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ucation]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의 중학생 대입 준비 족집게 조언
“우리 아이가 중학교 때 올 A였는데 고등학교에 들어가더니 4등급을 받아 왔어요. 공부를 안 하는 걸까요?” 온라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문이다. 그 답을 듣기 위해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를 만났다.
이들을 위해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를 만났다. 그는 하늘교육에서 수학 강사로 커리어를 시작해 대표 자리에 올랐다. 2014년 50년 역사의 종로학원 인수를 주도하며 주목받았다. 현재 종로학원은 대학 입시뿐 아니라 고등학교 입시 등 중학생을 위한 교육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그는 "정시 확대 기조가 고등학교 입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면학 분위기가 좋은 고등학교를 가야 한다는 인식이 학부모님들 사이에서 강해졌습니다. 자사고·특목고 선호가 높아지고 있죠. 수도권 16개 대학 정시 선발 규모가 40%로 맞춰진 후, 수능 준비에 유리한 학교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정시 이월 인원까지 고려한다면 16개 대학의 절반 정도 인원은 단 하루에 치러지는 수능 점수가 결정한다고 봐야 합니다. 5년 전과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그때는 어땠나요.
당시엔 주요 대학에서 전체 인원의 20% 정도만 정시 모집을 진행했습니다. 서울대·고려대의 경우엔 90%를 수시로 뽑았고요. 그러다 보니 정시 모집은 수능에서 고득점을 받을 확률이 높은 재수생들의 전유물 같았죠. 그래서 오히려 일반고를 선택하는 학생이 많았습니다.
어느 정도 성적 수준이 되면 자사고·특목고 진학을 고려하는 게 좋을까요.
현재 중학교는 절대평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점수가 90점만 넘으면 A를 받죠. 자사고·특목고에 진학하려면 중학교 성적이 올 A에 가까워야 합니다. 올 A가 아닌 학생도 선발 기준에 따라 자사고·특목고에 진학할 수 있지만 합격보다 중요한 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는 것입니다. 명문고라고 해서 모두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좀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자면, 중학교 2~3학년 때 평균 95점 이상을 받는 학생이 자사고·특목고 진학 후에도 경쟁력 있는 컨디션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임 대표는 "중학교 성적을 면밀하게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과목마다 평균 성적이 나와 있습니다. 이를 보면 문제의 난이도를 파악할 수 있죠. 어렵게 출제된 시험에서 95점을 받는 것과 쉽게 출제된 시험에서 같은 성적을 받는 것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또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이 상승 곡선을 그린다면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공부해야 하는 양과 범위가 늘어나는데, 이에 잘 적응할 수 있다고 봅니다. 자신의 성적을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고등학교에 가서 덜 충격받을 수 있습니다."
자사고·특목고, 일반고, 과학중점학교?
지금 초등학교·중학교 학생들은 자신의 학업 능력을 파악하는 면에서 암흑기에 있다고 봐야합니다. 현재 중학교 절대평가에서는 90점 이상을 받는 학생이 전체의 30~40%를 차지합니다. 이를 그대로 고등학교 상대평가로 적용하면 A에 1등급부터 4등급 학생이 다 포함돼 있는 거죠. 재수생도 포함된 수능에 적용한다면 5등급까지도 내려갈 수 있습니다.
그의 설명을 보강하자면 이렇다. 현행 고등학교 내신과 수능은 상대평가를 적용한다. 1등급(상위 4%), 2등급(상위 11%), 3등급(상위 23%), 4등급(상위 40%), 5등급(상위 60%) 순으로 백분위에 따라 9등급까지 매겨진다. 그러니까 중학교 때 상위 40%에 포함돼 A를 받은 학생의 경우 단순 계산으로만 최하 4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중학교에서 절대평가를 하는 걸 비판적으로 보시나요.
사실 상위 5~10%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극단적으로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나머지 90%에 해당하는 학생들입니다. 자신의 성적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오히려 진로를 정하기가 어렵습니다. 국가 차원의 시험이 됐든, 학교 차원의 시험이 됐든 자신의 학업 수행 능력에 대한 정확한 측정을 해볼 기회는 제공해야 한다고 봅니다.
자사고·특목고냐, 일반고냐에 따라 수시 전략은 어떻게 달라지나요.
자사고·특목고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학생부 교과 전형이 높은 내신 성적을 요구하기 때문에 학생부 종합전형을 선택할 수밖에 없죠. 문제는 일반고 학생들의 경우입니다. 학생부 교과 전형, 학생부 종합전형 가운데 어떤 것을 준비하든, 수능 최저 기준을 통과할 정도 혹은 그 이상의 성적을 받을 수 있도록 미리 수능 준비를 해야 합니다. 수시 중 수능 최저 기준이 없는 전형이 있지만 대신 내신 커트라인이 높게 형성됩니다. 수능 공부를 해둬야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일반고를 지원할 때 면학 분위기는 좋지만 내신 성적을 높게 받기 어려운 학교, 혹은 그 반대의 경우 중 어떤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가요.
내신 성적을 높게 받을 수 있는 학교에서 1점대를 유지한다면 수시에서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걸 장담하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반대의 경우를 항상 생각해봐야 합니다. 우수한 학생은 적지만, 내신 성적을 높게 받을 수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했는데 막상 좋은 내신을 받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다면 대입은 수능 준비에 얼마나 신경을 써주느냐가 관건이 됩니다. 일부 우수한 학생의 수시 관리에만 치중하는 학교라면 스스로 수능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거죠. 그래서 고등학교 지원하기 전에 전년도 입시 결과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선행학습 그 자체보다, 측정이 중요하다"
이른바 좋은 학군에 속해 있지 않은 과학중점학교는 대체로 내신 위주의 교육에 힘을 싣기 때문에 수시를 통해 좋은 결과를 얻어야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서 말했듯 중학교에서 올 A 수준이 아니라, 90점대 중후반을 전 과목에서 다 받는 학생의 경우 고등학교 진학 후 어느 정도 내신으로 승산을 볼 수 있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과학중점학교가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극단이 좀 더 큰 학교라는 걸 감안하고 진학을 결정해야 합니다. 또 학생부 종합전형도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에 과학중점학교의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학교 3학년 겨울 방학은 어떻게 보내야 하나요.
정시 비율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절반이 넘는 학생은 수시로 대학을 가야 합니다. 내신 성적에 반영되는 과목 수를 기준으로 놓고 보면 대입에 반영되는 내신 성적의 46%가 고1 때 결론이 납니다. 고2까지의 성적이 사실상 90%를 차지하죠. 가장 중요한 건 고1 첫 중간고사입니다. 이걸 잘 봤을 때와 못 봤을 때 대입 플랜은 하늘과 땅 차이로 갈라집니다. 그렇다면 지금 목표는 뚜렷하게 정해져 있는 셈이죠. 첫 중간고사를 잘 보기 위한 공부를 시작해야 합니다. 진학할 학교의 중간고사 문제를 구해서 미리 풀어보는 노력을 해볼 수 있겠죠.
임 대표는 "지금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 이야기가 비관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으나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국제중학교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좋은 대학에 가려면 중학교 선택부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방증입니다. 하지만 고1 3월 첫 모의고사나 고1 첫 중간고사에서 결과가 여의치 않게 나왔다고 해서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복잡하게 생각하기보다 그 즉시 고1 첫 중간고사 성적이 고3 때까지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수능이라는 플랜 B를 바로 가동시켜야 한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고등학교 때 성적이 오르기도 하나요.
사실 내신은 쉽지 않다고 봅니다. 고1 학생의 성적을 추적 조사해보면 고1 1학기 중간고사 성적이 큰 변화를 보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수능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1학년 모의고사가 수능 시험까지 그대로 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재수생들의 90%가 9개월 동안 성적 향상을 보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1 첫 중간고사 성적이 만족스럽게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내신 공부를 포기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수능은 2년 6개월 이상 남은 시험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 공부를 미루게 되죠. 이런 생각은 대입 결과에 직접적인 폐단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고1 첫 중간고사가 중요하다면, 선행학습은 사실상 필수적이라고 봐야겠네요.
중학교에서 90점 중반대 이상은 나와야 한다고 하고, 고1 첫 중간고사가 대입 전략을 결정한다는 이야기를 하면 많은 학부모님이 불안함을 느끼실 겁니다. 하지만 사교육 시장에서 이미 수능이라는 목표는 뚜렷합니다. 공교육에서는 선행학습을 못 하게 막아두었지만, 평가원과 교육청에서는 매년 모의고사 문제를 내죠. 사실상 어디까지 선행학습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는 셈입니다.
중학교 때 어떤 공부를 미리 해둘 수 있을까요.
가장 쉬운 건 영어입니다. 수능에서 90점만 넘으면 1등급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미리 1등급 수준을 만들어두면 대입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죠. 국어 선택과목 중 '언어와 매체’의 표준점수가 '화법과 작문’보다 높은데 이를 선택하는 학생의 비율은 적습니다. 문법이 언어와 매체 문제에 포함돼 학생들이 어렵게 느끼기 때문이죠. 문법 공부를 미리 해두면 자신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또 국어는 우리말로 돼 있으니 학부모님이 수능 문제를 읽어보시면 어떤 식으로 출제되는지 감이 잡힐 겁니다. 왜 문해력이 화두가 되는지, 수능 국어 문제에서 어떤 사고력을 요하는지를 파악해볼 수 있는 거죠.
많은 학생이 수학 선행학습에 몰두합니다.
문이과 통합 수능의 핵심은 결국 수학입니다. 문과를 가든 이과를 가든 공통과목인 수1·수2 공부를 미리 해둘 수 있죠. 다만 학원에서 "아이가 고2까지 끝냈다"는 추상적인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저는 선행학습이 좋은지 나쁜지에 대해서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해왔습니다. 다만 선행학습을 하는 경우 실제 측정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고교학점제, 기초 과목 중요성 달라지지 않아"
어떻게 측정할 수 있나요.단순합니다. 진도를 끝냈을 때 해당 단원의 모의고사 혹은 수능 문제를 풀어봐야 합니다. 선행학습을 제대로 했다면 그 문제를 정확하게 풀 수 있죠. 건강검진과 유사합니다. 결과가 나오면 그 수치를 직접 확인하고 습관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지, 건강검진을 받았다는 행위 자체에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내년 시범 운영, 3년 뒤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의 영향이 있나요.
여전히 주요 과목은 상대평가가 진행됩니다. 선택과목이 절대평가로 진행되는 구조죠. 대학에서 교양 수업을 듣는 것처럼 다양한 수업을 들게 해 진로 선택에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인데요. 하지만 현재 80개 고등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시범 운영 현황을 보면 선택과목 역시 국영수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높은 과목 위주로 편성되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수능 성적에 도움이 되는 과목들로 학교가 교과목을 편성하고, 학생들도 여기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결국 변하지 않는 건 주요 과목의 중요성이죠. 고교학점제가 전면 실시되는 현재 중학교 1학년 학생에게도 국영수 등 기초 과목 공부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의 특징이 있나요.
대개 목표가 뚜렷하고 스스로 자기 길을 찾아갑니다. 학부모의 의지보다 학생의 의지가 더 강한 경우가 많습니다. 재수생들만 봐도 어쩔 수 없이 재수하는 학생보다 목표치를 갖고 스스로 선택한 학생이 좋은 성적을 거둡니다. 아이가 공부에 집요하게 파고드는 마인드를 갖게 해주는 게 중요합니다. 부모님은 강요하기보다는 공부 루트를 설명해주는 가이드 역할을 해야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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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호영 기자 뉴스1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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