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DB 김준기 창업회장 고발…재단회사 계열사 은폐 적발
![DB그룹 김준기 창업회장. [출처=DB그룹]](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08/552778-MxRVZOo/20260208141329913rmrj.jpg)
DB그룹 총수 김준기 창업회장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의 기초가 되는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총수의 실질 지배력을 기준으로 계열 관계를 인정해 고발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정위는 8일 김 창업회장이 동곡사회복지재단과 산하 회사 등 재단 소속 2개 법인과 15개 회사를 DB그룹 계열사에서 누락한 사실을 확인하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소회의 의결에 따른 조치다.
공정위는 DB 측이 늦어도 2010년부터 재단회사들을 김 창업회장 일가의 지배력 유지와 사익을 위해 활용해 왔다고 판단했다. 특히 2016년에는 재단회사들을 전담 관리하는 직위까지 설치해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한 것으로 봤다.
조사 결과 DB그룹은 DB아이엔씨와 DB하이텍을 김 창업회장의 지배력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계열사로 활용해 왔다. 공정위는 DB아이엔씨를 통해 제조서비스 계열사 전반을 장악했고, 재무 규모가 가장 큰 비금융 계열사인 DB하이텍의 경우 총수 측 지분율이 23.9%(자사주 제외)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재단회사들이 지배력 보완 수단으로 동원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재단회사들은 2010년 DB하이텍의 재무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DB캐피탈에서 거액을 차입해 DB하이텍이 보유하던 불필요한 부동산을 매입한 사례도 확인됐다. 공정위는 이를 정상적인 거래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창업회장의 사적 자금 거래도 문제로 지적됐다. 김 창업회장은 2021년 개인 자금이 필요해 재단회사 중 하나인 빌텍으로부터 220억원을 빌렸고, 이후 중도 상환과 취소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중도상환수수료도 부담하지 않았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공정위는 조사 과정에서 김 창업회장과 딸이 관여한 주력 계열사들이 재단회사와 수년간 자금·자산 거래를 이어온 정황도 다수 확인했다. DB 측은 재단회사와 거래할 때마다 공정위의 감시를 의식해 '위장 계열사' 리스크를 자체 분석한 자료도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DB그룹이 재단회사들을 장기간 계열사에서 은폐하면서 각종 공정거래법상 규제를 회피했고, 부당 지원 등에 대한 법적·사회적 감시를 벗어난 채 총수 일가의 지배력 유지와 사익 추구에 활용했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이번 사건에 대해 공정위는 지분율이 아닌 실질적 지배력 행사 여부를 다수의 증거와 거래 관계, 구체적 정황을 종합해 계열 관계를 인정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집단 계열 관계는 지분율 기준으로 판단되지만, DB그룹의 경우 지분 구조만으로는 관계 파악이 어렵도록 설계됐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의 지정을 위해 제출하는 자료를 허위로 제출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가 허위 자료 제출을 이유로 총수를 검찰에 고발한 것은 지난해 8월 농심 신동원 회장 사례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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