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승부사 소리 나와야"···위기의 민주당, 이재명은 어디에
"이재명 대표가 많이 위축돼 있다."(더불어민주당 한 초선의원)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두 달 간 '돈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암호화폐·코인) 투자 논란' 등 연이은 악재를 겪는 과정에서 이재명 당 대표의 리더십이 실종됐다는 우려가 당 내부에서 흘러 나온다. 당 대표로서의 결단과 과감한 실행력이 필요한 때라는 지적이다.
한 민주당 초선의원은 29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내부적으로든, 외부를 향해서든 당 대표가 나서서 누구보다도 더 많이 말을 해야 하는 시기"라며 "하지만 당이 한 발 늦은 대처를 하고 당 대표는 늦장 대응을 발표하는 수준의 발언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되려 제 식구를 감싸는 모습으로 비쳐 논란만 키우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2021년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 전달 등 의혹을 받아 수사선상에 오른 윤관석·이성만 의원은 지난 3일 자진달탕했다. 앞서 관련 의혹 정점에 선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도 지난달 말 탈당했다. 다만 이들 세 사람은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 또 김남국 의원은 한 때 수 십억원 규모의 코인을 보유하고 국회 회의 중 매매했다는 논란 속 지난 14일 민주당을 탈당했다.
이 대표는 두 사건에 대해 지난달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달 14일 쇄신 의원총회에서 각각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그 외 두 의원들의 거취나 당 내 후속조치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자제해왔다.
이 대표의 리더십 부재를 드러내는 사례로 복수의 의원들은 지난 25일 본회의 전에 개최됐던 민주당 의원총회(의총)를 들었다.
이날 의총에서 이 대표는 평소 해오던 '모두발언'(회의나 연설 등에서 첫 머리에 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의총이 비공개로 전환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의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럿 나왔고 대의원제 폐지를 둔 논쟁이 벌어졌지만 이 대표의 침묵은 이어졌다.
한 수도권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에 "물론 의총의 주인공이 원내대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 당 대표가 한 마디도 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당이 추진하겠다고 한 혁신기구에 대한 설명도 없었고 오히려 혁신기구 구성과 관련한 청사진을 당 지도부가 제시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발언이 두 번이나 나왔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의 최근 소극적인 태도는 그동안 이 대표에게 기대됐던 그의 드러난 성향과도 배치된다는 평가다. 이 대표 본인이 사법리스크에 처한 현실이 운신의 폭을 제약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따라온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대북송금 의혹 등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중이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친형 강제 입원 의혹 등으로 재판받던 와중에 정치적으로는 오히려 성장했던 2020년을 떠올린다. 이 대표는 당시 경기도지사를 지내며 코로나19(COVID-19)가 한 창일 때 신천지교회를 상대로 긴급행정명령을 과감히 단행하고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를 앞서서 주도하며 전국적인 지지를 받았다.
계파색이 옅은 한 의원은 "최근에 이 대표를 만나보면 상당히 소극적으로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본인의 사법 리스크에 갇혀버린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며 "본인의 사건과 지금 당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들을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 '사이다'라거나 '승부사'라는 말이 다시 나오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으로서는 내년 총선까지 1년 남짓한 시간을 남겨둔 상황에서 이 대표의 리더십 복원을 바랄 수밖에 없단 의견도 나온다. 이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정세균·김부겸 전 총리 등이 민주당 구원투수로 언급되고 있긴 하나 아직까지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 적임자로 거론되는 데 그치는 수준이다. 현재 이 대표를 대신해 총선을 승리로 이끌 확실한 대안으로까지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비명계(비이재명계) 한 의원은 "이 대표가 대선후보가 된 시점을 전후해서 당원 수가 대폭 늘어난 것이 사실"이라며 "현시점에서 이 대표와 지도부가 사퇴해도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고 마땅한 대안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의 사퇴론이 언급되지만 극히 일부에 그치는 이유"라며 "결국 이 대표가 달라져야 하고 이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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