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가장 믿는 베테랑 한 명이 빠지자 팀이 눈에 띄게 흔들리고 있다. 주장 전준우의 복귀가 또 미뤄졌다. 8월 초 KIA전에서 햄스트링을 다쳐 빠졌고, 이제는 오른쪽 손목 굴곡근건 염증까지 겹쳤다. 며칠 전 티배팅으로 속도를 올리려 했지만 다시 통증이 왔다. 김태형 감독이 “생각보다 상태가 안 좋다. 배팅이 정상적으로 어렵다”고 말한 대목이 현 상황을 말해준다. 결국 복귀 시점은 안갯속이다.

문제는 전준우의 빈자리가 단순히 한 명의 결원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는 올해 104경기 타율 0.288, 7홈런, 64타점, OPS 0.783으로 여전히 준수했다. 무엇보다 득점권 타율이 높아 승부처에서 주자를 불러들이는 능력이 있었다. 라인업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상대 배터리가 투구 루틴을 바꾸고, 우리 타선은 앞뒤 연결이 매끄러워졌다. 그가 빠진 뒤 롯데의 득점력은 눈에 띄게 떨어졌고, 팀은 연패를 거듭했다. 3강 후보에서 5위로 내려앉았고, 6위 KT와 승률이 같아졌다. 이제는 ‘가을야구가 가시권’이 아니라 ‘가을야구를 지켜야 하는’ 입장이 됐다.

손목 부상이 까다로운 이유는 단순 통증을 넘어서 스윙 품질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손목이 아프면 배트 헤드가 늦게 나오고, 공 끝을 밀어내는 힘이 약해진다. 컨택을 하더라도 약한 땅볼이나 얕은 뜬공이 늘어난다. 퓨처스 실전으로 감을 끌어올리려면 배트 스피드를 다시 끌어올려야 하는데, 지금은 그 과정 자체가 통증으로 막히고 있다. 한 번 쉬고 나서 곧장 강한 스윙을 하면 통증이 더 크게 돌아오는 것도 흔한 패턴이다. 그러니 “일정대로”를 기대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지금 롯데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첫째, 라인업의 역할을 재배치해야 한다. 전준우가 맡아왔던 ‘연결 + 마무리’의 두 가지 일을 한 명에게 모두 요구하기보다, 2~3명이 나눠 가져가는 게 현실적이다. 상·하위 타선의 테이블세터를 분명히 하고, 5~7번 구간에 상황 타격이 되는 타자를 배치해 이닝마다 작은 득점 루트를 만든다면 ‘빅 이닝’은 줄어도 ‘꾸준한 득점’은 회복할 수 있다. 둘째, 주루와 수비로 흐름을 잡아야 한다. 득점력이 떨어질수록 한 점의 가치가 커진다. 대주자 카드와 번트, 히트앤런 같은 작전은 남용하면 독이지만, 한 타석에 의미를 만들 수 있다면 충분히 약이 된다. 셋째, 벤치의 교체 타이밍을 더 선제적으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 상대 선발이 불펜으로 넘어가는 순간, 좌우 매치업과 발 빠른 대주자 투입으로 한 베이스를 더 훔치는 운영이 절실하다.

전력운영 못지않게 소통도 중요하다. 부상 중인 주장의 역할은 더 커진다. 더그아웃과 라커룸에서 젊은 타자들에게 상대 배터리 공략 노하우, 카운트별 선택, 수비 시 포지셔닝 같은 디테일을 전해줄 수 있다. 전준우가 그동안 쌓아온 경기 운영 감각은 그 자체로 자산이다. 팀이 흔들릴 때 이 자산이 밖으로 흘러나오면 경기력의 작은 차이를 만든다.

팬들의 걱정은 두 가지다. “언제 돌아오나”와 “돌아와도 예전 같을까”다. 솔직히 말해 지금으로선 날짜를 찍을 수 없다. 손목은 하루 좋아졌다가 이틀 나빠지는 식으로 반응이 오간다. 그래서 복귀를 서두르다 재발하면 시즌이 사실상 끝날 수 있다. 차라리 통증이 가시기 전까진 ‘무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는 게 팀에도, 선수 본인에도 낫다. 돌아오는 날이 다소 늦더라도, 돌아왔을 때 최소한 ‘경기에 도움 되는 스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악재는 롯데의 선수층을 점검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누가 6회 이후 승부처에서 한 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누가 2스트라이크에서 공을 더 볼 수 있는가, 누가 대주자·대수비로 한 점을 지킬 수 있는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시즌 막판에 확보하면, 전준우가 돌아왔을 때도 벤치는 더 많은 카드를 손에 쥐게 된다. 반대로 답을 찾지 못하면, 한 명의 복귀에 팀 전체가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가 반복된다.

전준우는 롯데의 얼굴이자, 젊은 타선의 기준선이다. 그의 공백이 길어질수록 팀은 ‘경험의 힘’을 잃는다. 하지만 시즌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건 불안과 한숨이 아니라, 현재 전력으로 매일 한 점을 더 내고 한 점을 덜 내는 방법을 끝까지 찾는 일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주장은 치료에 집중하고, 팀은 주장의 빈자리를 시스템으로 메우면 된다. 복귀가 늦어지더라도, 돌아오는 날 그가 덕아웃 계단을 내려올 때 팀이 아직 경쟁 안에 있다면 이 시간은 의미가 있다. 롯데의 막판 싸움은 결국 이 단순한 진실로 귀결된다. ‘오늘 이길 방법’을 찾는 팀만이 가을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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