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집집마다 배터리 설치… ‘델’ 창업자 아들이 움직인 이유 [WEEKLY BIZ]

홍준기 기자 2024. 9. 2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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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미국 텍사스주의 450만 가구는 수일간 이어진 대규모 정전 사태를 경험했다. 전력 공급이 끊기고, 강추위까지 이어지면서 246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텍사스에서 날씨에 따라 발전량 변화가 심한 태양광·풍력 발전의 비중까지 늘면서 텍사스 전력망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탄생한 회사가 베이스파워다. 텍사스 지역의 가정에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를 설치하는 게 주요 사업 모델이다. 미니 ESS(에너지 저장 장치·Energy Storage System) 기업인 셈이다. 미국 내 전자·컴퓨터 하드웨어 부문 1위 기업이자 텍사스를 대표하는 IT 기업인 델 테크놀로지스의 창업자인 마이클 델(Dell)의 아들인 잭 델이 엔지니어 출신인 저스틴 로파스와 함께 세운 회사다.

베이스파워를 함께 창업한 잭 델(오른쪽)과 저스틴 로파스. 잭 델은 텍사스 대표 IT 기업인 델을 창업한 마이클 델의 아들이다./베이스파워 제공

삼성전자가 새롭게 공장을 건설하는 텍사스의 테일러 지역도 베이스파워의 주요 서비스 지역이다. 베이스파워 관계자는 “텍사스 주민들이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받으면서 전기 요금도 아낄 수 있도록 돕는 게 우리 회사의 목표”라고 했다. 그는 “거대한 글로벌 기업인 삼성이 텍사스에 생산시설을 짓게 되면 일자리와 인구가 늘어나는 장점이 있지만 전력망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도 커진다”며 “우리의 분산형 배터리 설루션이 이러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텍사스의 경제 성장도 도울 수 있다”고 했다.

-베이스파워가 텍사스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텍사스는 변덕스러운 날씨에 노출된 지역이다. 2021년 겨울 폭풍은 1950억달러의 재산 피해를 안겼다. 텍사스는 정전 빈도로도 미국 내에서 악명이 높다. 전기 요금도 마찬가지다. 2017년 이후 지금까지 전기 요금이 2배로 뛰었다. 우리는 배터리를 활용해 안정적이면서, 좋은 가격에 전기를 공급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베이스파워는 올해 초 6800만달러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이다. 회사의 설립자인 잭은 벤처캐피털에서 근무했었고, 저스틴은 스페이스X 등에서 일했던 엔지니어다.”

배터리를 설치해 텍사스 가정에 전기를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베이스파워의 사업 모델을 보여주는 조감도/베이스파워 제공

-텍사스 지역의 전기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이유는.

“첫번째 이유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내에서 규모가 큰 주 중 하나인 텍사스의 인구는 빠르게 늘고 있다. 향후 10여년간 5%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센터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전기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텍사스 지역은 데이터센터를 건설한 넓은 부지를 확보하기가 좋고, 세율이 낮다는 이점도 있다. 인공지능(AI)이나 가상화폐 거래를 지원하기 위한 기반 시설로서 데이터센터는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전기화’의 영향이 있다. 화석연료 대신 전기를 동력원으로 삼는 시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텍사스 지역에서 ESS 시설이 필요한 이유는.

“텍사스 지역의 전기 수요는 2030년이면 150GW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의 건설 계획 역시 이 정도 수준의 전기 사용량 증가에 발맞춰 나갈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는 간헐성이 있다. 당장 태양이 하루 24시간 동안 비추지 않는다. 그래서 몇 시간 동안 발생하는 전기 수요·공급 사이의 불균형(전력망 스트레스)을 해소하기 위해서 ESS가 필요하다. 대규모 배터리 ESS 시설은 전력망에 연결하기까지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베이스파워의 시설은 이미 존재하는 전력망에 손쉽게 연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민경

-전국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증가세는 어떠한가.

“태양광·풍력 발전 시설의 설치가 빠르게 늘고 있다. 태양광 발전량은 2023년부터 2025년 사이 75%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풍력 발전은 상대적으로 시설 설치에 돈이 많이 들어가고,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태양광 발전 시설만큼은 빠르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향후 5년간 해상 풍력 발전은 28%, 육상 풍력 발전은 6.6%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처럼 ‘간헐성’이라는 약점이 있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비중이 늘면,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 시설에 대한 수요도 커질 것으로 본다. 베이스파워는 이러한 수요 증가에서 기회를 찾으려고 한다.”

-향후 사업 계획은?

“현재 베이스파워는 소비자들이 전기 공급자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오스틴 인근과 DFW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짓는 테일러 지역도 서비스 대상 지역이다. 우리는 다른 텍사스 지역에서도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 내 다른 지역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나가는 것 역시 목표다. 전국 단위 전력망을 뒷받침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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