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심 레어' 먹고 설사→변기뚜껑 열고 물 내리니 온가족 식중독, 무슨 일

정심교 기자 2025. 1. 9. 16: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심교의 내몸읽기]
겨울 식중독 유발하는 노로바이러스·여시니아균 대처법
이번 겨울 '식중독' 환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겨울철 식중독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노로바이러스(Norovirus)'는 잘 알려졌는데, 최근엔 '여시니아균'(Yersinia pseudotuberculosis)이라는 다소 생소한 세균까지 겨울 식중독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된다. 모두 '덜 익은' 음식에 서식하다가 음식을 섭취한 사람의 몸속에 침투한다는 점에서 음식 섭취 시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노로바이러스와 여시니아균으로부터 겨울 식중독을 예방·대처하는 법을 알아본다.
여시니아균. /사진=식약처
노로바이러스, 덜 익은 굴·홍합서 서식
노로바이러스는 급성 설사 질환을 일으키는 대표적 병원성 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가 든 굴·홍합 등 어패류, 오염된 채소·물을 먹었거나, 감염자와 접촉으로도 전염될 수 있다. 오염된 물을 얼리거나 섭씨 60도 미만의 온도에서도 노로바이러스는 잘 살아남는다. 겨울철 노로바이러스 감염증이 사그라지지 않는 이유다.

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노로바이러스 감염자는 48주(작년 11월24~30일) 80명에서 49주(작년 12월1~7일) 114명, 50주(작년 12월8~14일) 142명, 51주(작년 12월15~21일) 247명, 52주(작년 12월22~28일) 291명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이항락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바이러스성 식중독은 바이러스 특성상 기온·환경의 영향을 적게 받고, 변이를 통해 환경에 적응한다는 점에서 겨울 식중독의 원인으로 꼽힌다"며 "이 때문에 겨울철 식중독의 주된 원인인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식중독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노로바이러스는 개인위생이 취약하고 어린이집·유치원 등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영유아(0~6세)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게 특징이다. 실제 최근 발생한 노로바이러스 감염자의 58.8%가 영유아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면 12~48시간 안에 구토·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사람에 따라 복통, 오한, 발열이 나타나기도 한다.

노로바이러스 이미지.

노로바이러스는 감염력이 매우 강한데, 일상 환경에서도 3일 동안 살아남을 수 있다. 사람이 과거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됐어도 면역을 유지하는 기간이 짧아, 다시 감염되는 사례가 잦다. 노로바이러스 백신은 아직 없어, 일상 속 예방수칙을 최대한 따르는 게 최선의 예방법이다. 외출 후, 음식 먹기 전 반드시 손을 씻는다. 어패류는 완전히 익혀 먹고, 채소는 깨끗이 씻어서 먹는다. 이항락 교수는 "음식을 조리할 때 사용하는 물은 염소 소독이 된 수돗물을 사용하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식재료는 흐르는 물에 씻고, 85도 이상에서 1분 이상 익혀야 한다. 노로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는 증상이 사라진 후 48시간까지 외출을 자제하고 화장실을 비롯한 생활공간을 다른 가족과 구분해 생활해야 한다. 노로바이러스는 대변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 화장실에서 대변을 본 후 물을 내릴 때 변기 뚜껑을 열면 비말이 튀어 노로바이러스가 확산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환자가 사용했던 공간이나 화장실, 환자 분비물에 오염된 물품은 시판용 락스를 희석(락스 1: 물 50)해 묻힌 천으로 닦아내 소독하되, 비말을 통한 감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해야 한다.
여시니아균, 덜 익은 고기나 냉장고 좋아해
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여시니아균은 저온성균으로 저온보관 상태에서도 균이 증식해 식중독을 발생시킨다. 여시니아균은 다른 장내세균과 달리 0~5도의 서늘한 냉장고 안에서도 잘 번식한다. 익히지 않았거나 덜 익은 돼지고기·소고기는 여시니아균의 온상이다.

실제 우리나라에선 냉장 보관해둔 김치에서 여시니아균이 종종 발견된다. 2023년 충북의 한 농업회사법인이 제조·판매한 김치에서 여시니아균이 '기준 부적합'으로 확인돼 판매가 중단돼 회수됐다. 또 '중국산 알몸 김치' 파동으로 수입 김치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했던 2021년 식약처가 중국산 김치 289개 제품에 대해 식중독균 검사를 한 결과 15개 제품에서 여시니아균 관리 상태가 부적합 수준으로 판정됐다.

겨울철 세균성 식중독이 기승을 부리는 데 대해 이항락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비교적 따뜻한 겨울 날씨와 난방시설의 현대화로 세균 서식지가 증가한 게 한 원인"이라고 꼽았다.

여시니아 식중독 예방 수칙. /자료=식약처


사람이 여시니아균에 감염되면 '여시니아증'이라는 감염성 질환이 발병한다. 감염된 사람 대부분은 심하게 설사하며, 나이에 따라 메스꺼움, 구토, 복통, 39도 이상의 발열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5세 이만 어린이에게서 가장 많이 발병하는데 발열·복통·설사 등에 시달리다가 피 섞인 설사를 보기도 한다.

이런 증상은 여시니아균에 감염된 지 4~7일 후부터 나타나며, 1~3주 지속한다. 일부에선 3주 이상 길게 증상이 이어지기도 한다. 5세 이상의 어린이, 성인은 열이 나거나 오른쪽 배 통증이 가장 두드러진다. 이런 증상을 '충수염(맹장염)'으로 혼동하는 경우도 적잖다.

여시니아균에 감염된 경우 합병증이 동반되지 않으면 보통 저절로 낫는다. 하지만 증상이 심하거나 합병증이 동반되는 경우 항생제를 사용해야 할 수 있다.

여시니아 식중독을 예방하려면 돼지고기·소고기 등 육류를 조리할 때 조리기구와 손을 깨끗이 씻고 소독해야 한다. 돼지고기를 날것이나 덜 익힌 상태에서 먹지 말아야 한다. 우유는 저온 살균된 제품을 고르는 게 안전하다. 여시니아균은 65도 이상의 가열로 쉽게 사멸되므로 음식을 충분히 가열조리한 후 먹으면 여시니아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