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고 시작한 잉글랜드···이란에 6골 '화력쇼'
56년 만에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우승을 꿈꾸는 잉글랜드가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무릎꿇기’ 퍼포먼스로 힘찬 여정을 시작했다.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이끄는 잉글랜드는 21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이란과의 B조 1차전에서 멀티 골을 터뜨린 부카요 사카 등의 화력을 앞세워 이란을 6-2로 꺾었다.
'축구 종가'이면서도 월드컵에선 1966년 자국 대회 외엔 우승한 적이 없는 잉글랜드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다른 우승 후보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으나 첫 경기부터 '화력 쇼'로 정상 도전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경기장에서는 잉글랜드가 골을 넣을 때마다 울러퍼지는 '욕망에서 해방(freed from desire)'으로 가득찼다.
특히 잉글랜드 대표팀은 이란과의 경기 직전 일제히 그라운드에 한쪽 무릎을 꿇은 뒤 일어나 경기에 나섰다.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의미의 무릎 꿇기 퍼포먼스는 지난 2016년 미국프로풋볼(NFL) 선수 콜린 캐퍼닉이 경기 전 미국 국가가 울려 퍼질 때 무릎을 꿇은 채 국민의례를 거부한 데서 비롯됐다. 이번 퍼포먼스는 개최국 카타르의 이주노동자와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항의 표시인 것으로 풀이된다.
잉글랜드는 대놓고 ‘침대 축구’를 펼친 이란을 상대로 전반에만 3골을 쏟아부으며 상대의 기를 눌렀다. 경기 시작 10분도 채 되지 않았을 때 이란 골키퍼 알리레자 베이란반드가 공을 막는 과정에서 동료 수비수 마지드 호세이니의 머리에 얼굴을 부딪치며 쓰러졌다.
호세이니는 이내 일어났으나 코에 출혈이 발생한 베이란반드는 한참을 누운 채 치료를 받았다. 베이란반드는 일단 다시 골대 앞에 섰지만 결국 전반 20분 뇌진탕 의심으로 호세인 호세이니로 교체됐다.
초반부터 '두 줄 수비'로 특유의 '늪 축구'를 예고했던 이란은 수문장 교체 이후 급격히 흔들렸다.
잉글랜드는 전반 35분 2003년생 미드필더 주드 벨링엄(도르트문트)의 선제골로 포문을 열었다.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루크 쇼의 크로스를 벨링엄이 정확하게 머리로 받아내며 생애 첫 월드컵의 첫 경기에서 골 맛을 봤다.
이어 전반 43분엔 2001년생 사카가 코너킥 이후 해리 매과이어의 헤더 패스를 매서운 왼발 슛으로 마무리해 골 그물을 흔들었다.
전반 추가 시간엔 래힘 스털링(리버풀)까지 득점포를 가동하며 압도적인 전반을 보낸 잉글랜드는 후반 17분 사카가 화려한 개인기로 이란 수비를 허수아비로 만든 뒤 페널티 지역 중앙에서 왼발 슛을 꽂아 일찌감치 쐐기를 박았다.
이란은 후반 20분 알리 골리자데의 절묘한 침투 패스에 이은 메디 타레미의 만회 골이 나왔으나 후반 27분 마커스 래시퍼드, 후반 45분 잭 그릴리시에게 연속 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이날 경기에선 베이란반드의 부상 치료로 전반에 추가 시간이 14분이나 주어졌고 후반에도 10분이 주어져 전·후반 합해 추가 시간만 24분인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후반 추가 시간이 거의 다 갔을 때쯤 페널티킥이 선언되고 타레미가 성공하는 상황으로 시간이 더 흘러 후반 추가 시간도 실제론 13분 넘게 진행된 끝에 경기가 마무리됐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의 이란은 잉글랜드와의 사상 첫 A매치에서 주전 골키퍼 알리레자 베이란반드의 초반 부상 악재 속에 완패를 떠안아 첫 16강 도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란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4골), 2018년 러시아 월드컵(2골) 대회 전체 실점보다 많은 골을 이 한 경기에서 내줬다.
이란이 A매치 한 경기에서 6실점한 건 1950년 5월 튀르키예(터키)에 1-6으로 진 이후 72년 만으로, 역대 대표팀 경기를 통틀어도 최악에 가까운 결과를 남겼다.
조교환 기자 chang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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