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약 파는 약국 폭증… 처방전 없이 ‘비아그라’ 성분 약도 내줘
15년 새 취급 약국 35배로 급증
동물용 의약품 93% 살 수 있어
비아그라 성분 함유 ‘개 심장약’
구매문의하자 처방전 없이 내줘
마취·호르몬제도 팔아 잠재 위험
“판매기록 의무화 등 대책 마련을”
“10정에 3만원입니다.”
23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일반약국. ‘동물약 판매’라는 안내문이 붙은 이 약국에서 취재진이 강아지 심장약인 ‘실리정’을 주문하자 약사가 이같이 말했다. 별도의 처방전은 필요하지 않았다. 약사법 제85조 7항에 따르면 ‘약국 개설자가 처방대상 동물용 의약품을 처방전 없이도 판매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반려동물 양육 여부나 동물병원 처방전 등을 확인하지 않고도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약국 두 곳에서도 “현재 재고가 없다”면서도 주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데나필 100㎎을 기준으로 실리정은 10정을 3만원에 살 수 있지만, 비아그라 성분을 토대로 만든 한미약품 ‘팔팔정’은 처방전 발급비용을 포함해 통상 6만∼9만원 정도가 든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실리정을 두고 ‘가격이 저렴한데 사람이 복용해도 되나요?’, ‘동물용 의약품이어서 처방전 없이 구매했다’ 등의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반려인 1000만명’ 시대와 함께 동물용 의약품을 취급하는 일반약국이 늘어나면서, 동물용 의약품을 사람이 오남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동물용과 인체용 의약품의 성분이 유사한 경우가 많지만, 그 문턱은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다.

2019년에는 동물용 기생충약 ‘펜벤다졸’이 항암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암환자들이 앞다퉈 구매해 품귀현상이 벌어졌다. 한때 중고가격은 2∼3배 치솟기도 했다. 주홍규 제주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펜벤다졸이 오히려 암 치료를 방해할 수 있다’는 연구 내용을 발표했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오남용 문제가 지적됐다.

당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동물약은 처방 없이 사고, 또 인간이 모을 수가 있기 때문에 (문제 제기에) 동의한다”며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조찬형 반려동물그룹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청음)는 “현재는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주사제용 백신 두 가지 정도만 동물병원에서 처방받은 후 약국에서 살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며 “(오남용 방지를 위해) 최소한의 장치만 마련해놓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강병구 대한약사회 이사는 “의사가 처방을 내리고, 약국에서 약사가 한 번 더 검증해 처방전에 따라 약을 짓는다면 오남용 사각지대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장한서·장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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