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X-ray] ‘4번 타자’ 실종, 등 돌린 홈팬…팀 장동혁 ‘9회말 2아웃’ 위기
텃밭 대구 민심도 냉랭…주호영 “장동혁 책임, 새 체제 즉각 구성해야”
장동혁은 ‘반전’ 자신…“일당백 정신으로 뛰면 대역전극 써낼 수 있어”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9회말 2아웃, 패색이 짙은 전광판 아래 덕아웃은 아수라장이다. 역전 만루 홈런을 쳐줄 4번 타자는 자취를 감췄고, 텅 빈 벤치에는 대타 카드마저 마땅치 않다. 사기가 꺾인 일부 고참 선수들은 경기 중 감독의 교체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이 광경에 홈팬들마저 야유를 보내기 시작했다.
지방선거까지 50여 일, '공천 내홍'과 '후보 기근'이 겹친 제1야당 국민의힘의 현주소다. 더불어민주당이 '경기 추미애-서울 정원오-부산 전재수-대구 김부겸' 등 중량급 주자들을 전면 배치한 가운데, 국민의힘은 이들에 대항할 후보를 좀처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경기도가 후보 기근 끝에 재공모에 들어간 가운데 텃밭 대구에선 컷오프(경선 배제)된 주자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그 사이 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는 '더블 스코어' 가까이 벌어진 상황. '콜드게임' 우려가 야권 내부에서 제기되는 가운데, 장동혁 대표가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더 이상 '보수의 텃밭'은 없다?
"중도로 외연을 확장하겠다고 왼쪽으로 움직이는 보수가 아니라 중도에 있는 분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보수 정당을 만들겠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해 9월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직은 먹기 편한 초밥을 만드는 것보다 큰 주먹밥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인선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진보 정당의 정책을 차용하는 '좌클릭'이 아니라 보수 정당만의 비전과 통합 인선으로 외연을 넓히겠다는 메시지로 읽혔다.
'중도가 매력을 느끼는 보수 정당'. 과연 장동혁호는 목적지를 향해 순항하고 있는 것일까. 지방선거가 5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민의힘은 좀처럼 항로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당 지지율이 민주당에 크게 뒤진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는 가운데, 보수 텃밭인 TK(대구·경북)에서조차 민주당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는 지난 6~8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NBS(전국지표조사)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율은 각각 47%, 18%를 기록한 것으로 9일 나타났다. 직전 조사(3월4주차) 대비 민주당 지지도는 1%포인트(p) 올랐고, 국민의힘 지지도는 동일한 수치인 17%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이 외치고 있는 '정권 견제론'도 좀처럼 효과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오는 6·3 지방선거의 성격을 묻는 질문에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은 54%,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30%로 집계됐다.
특히 보수 텃밭에서도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지역별 조사에서 보수세가 강한 TK와 PK(부산/울산/경남)을 포함한 모든 지역에서 '여당 지지'가 높게 나타났다. 서울에선 여당 55%·야당 28%, 인천/경기에서 54%·29%, 대전/세종/충청에서 51%·32%, 광주/전라에서 81%·13%, 대구/경북에서 44%·34%, 부산/울산/경남에서 48%·37%, 강원/제주에서 48%·34%로 조사됐다.
물론 지지율 격차는 조사 기관마다 차이는 있다. 그러나 장동혁 체제가 들어선 후, 나아가 이른바 '절윤 선언' 후에도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발표되지 않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3일 전국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도 민주당은 49.9%의 지지율로 국민의힘(31.3%)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떨어진 승률에 심화된 '후보 기근'…張 책임론도
국민의힘은 반등할 수 있을까. 현 시점에서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일단 보수의 심장부인 대구에서조차 고전한다는 것은 국민의힘 후보들이 지방선거에서 더 이상 '보수 프리미엄'을 누릴 수 없음을 시사한다는 지적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TK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국민의힘에 주어진 '마지막 경고'다. 그들이 떠나는 이유는 상대 진영이 좋아서가 아니라,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비전 없는 갈등'에 절망했기 때문"이라며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집토끼들에게는 자부심을 느끼며 투표장에 나올 수 있는 명분을, 중도층에는 '믿을 만하다'고 느낄 수 있는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후보 기근'까지 심화된 모습이다. 현재 경기도지사 추가 공모에는 경기 남양주시장을 지낸 조광한 지명직 최고위원만이 응한 상태다. 다만 조 최고위원 역시 '추미애의 대항마'로 나서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야권 내 적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내에서도 당 지도부의 전략 부재와 무능을 질타하는 조언과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당내 최다선(6선)이자 대구시장 컷오프에 반발하고 있는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이번 국민의힘 공천을 "실패"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장동혁 대표의 퇴진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주 부의장은 지난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에게 공천 실패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살신성인과 선당후사를 말하려면 장 대표가 먼저 결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장동혁 체제와 이정현 공관위가 만든 이 엉터리 틀을 깨고 새로 시작하지 않으면, 후보들도 죽고 대구도 죽고 당도 함께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 부의장은 "장 대표는 결단하라. 더 늦기 전에 책임지라"며 "비상대책위원회든 선거대책위원회든, 당을 다시 세울 새로운 책임 체제를 즉각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계속되는 당의 내우외환 위기 속, 장동혁 대표는 그럼에도 '대반전'을 자신하는 모습이다. 이른바 '100만 책임당원'을 발판삼아 보수 결집에 나서겠다는 각오다.
장동혁 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100만 책임당원 돌파 기념식'에서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당과 나라의 운명이 걸렸다. 많은 분들이 어렵다고 하지만 저는 100만 책임당원의 힘을 믿는다"며 "우리 모두가 똘똘 뭉쳐서 일당백 정신으로 뛰면 대역전극의 드라마를 반드시 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어떻게 조사했나
NBS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응답률은 22.7%였다. 리얼미터 조사는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졌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 응답률은 4.9%였다. 정당 지지도 조사 응답률은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4.2%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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