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100을 더 완벽하게 구동해낸 디아블로 333
ATC SCM100 PSLT
Gryphon Diablo 333
지난해 발매된 그리폰(Gryphon)의 새로운 얼티밋 플래그십 앰프인 커맨더 프리앰프와 에이팩스 파워 앰프는 지난 5년 동안 탈바꿈한 그리폰의 새 시대를 보여주는 이정표이자 마스터피스였다. 과거 차세대 기술 플랫폼으로 시작된 메피스토의 시대를 지나, 앞으로 다가올 또 다른 시대를 준비하는 넥스트 레벨이 바로 커맨더와 에이팩스였던 것이다. 새로운 트랜지스터와 새로운 부품들, 그리고 새로운 회로망 구성과 새로운 섀시까지, 그리폰 로고만 제외하면 그리폰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제품의 시작인 셈이다. 특히 사운드적으로도 전통적인 어둡고 육중한 무게감 및 중후함의 대명사에서, 해상도와 투명도를 앞세운 현대적인 하이엔드로 완전히 바뀐 것도 주목할 만하다. 차에 비유한다면 마치 쇼퍼 드리븐의 정통 세단에서 첨단 스포츠카로 변신했다는 것이다. 환골탈태의 수준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그리폰 사운드의 탄생을 알리고 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지난 20여 년 동안 회로 설계와 그리폰 엔지니어링을 책임져온 톰 뮐러가 있었다. 그는 과거 오너였던 라스무센과 협업으로 개발을 이끌어 왔지만, 2018년부터는 총 책임자로서 독자적인 개발 및 튜닝을 이끌고 있다. 덕분에 커맨더와 에이펙스는 백지 상태에서 무제한의 예산으로 최고의 앰프를 목표로 완성된 결과물인데, 가장 성공적인 새로운 세대의 그리폰을 완성시켜낸 것이다.
차세대 앰프 기술의 플랫폼으로 탄생된 커맨더와 에이팩스의 모든 것은 인티앰프로 이어져, 디아블로 라인 또한 차세대 앰프 회로로 변신하게 되었다. 디아블로(Diablo) 333이 그 증거이다. 디아블로 333은 디아블로 300과는 완전히 다른 앰프로, 디아블로라는 이름만 공유하고 있을 뿐이다. 디아블로 300이 메피스토를 기반으로 설계된 것처럼, 디아블로 333은 커맨더와 에이팩스에 모든 기술적 뿌리를 두고 있다. 디아블로 333은 에이펙스 파워 앰프에서 새로 도입된 부품들과 회로를 그대로 사용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출력단의 파워 트랜지스터로 전작들에 사용했던 산켄 바이폴라 대신 도시바의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도입한 것이다. 또한 광대역의 응답과 하이스피드, 그리고 글로벌 피드백이 없는 논-네거티브 피드백 설계로, 에이펙스의 기술적 DNA가 그대로 녹아 있다. 물론 일체형 인티앰프이기에 출력 수치와 출력단의 구성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좀더 효율성을 가미하고 파워의 배가를 담아내어 인티앰프임에도 에이펙스보다 높은 8Ω 기준 333W에서 2Ω 기준 1,100W까지 압도적인 파워를 구사할 수 있도록 진화되었다. 프리앰프 회로 또한 마찬가지다. 커맨더의 볼륨 회로와 버퍼 회로가 디아블로 333의 프리앰프 회로로 그대로 적용되었다. 다만 차이라면 볼륨의 스텝 수가 다를 뿐이다.
작년 독일 뮌헨 하이엔드 쇼에서도 그리폰은 디아블로 333에 자사의 새 스피커 EOS 2를 연결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세밀한 디테일의 높은 해상력으로 현대 하이엔드 사운드다운 홀로그래픽적인 이미지와 함께 2웨이 구성의 EOS 2에서도 압도적인 힘으로 빠르면서도 깊은 저음으로 여유 넘치는 안정감을 들려주었을 뿐만 아니라 중역의 높은 정보량은 한 치의 음도 놓치지 않는 듯한 단단하고 명료한 음을 선사해 주었던 것이다.
이처럼 인티앰프의 한계를 넘어선 디아블로 333은 다른 스피커들에서도 차별화된 성능을 보여줄 수 있을까? 디아블로 333의 한계를 체험해보기 위해 색다른 매칭이 될 수 있는 ATC의 SCM100 PSLT를 준비했다. SCM100 PSLT는 ATC의 대표 라인인 타워 시리즈 중에서도 핵심 모델로 31.4cm의 대형 우퍼와 ATC의 전매특허인 돔 미드레인지, 그리고 자체 개발 실크 돔 트위터로 만만치 않은 앰프의 능력을 요구하는 스피커이다.
디아블로 333과 SCM100 PSLT의 조합은 과거 디아블로 300과의 조합에서 경험했던 사운드와는 많은 부분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여준다. 디아블로 300으로도 꽤 인상적인 구동력과 안정된 중역으로 인티앰프 답지 않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는데, 디아블로 333은 그것과 완전히 다른 레벨의 음을 들려준다. 듣자마자 알 수 있는 큰 차이는 역시 사운드 스테이지의 입체감과 규모, 그리고 세밀한 디테일의 차이이다. 커맨더와 에이펙스에서 느낄 수 있었던 새로운 그리폰 사운드의 모습이 SCM100 PSLT에서도 그대로 묻어나온다. 특히 현저히 개선된 저음은 단순히 힘으로만 제압하는 무게감의 모습을 벗어나 빠르고 정교하며 저음의 스피드가 대폭 개선되어 마치 분리형 앰프로 SCM100 PSLT를 자유자재로 이끄는 듯한 느낌을 보여주었다. 단순히 33W의 출력 배가로 좀더 좋아진 힘의 인상이 아니라 체급 자체가 달라진 앰프의 힘과 스케일로 스피커를 제압하는 모습을 체험할 수 있었다. 혹시 이전에 비해 너무 밝고 얇아진 소리가 아닐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경질화 내지는 고역 강성 위주의 튜닝 같은 음색적 변화가 아니라 SCM100 PSLT의 중역의 정보량과 정확한 고역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기본 퀄러티 자체를 몇 단계 더 높여준 것이다.
디아블로 333은 ATC SCM100 PSLT와의 매칭에서도 몇 단계 더 높아진 사운드 퍼포먼스로 여전히 변함없는 최적의 조합임을 입증했는데, 차세대 그리폰의 기술과 사운드를 보여주는 인티앰프의 역작임을 직접 알 수 있는 체험이었다. 글 | 성연진(audioplaza.co.kr)
수입원 (주)다미노 (02)719-5757
ATC SCM100 PSLT
가격 3,720만원(Standard Veneers)
Gryphon Diablo 333
가격 3,8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