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는 전동화 한다더니…” EV 계획 번복한 자동차 브랜드 TOP 10

‘전기차 올인’ 전략, ‘하이브리드 병행’으로 선회
‘전기차 캐즘’ 앞 유연한 전략 택한 배경
복합적 문제 직면한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방향
사진 출처 = '포드'

“2030년까지 전면 전동화.” 수년 전,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앞다퉈 선언했던 이 야심 찬 구호는 2025년을 전후로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있다. 한때는 미래 산업의 유일한 해답처럼 여겨졌던 전기차(EV) 시장이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 구간에 진입하면서, 공격적인 EV 목표를 내세웠던 많은 자동차 브랜드가 계획을 번복하거나 대폭 수정하는 ‘유턴’을 단행하고 있다.

애초 공격적으로 설정했던 EV 전환 전략은 전기차 수요 둔화, 하이브리드 선호도 증가, 그리고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인한 수익성 악화라는 공통적인 원인 앞에 무릎 꿇었다. 이는 제조사들이 이제 ‘전기차 올인’이 아닌,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를 아우르는 유연하고 다각적인 전략으로 회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2025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전략을 수정한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10곳을 분석한다.

1. 포르쉐
사진 출처 = ‘포르쉐’

포르쉐는 애초 2030년까지 전체 판매량의 80%를 순수 전기차로 전환하려던 공격적인 목표를 폐기했다. 대신 시장 상황을 고려해 내연기관(ICE) 및 하이브리드 모델 생산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고성능 시장에서도 소비자들이 여전히 내연기관의 감성을 원한다는 점을 인정한 현실적인 조치로 풀이된다.

2. 포드
사진 출처 = ‘포드’

포드는 전기차 사업 부문에서 막대한 손실을 기록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에 따라 전기차 생산 목표를 대폭 하향 조정하고, 수익성이 높은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을 확대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특히 북미의 인기 내연기관 트럭 모델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활용해 EV 사업의 손실을 메우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3. 제너럴 모터스 (GM)
사진 출처 = ‘GMC’

GM은 2025년까지 북미에서 10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결국 포기했다. 얼티움 플랫폼 기반의 신형 전기차 출시가 지연되고 시장 성장률이 둔화하자, 이익 감소를 이유로 생산 목표 자체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낮추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미국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마저 EV 전환 속도 조절에 나섰음을 보여준다.

4. 메르세데스-벤츠
사진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2030년까지 완전한 전기차 브랜드로 전환하겠다던 메르세데스-벤츠의 선언은 철회되었다. 전기차 판매 부진과 시장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모델을 계속 생산하는 유연한 전략으로 돌아섰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전환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5. 아우디
사진 출처 = ‘아우디’

아우디는 모회사인 폭스바겐 그룹의 전동화 전략에 발맞춰 2033년부터 내연기관차 생산을 전면 중단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대신 2030년대 중반까지는 내연기관차를 유연하게 유지하겠다며 시한을 늦췄다. 이는 유럽 시장에서도 예상보다 빠른 EV 전환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음을 반영한다.

6. 혼다
사진 출처 = ‘혼다’

혼다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기존 계획보다 30만 대 이상 줄어든 20% 수준으로 낮추었다. 전기차 투자 규모를 축소하는 대신,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를 늘리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하이브리드 기술력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바탕으로 EV 전환기 시장에서 실속을 챙기겠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7. 토요타
사진 출처 =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장의 절대 강자인 토요타는 미국 내 전기차 판매 둔화에 맞춰 2025년으로 예정했던 켄터키 공장의 전기차 생산 계획을 2026년으로 1년 연기했다. 이는 하이브리드 모델의 폭발적인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변경이다. 토요타는 하이브리드가 EV 전환의 가장 현실적인 대안임을 강조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8. 스텔란티스 그룹
사진 출처 = ‘스텔란티스’

지프(Jeep), 램(Ram) 등 여러 브랜드를 거느린 스텔란티스는 전반적인 전기차 전환 계획을 재검토 중이다. 특히 지프 글래디에이터의 전동화 계획을 철회하고, 수익성이 높은 하이브리드 모델 개발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전체적으로 브랜드별 시장 상황과 소비자 선호도를 철저히 따르며 보수적인 전략을 펴고 있다.

9. 폭스바겐
사진 출처 =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이후 가장 공격적인 전동화 계획을 추진했던 폭스바겐은 2025년까지 전기차 100만 대 생산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당초 야심 찬 목표에서 벗어나, 시장 상황에 맞는 보급형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하고 EV 생산 시설 투자를 조정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10. 기아
사진 출처 = ‘기아’

기아는 2025년 인베스터 데이에서 2027년 및 2030년 전기차 판매 목표를 하향 조정했다. 이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라는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현대차그룹 차원에서도 EV 판매 성장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현실적인 목표치 재설정을 통해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이러한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의 연이은 계획 번복은 ‘전기차 캐즘‘이라는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다. 전기차의 높은 가격, 불충분한 충전 인프라, 그리고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는 제조사들이 ‘전기차 올인’ 전략이 아닌,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를 아우르는 ‘전 옵션 제공(All-Options)’ 전략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자동차 산업은 이제 ‘무조건적인 전동화’라는 단일 목표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선택과 시장의 속도에 맞춰 유연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들의 전략 수정은 전기차의 미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환의 속도를 현실에 맞추고 하이브리드라는 징검다리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실용주의적 선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