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잠시 미뤄주세요!” 그들이 분양 못하게 막은 이유

/[Remark] 주목해야 할 부동산 정보/ 최근 분양시장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분양 침체가 지속되는 지역에서는 할인 분양 등 미분양 해소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건설사와 수분양자 사이에서 갈등도 심해지고 있는데요. 자세한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Remark] 엘리베이터 사용료가 500만원? 광양 새아파트에서 무슨 일이

지난달 2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광양의 어느 아파트 디펜스 근황’이라는 글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해당 단지는 올 초 입주를 시작한 신축 아파트 단지로, 함께 공개된 2개의 사진에서는 ‘입주민 의결사항’이라는 제목의 공고문과 ‘부탁드립니다’라는 당부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요.

공고문에는 ‘할인 분양 세대 입주 적발 시 주차요금 50배 적용(1대 차량도 적용), 커뮤니티 및 공용 시설 사용 불가, 이사 시 엘베(엘리베이터) 사용료 500만원부터, 할인 분양세대 입주 불가’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또한 ‘부탁드립니다’라는 당부문에서는 ‘건설 분양 대행사와 협력한 부동산과의 계약을 잠시 미뤄주세요. 부탁합니다. 입주민이 협의할 시간을 잠시 주시면 좋은 이웃으로 환영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이는 건설사가 미분양 세대를 대상으로 초기 분양가 대비 최대 8000만원까지 할인 분양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입주자들이 이를 막기 위한 조치로 보여지는데요. 현재 이 아파트는 건설사가 입주민과의 대화에 나서면서 할인 분양은 잠시 중단된 상태라고 합니다.

[Remark] 침체기 때 등장하는 할인 분양, 건설사∙입주민 간 갈등 빈번

할인 분양은 분양 침체기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마케팅 방법입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미분양을 남겨 두는 것보다 할인해서라도 분양률을 올리는 편이 낫다는 판단을 하는 것인데요. 하지만, 이럴 경우 기존 분양가로 계약한 입주민과의 갈등은 좀처럼 피할 수 없게 됩니다.

일례로 지난 2010년 경남 진주시의 한 아파트에서는 입주한 지 1년이 지나도 미분양 세대가 절반을 넘었는데요. 이에 건설사가 분양가의 최대 1억원까지 할인해 입주자를 재모집했습니다. 이에 기존 입주자들이 할인 분양을 중단하라는 플랜카드를 단지 내 곳곳에 거는 등 갈등이 일어났습니다. 또, 2012년에는 경기도 부천시의 한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이 시행사의 할인 분양에 반발해 분양가 할인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미분양 아파트의 할인 분양이 법적 신고나 허가사항이 아니라는 점인데요. 지난 2013년 울산의 한 아파트의 경우, 기존의 수분양자들이 시행사와 시공사를 상대로 할인 분양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법원에서는 미분양 세대가 많아 판로 모색 차원에서 매매대금 액수 등을 결정하는 것은 계약 자유의 영역이라며, 할인 분양을 권리 남용이나 불법 행위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Remark] 미분양을 털기 위한 다양한 고육책 등장

그뿐 아니라 미분양이 증가하면 할인 분양 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동원됩니다. 일례로 미분양 세대가 많자 위약금을 물고 입주자 모집을 취소하며 분양 연기를 한 곳도 있습니다. 바로 지난해 말 전남 광양시에서 분양했던 ‘더샵 광양 라크포엠’인데요. 당시 시행사 측은 계약자들이 이미 납부한 계약금 1000만원에 위약금 1000만원을 더해 2000만원을 돌려주고 분양 계약 자체를 취소한 바 있습니다.

최근에는 계약자를 상대로 출산 지원금을 지급하는 단지도 나타났습니다. 얼마 전 광주연구개발특구 첨단 3지구에서 분양한 ‘첨단 제일풍경채’는 수분양자가 입주 전까지 출산할 경우 출산 자녀당 100만원의 출산 축하금을 지원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자산매입이 선보인 ‘헷지했지 아파트 안심매입약정’입니다. 헷지했지 아파트 안심매입약정은 매도 권리 행사기간(전매제한 및 실거주 의무기한이 지난 시점에서 60일) 내 분양받은 아파트를 취득원가로 매도할 수 있는 상품인데요. 준공 후 담보가치 감정가가 안전하다고 평가된 이른바 ‘안심청약단지’에 선정되면 이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만약 입주 시점에 시세가 하락하더라도 이 서비스를 활용하면 약정된 수수료를 내고 분양가에 매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Remark] 지역별 양극화 심화… 미분양 마케팅 지속될 듯

최근 서울 및 수도권 인기 지역에서 청약 완판 사례가 늘고 있고, 전체적인 미분양 수치도 줄어들고 있어 주택경기 상황이 좋아지는 것 아니냐는 일부 목소리가 있긴 하지만, 일부 지방의 경우 미분양이 오히려 늘고 있어 우려를 자아냅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전국 미분양 물량은 총 6만1811가구로, 올 1월(7만5359가구)와 비교하면 18%가량 하락했습니다. 특히 수도권이 같은 기간 37.4%가 하락했는데, 이는 서울보다는 인천과 경기도 미분양 물량이 대폭 하락한 영향이 컸습니다.

하지만 지방의 경우는 오히려 증가한 곳이 눈에 띕니다. 우선 제주도는 올 초보다 36.1% 늘었으며, 전남 역시 같은 기간 24.5% 증가했습니다. 미분양의 무덤이라 불리는 대구는 미분양 가구수가 올 초 대비 20.5% 줄었지만, 여전히 1만 가구 이상이 미분양 상태입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지방을 중심으로 할인 분양과 같은 마케팅은 한동안 지속되리라 보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런 상황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내 집을 마련할 기회가 될 수도 있는데요. 다만 지역 내 미분양 추이는 어떻게 되는지, 할인 분양가는 적정한지, 인근 지역에서 할인 분양하는 곳은 없는지, 입지는 괜찮은지 등을 꼼꼼하게 따지고 옥석을 가리는 안목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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