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여성 시신 나온 '태양의 섬'…범인은 유족 위로하던 '부족장'[뉴스속오늘]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태양의 섬은 볼리비아와 페루 사이 해발 약 4000m 고지대에 있는 티티카카 호수 남쪽에 있는 섬이다. 잉카의 태양신이 이곳에서 태어났다는 신화가 전해 내려와 잉카 문명의 발상지로 알려졌고,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유명 관광지다.

돌로 덮인 채 발견된 시신에서 한국 여권이 발견됐고, 신원 확인 결과 볼리비아를 여행하던 40대 여성 A씨로 밝혀졌다.
볼리비아 경찰이 실시한 부검 결과, 시신에서는 목, 가슴 등 11군데의 자상(끝이 예리한 물체에 찔린 상처)·창상(피부나 조직이 찢어지거나 벗겨진 상처)과 함께 성폭행 흔적이 발견됐다. 사인은 과다출혈로 인한 쇼크였다.
그러나 태양의 섬은 부족 자치권이 강한 지역이라 경찰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미궁에 빠지는 듯했던 사건은 1년여 만에 실마리를 찾았다. 한국 측 요청으로 재수사를 시작한 볼리비아 경찰이 주민 증언을 바탕으로 내사를 벌인 끝에 2019년 4월 용의자를 특정한 것이다.
용의자는 다이너마이트 등 화약 무기로 무장하고 있었고, 일부 주민들은 그를 숨겨주기도 했다. 경찰은 며칠간 대치 끝에 태양의 섬의 차야족 부족장인 로헤르 초케 멘도사(당시 35세)를 그해 5월 체포, 구속했다. 멘도사는 이 사건 외에도 8건의 상해 전력이 있는 인물이었다.
멘도사는 "결백하다. 이 혐의는 잘못됐다"며 "나는 부족장이고 부족장으로서 우리 마을의 규칙과 절차를 지킨다"며 살해 혐의를 부인했다. 차야족 원주민들은 페이스북 등에 멘도사 구명 운동을 위한 페이지를 개설해 멘도사는 희생양이라며 그의 결백을 주장했다.
그러나 멘도사는 2021년 4월 26일 A씨 살해에 가담한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A씨 시신이 발견된 지 3년 3개월여 만의 일이다. 재판부는 A씨 시신에 남은 잔혹한 범행 흔적을 양형 이유에 참작했다.
사건을 담당한 윌리엄 알라베 라우라 검사는 "부검 보고서와 사건 장소 통행 기록, 목격자 여섯 명의 진술, 현장 감식을 통해 얻은 증거 등을 법원에 제출했다"며 법원이 이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멘도사가 관광객 안전에 대한 책임을 소홀히 했다"며 "멘도사는 사건 당일 낮부터 밤까지 해당 지역을 드나든 사람들을 감시한 통행인 명부를 갖고 있었지만, 검찰이 이 정보를 요구했을 때 그는 '전혀 아는 게 없다'며 수사를 방해했다"고 말했다.
이후 멘도사 측은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했고 검찰도 원심의 형이 가볍다며 항소해 징역 30년 선고를 요청했으나, 2022년 3월 고등법원은 원심판결에 법률적 오류가 없다고 보고 양측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건이 발생하자 한국 외교부는 2019년 5월 볼리비아 전역의 여행경보를 3단계(출국 권고)로 상향했다. 현재는 볼리비아 전역이 불필요한 여행 자제를 당부하는 여행경보 2단계(여행 자제)다.
이은 기자 iame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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