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이 쏘아올린 ‘초과세수’ 이슈…AI발 재분배 논쟁 ‘색깔’ 빼고 시작을[뉴스분석]

“반도체 세수 사용 고민” 글을
‘기업 이윤 강제 회수’로 곡해
야 “공산당” 공세…경질 주장
학계 “폭넓게 재분배 논의를”
AI 인프라 공급망에서의 전략적 위치가 구조적 호황을 만들고 그것이 역대급 초과세수로 이어진다면, 그 돈을 어떻게 쓸지는 고민해야 할 문제- 5월1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사진)이 던진 인공지능(AI) 시대 국민배당금 화두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 김 실장은 반도체·AI 호황으로 발생할 초과세수를 국민에게 환원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은 “공산주의식 발상”이라며 총공세를 폈다. 여당은 “논의한 바도, 논의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국가가 기업 이익을 강제로 빼앗는다는 야당과 일부 보수언론의 주장은 실체 없는 ‘허수아비 공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AI 시대 초과세수 활용 원칙에 대한 생산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민의힘은 13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김 실장 경질까지 요구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며 “즉각 정책실장을 경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동혁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드디어 공산당 본색이 드러났다”며 “기업이 돈을 많이 벌면 정부가 강제로 빼앗아서 나눠주겠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실장 발언이 지방선거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진화에 나섰다. 정청래 대표는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당장 뭘 하자고 하기보다 학계에서 먼저 연구하고 학문적 고찰이 선행돼야 할 문제”라며 “솥뚜껑 먼저 열면 밥 되기 전에 설어버린다”고 말했다. 황명선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사실관계를 왜곡한 보도와 선동이 확산되고 있다”며 “김용범 실장 글은 초과세수에 따른 국가의 재정 운용 방향이지, 기업 이익의 강제 환원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보도는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때론 국민경제에 실질적 손실을 초래한다”고 했다.
정치권 공방이 ‘기업 이윤을 정부가 직접 환수한다’는 프레임에 갇히면서 정작 핵심 쟁점인 AI·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한 초과세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실종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쟁의 발단은 김 실장이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었다. 그는 “AI 인프라 공급망에서의 전략적 위치가 구조적 호황을 만들고 그것이 역대급 초과세수로 이어진다면, 그 돈을 어떻게 쓸지는 고민해야 할 문제”라며 국민배당금제를 제안했다. 그는 “(AI 시대의 과실은)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아온 산업 기반 위에서 나온다”며 청년 자산 형성, 농어촌 기본소득 지원, AI 전환 교육, 노령연금 강화 등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여 “국힘 말대로면 머스크도 사회주의자”…김용범 표현 방식엔 아쉬움도
AI발 ‘초과세수 재분배론’
실제 김 실장 발언 어디에도 기업 이익을 정부가 직접 환수하거나 새로운 증세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은 없다. 논의 대상은 기업 실적 개선으로 정부 예산보다 더 걷히게 되는 법인세 등 초과세수로 한정했다. 초과세수는 세율 인상이나 새로운 과세로 발생하는 세금이 아니라, 경기 호황으로 정부 전망치를 초과해 걷히는 세수다. 결국 논쟁의 핵심은 AI·반도체 슈퍼사이클로 발생할 가능성이 큰 초과세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국민 경제 대도약의 발판을 닦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전략적 재정 운용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초과세수를 국민께 배당하자는 것이 사회주의라면 일론 머스크도 이미 사회주의자”라며 “기업 실적 호조로 거둬들인 법인세 등 국가 세수를 국민을 위해 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기본 원칙”이라고 밝혔다. 그는 “초과세수를 국민에게 환원하겠다는 취지를 사회주의로 규정하는 야당의 비판 자체가 근거 없는 색깔론이자 시대 퇴행적 이념 정치”라고 비판했다.
다만 여권 내부에서도 김 실장의 표현 방식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배당금이라는 표현이 주주 배당을 연상시켰고, 초과이윤이라는 표현도 기업 수익 직접 환수로 읽히기 쉽다는 것이다. 홍기원 민주당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김 실장의 메시지가 시장에 미친 영향이 있다”며 “본인이 통감하고 앞으로는 좀 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김 실장 발언을 계기로 AI 시대 재분배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AI·반도체 산업은 국가의 인프라·세제 지원과 교육 시스템 등 공공 자원이 대규모로 투입된 영역인 만큼 초과세수를 사회적으로 환원하는 논의 자체를 사회주의로 몰아가는 것은 비논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AI로 심화될 실업과 양극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세, AI전환세, 대·중소기업 상생기금 같은 다양한 재분배 방안을 폭넓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나영·김한솔·박순봉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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