지 11억원을 유치했다.
◇반도체 모르는 반도체 회사 직원

캐나다의 맥마스터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강 대표는 2013년 12월 매그나칩반도체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영업 기획 부서였는데, 사실 뭣 모르고 한 취업이었다. “캐나다로 유학갈 때만 해도 형편이 넉넉했습니다. 2008년 대학을 졸업하고 돌아오니 집안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죠.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였어요. 군대 다녀오니 더욱 악화돼 있었고요. 아버지 사업에 문제가 생겨 10억원 넘는 빚이 생겼으니까요. 집에 보탬은 못 되더라도 내 입에 풀칠은 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취업부터 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일, 직무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죠.”
반도체 지식은 없었지만 회사생활은 순조로웠다. 회사의 제품별 매출을 비교하고 분석하는 일을 했다. 2년 뒤 SM면세점의 화장품 MD로 이직했다. 우리 생활과 밀접한 소비재를 다루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기도 2년 정도 다녀 보니 직장생활에 회의감이 들었어요.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커리어 고민이 부족했기 때문이지 않나 싶습니다.”

사직서를 냈다. 마음 한 구석에 치워두었던 ‘창업’을 실행하기로 했다. “경제신문사를 운영했던 아버지를 보고 자라며 막연히 사업을 동경했어요. 저도 대학 졸업하고서 사업할 거라 생각했는데, 형편을 핑계로 취업을 해서 그런지 계속 창업에 대한 불씨가 마음에 남아있더라구요.”
일찌감치 마음속에 그려둔 아이템이 있었다. 자기소개서 첨삭 플랫폼이었다. “취업 준비 할 때 가장 많은 정보를 얻었던 곳이 취업 카페입니다. 그때 유명하다는 취업 카페에 전부 가입해서 게시글을 모조리 정독한 후에야 자기소개서를 쓸 수 있었어요. 그런데도 자기소개서 쓰는 일이 참 고역이었습니다. 제가 겪었던 문제를 풀어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2017년 10월 ‘비트윈잡’이란 이름으로 법인을 먼저 세운 다음, 사업에 도움이 될 만한 작은 규모의 회사에 들어갔다. “IT회사, 교육회사 등에서 어깨너머로 CEO가 하는 일을 보며 경험을 쌓은 뒤 2019년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인맥을 총동원했다. “군대 선·후임들에게 연락을 돌려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 10명을 모았어요. 그리곤 취업 카페에 글을 올렸습니다. ‘대기업 현직자에게 자기소개서 첨삭 받을 분’이란 제목이었죠. 한 편 첨삭에 5만원으로 책정했는데 댓글이 꾸준히 달리더군요. 여기에서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자기소개서 현직자에게 첨삭 받기

2020년 1월 정식으로 비트윈잡 홈페이지를 열었다. 취업준비생과 현직자, 양쪽의 사람들을 어떻게 꾸준히 모으느냐가 관건이었다. “대학마다 활성화된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더군요. 여기에서 졸업생을 대상으로 홍보했더니 관심을 보이는 현직자가 정말 많았습니다. 6개월 만에 1000명을 모았죠. 취업준비생에겐 취업 카페, 오픈톡방을 통해 다가갔습니다.”
2020년 4000만원 남짓의 매출이 발생했다. “그런데 현직자 수는 빠르게 느는 반면 취업준비생은 좀처럼 모이지 않았어요. 사업구조를 뜯어보니 애초에 입소문이 나기 힘든 서비스였습니다. 경쟁이 심한 취업 시장에서 유용한 서비스를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려고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심리가 작동한 것이죠.”
◇두 번째 창업은 ‘부업’
2021년 4월 통장 잔고 ‘0원’을 보고 더 이상 버틸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사이 결혼하고 아이도 낳았는데요. 세 살배기 아들이 집에서 울고 있는데 그대로 주저앉을 순 없었습니다.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아서 인터넷 시장 조사를 했습니다. 주로 일본의 취업·창업 관련 자료를 많이 찾아봤어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일본이 한국보다 10년 빠르다는 말을 듣고 예언서를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었죠.”

눈에 띄는 두 글자가 있었다. ‘부업’이다. “일본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노동인구 감소 문제를 겪고 있었어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무원, 대기업 가릴 것 없이 부업을 장려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메이저 금융사인 미즈호은행은 월·수·금요일만 출근하고, 화·목요일엔 다른 회사에 출근해도 된다고 공지했어요. 파격적으로 느껴지는 한편 우리나라는 어떨까 되돌아보게 되더군요.”
개발자, 디자이너 등이 알음알음 지인의 일을 도와주는 사례를 종종 봤다. “지인이다 보니 노동의 대가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지인 찬스 없이도 그런 전문가를 찾아 일을 맡길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장기적으로 부업에 대한 수요는 근로자와 기업 모두에게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죠.”

2021년 7월 ‘커리어데이’ 법인을 세웠다. 서비스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해 현직자 100명을 만나 부업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기존 업무 능력을 활용할 수 있으면서도 가벼운 부업을 주기적으로 하고 싶다는 의견이 공통적으로 나왔어요. 단순히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역량을 발휘하면서 추가 소득을 낼 수 있는 효율적인 부업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앱 개발자를 수소문해 커리어데이 홈페이지 개발을 맡겼다. 지금의 김건호 테크리터(40)다. “LG전자, 이베이코리아 등을 거친 10년 차 개발자였는데, 첨엔 부업 삼아 커리어데이에 합류했어요. 6개월 만에 정식 멤버가 됐고요.”
홈페이지 화면을 ‘일’보다 ‘사람’이 부각되게 구성했다. 구직자의 전·현 직장이 잘 보이도록 해당 기업의 로고를 함께 띄우는 식이다. “기존 프리랜서 서비스는 리뷰나 평점 등으로 한 번 맡은 프로젝트에 관한 평가만 확인할 수 있는데요. 커리어데이는 애초 전문가 네트워크를 염두에 두고, 현직자의 전문성을 부각시켰습니다.”
◇부업으로 시작해 본업까지 레벨업

지금까지 4078건의 프로젝트에서 현직자와 기업을 연결했다. 성사율로 치면 81.4%다. “재구매율이 53.1%로 업계에서 높은 편입니다. 커리어데이를 통해서 만난 회사와 현직자가 다시 한번 프로젝트를 위해 의기투합할 가능성이 절반 이상인 것이죠.”
전문성을 살린 부업은 ‘본업’에서 커리어 발전의 기회가 된다. “기업과 근로자가 단기 프로젝트를 함께하며, 서로 마음이 맞으면 정식 채용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실제 저희 김건호 테크리더가 그랬고요. 그간 커리어데이를 통해 이직하거나 새로 취업한 사례가 많습니다.”
여기서 착안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놨다. 3월 시작한 ‘1:1 경력 상담’이다. 20분 당 3만5000원을 내면, 현직자에게 직접 커리어 조언을 받을 수 있다. “앱에서 보이스콜을 통해 상담을 합니다. 이직을 원하는 회사의 실제 분위기나 연봉 구조, 복지 등은 어떤지 물어볼 수 있고요. 업무를 하다 막히는 점이 있는데 정작 사내에 물어볼 사람이 없을 때도 유용합니다. 기존 커리어 코칭 서비스 대비 비용은 저렴하고, 시간도 효율적으로 사용합니다.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시간을 예약하고 상담받으면 되니까 바쁜 직장인에게 편리해요.”
부업을 원하는 현직자와 전문가를 찾는 기업을 이어줬던 커리어데이는 이제 직장인과 직장인을 잇는다. “AI 매칭 시스템을 개발 중인데요. 커리어 고민을 입력하면 AI가 솔루션을 주고, 심층 솔루션이 필요하면 AI가 알아서 프로젝트를 생성해서 적합한 전문가를 추천하는 방식이에요. 현재 4000여 건인 프로젝트 매칭 수가 4만 건으로 10배 정도 오를 거라 기대합니다.”
2025년 말까지 현직자 회원을 10만 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 싱가포르, 일본 시장 진출도 검토중이다. “앞으로는 누구나 부업을 하는 시대가 올 거라 생각합니다. 경력 개발, 전문성 확장을 위해선 필수가 될 지도 모르죠. 저희가 그 생태계를 만드는 중이라 생각합니다.”
/이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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