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전란', 강동원 열연에도 왜 '아쉽다' 평가 나올까
[리뷰] '전란', 매력 많은 영화지만 떨어지는 개연성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혹평 일색은 아니다. 그렇다고 극찬이 쏟아지지는 않는다. 넷플릭스 영화 '전란'을 둘러싼 반응은 다소 모호하다.
'전란'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사극 영화로 주목 받았다. 강동원, 차승원, 박정민 배우 캐스팅과 박찬욱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점도 기대감을 높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호평도 많지만 아쉽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줄거리와 관련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눈길 끄는 대립구도, 부족한 개연성
'전란'은 신분을 초월한 이종려(박정민)와 천영(강동원)의 우정을 축으로 한다. 오해가 생겨 서로 적이 되고, 끝내 오해가 풀리는 것이 핵심적인 줄거리다. 두 인물은 각자의 매력이 있고 배우의 열연이 몰입을 끌어올린다. 극의 성격상 중심인물 구도 자체는 신분제의 문제를 부각하는 극의 메시지와도 잘 어울린다.
그러나 결정적인 분기점에선 설득력이 떨어진다. 서로 신분을 초월한 두터운 우정을 쌓았음에도 말 한 마디에 너무나도 쉽게 오해가 생겨 친구에서 철천지 원수가 된다. 오해할 만한 소지가 있었으니 원수처럼 여길 수 있다고 해도, 클라이막스에서도 이같은 전개가 이어지며 막바지에 힘을 빠지게 한다.
'전란'은 속도감 있게 극을 전개하며 빠른 진행을 위해 과감한 생략을 거듭한다. 이 점이 지루함을 덜고 메시지에 집중하게 만들지만 두 주인공 간의 '우정의 깊이'마저 생략됐다. 단순히 함께 자라며 검술 훈련 도왔다는 점 외에 두 인물 간의 관계가 깊어지는 과정을 제대로 보여줘야만 이후 전개되는 이야기의 비극성이 진가를 발휘할 수 있었다.
색다른 선조, 그러나 다소 유치한 캐릭터
영화의 백미이자 세번째 주인공인 선조는 극에 몰입도를 높여주면서 동시에 떨어뜨린다.
영화 속 선조 캐릭터는 신선하다. 근엄한 왕의 스테레오타입과는 다르다. 익살스러우면서도 잔인하다. 배신을 당해 속에서 불이 난다는 의병장에 말에 천연덕스럽게 “고추라도 씹었느냐”는 대사를 하는 식이다. 차승원이 기존과는 다른 연기를 보이며 선조 캐릭터의 매력은 더욱 올라간다.
하지만 영화가 선조를 지나치게 '악인'으로 묘사하다 보니 비현실적이고 유치한 면도 있다. 영화가 선조와 의병 간 대립 구도를 통해 자신의 안위만을 바라는 권력이 외적보다 더욱 무서운 존재가 된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취지는 알겠으나, 이 틀에 역사를 억지로 껴맞춘 느낌이다.
선조는 여러 작품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로 소비됐지만 이번 작품은 그 강도가 다른 작품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강하다. 예컨대 백성이 경복궁에 방화를 하는 이유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며 “왜?”라고 묻는다.
임진왜란 후 경복궁 재건에 매달리는데 실제 선조는 이런 행보를 보인 적 없다. 국보급 유물을 몰래 팔아 경복궁 재건 자금을 마련하려는 시도를 한다는 발상 자체가 개연성이 떨어진다. 보물을 찾기 위해 왕실의 군대를 직접 파견하고, 포로로 잡은 일본군을 무장시켜 진압군으로 활용한다는 점도 어색하다.
시대배경 구현 잘 됐지만 스케일 아쉬워
사극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당대의 모습을 그럴 듯하게 구현했느냐다. '전란'은 사극에서만 접할 수 있는 볼거리를 충실히 보여준다. 특히 경복궁 앞 육조거리, 경복궁이 불타는 장면은 당대 상황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하지만 스케일은 크지 않았다. 임진왜란이 배경이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라는 점에서 예상되는 큰 스케일의 전투가 없었다는 점에선 아쉬움이 될 수 있다. 극의 특성상 임진왜란을 건너뛴다곤 해도 일본군의 군세가 몰아치는 장면도 스케일이 작았다. 의병들의 활약, 의병과 관군의 전투 역시 소규모 전투에 그쳤다. 이 정도로 소규모라면 조정에서 특별하게 진압군을 파견할 정도인가 의문이 남는다.
매력 요소 많고 필요한 건 다 있지만…
그렇다고 '전란'이 문제작이라거나 완성도가 크게 떨어지는 건 아니다. 영화가 갖는 매력 자체는 작지 않다. 다채로운 검술 액션활극과 신분제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 전달, 두 가지는 달성됐다. 다만 그 이상으로 이야기의 완성도를 따져 물어갈수록 물음표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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