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동반자 QQQ·SOXL…한국도 3배 ETF 가능해질까[ETF 300조 시대④]

서학개미가 굴리는 미국 주식이 250조원을 넘어섰다. 미국 증시는 단기 조정에도 “결국 우상향한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숫자다. 혁신의 속도나 기업의 이익 면에서 미국 증시가 국내보다 우위에 있다는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테슬라, 엔비디아 사랑이 여전한 와중에 해외 상장지수펀드(ETF)에도 뭉칫돈이 몰렸다. 분리과세 등 세제상 유리한 점이 있는 데다 3배 레버리지 ETF 등 국내에선 판매가 금지된 다양한 상품이 상장돼 있어서다. 지난해 미국 증시에서 ETF 숫자가 사상 처음으로 상장 주식 종목 수를 넘어섰을 정도다.
선택지가 넓고 수익률이 검증된 해외 ETF를 적금처럼 활용하거나 고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한국에서는 규제하고 있는 3배 레버리지 상품에 베팅하는 공격적 투자에도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쏠리고 있다.
서학개미의 3배 레버리지 사랑

서학개미가 사랑한 미국 ETF TOP3는 모두 증시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에 따르면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ETF는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SRS 1(QQQ)’이다. QQQ의 국내 투자자 보관금액만 39억4402만 달러(5조8000억원)에 달한다.
S&P500을 추종하는 ‘뱅가드 S&P500(VOO)’에도 국내 투자자 자금이 36억9437만 달러(5조4336억)나 들어가 있다.
한국에서는 상장이 금지된 3배 레버리지 상품도 고수익을 추구하는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나스닥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QQQ 3배(TQQQ·약 34억 달러),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셰어스(SOXL·약 27억 달러),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X 셰어스(TSLL·약 26억 달러) 등은 모두 서학개미의 계좌 상위 순위에 있다. 이 중 SOXL은 AI 반도체 열풍을 타고 6개월간 110% 수익률을 올렸다.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선호가 높다 보니 정부도 서학개미를 국내로 돌리기 위한 카드로 ‘3배 레버리지 ETF’를 꺼내 들었다. 정부는 이들 자금이 국내 증시로 흘러들어오도록 각종 유인책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미국 주식을 팔고 국내로 들어오면 양도세를 면제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은데 이어 국내 시장의 ETF 규제를 해외 수준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ETF의 배수 한도를 현재 2배에서 3배로 늘리고 종목 구성 제한도 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방안이 실현되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주가상승률을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가 국내 증시에도 등장할 수 있게 된다.
미국 ETF 수익률 상위는 ‘원자재’

서학개미들이 기술주와 지수에 집중하는 사이 수익률이 상위권을 휩쓴 종목은 ‘원자재 ETF’였다. 최근 6개월간 미국 증시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린 ETF(레버리지, 인버스 제외) 5개 중 4개가 금이나 은에 투자하는 상품이었다.
특히 지정학적 리스크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맞물리며 은 실물이나 금 채굴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들이 140~150%대의 압도적인 성과를 기록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을 통제하면서 해상운송 ETF도 급등했다. 미국 ETF 중 6개월간 수익률 1위는 ‘브레이크웨이브 탱커 시핑(BWET·159%)’이었다. BWET는 원유 운반 탱커의 운임지수 선물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글로벌 에너지 물류 수급과 해상 운임 변동에 수익률이 좌우된다.

2위부터 4위까지는 ‘은’이 차지했다. ‘아이셰어즈 MSCI 글로벌 은&금속 채굴기업((SLVP)’은 150% 뛰었고 은 실물 가격을 추종하는 ‘애버딘 실물 은(SIVR)’과 ‘아이셰어즈 실버 트러스트(SLV)’는 146% 급등했다.
금 선물과 금 채굴 기업 주식에 동시 투자하는 ‘위즈덤트리 이피션트 금+금 채굴기업 전략(GDMN)’ 역시 145% 치솟았다.
금과 은 등 원자재값 급등은 글로벌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되자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쏠린 영향이다. 물가가 여전히 높은 가운데 금리인하 시점이 늦춰지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커졌고 이를 회피하려는 자금이 금으로 몰렸다.
미국 국채금리 하락,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도 상승세를 뒷받침한 요인으로 꼽힌다.
아울러 지난해 말 잠시 조정을 받던 금값이 다시 상승국면을 맞은 것은 올초 베네수엘라 정국 혼란, 이란 반정부 시위 등 잇단 지정학 리스크가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한 영향이 컸다.
국내 상장된 해외 투자 ETF 성적 역시 ‘반도체’와 ‘원자재’가 갈랐다.
글로벌 D램반도체 지수에 속한 기업에 투자하는 ‘PLUS 글로벌HBM반도체’는 6개월간 152% 뛰었고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반도체 핵심 기업에 투자하는 ‘KODEX 아시아AI반도체exChina액티브’는 같은 기간 81.6% 상승했다.
글로벌 금 채굴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HANARO 글로벌금채굴기업’은 109.9% 급등했고 MVIS글로벌 희토류·전략금속 지수를 추종하는 ‘PLUS 글로벌희토류&전략자원산업’은 81% 뛰었다.
투자자들이 국내와 해외 시장을 저울질하는 배경에는 상품의 다양성뿐만 아니라 ‘세금’이라는 현실적인 계산법도 자리 잡고 있다. 같은 지수를 추종하더라도 어디에 상장된 상품을 사느냐에 따라 내야 하는 세금의 종류와 세율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왕현정 KB증권 패밀리오피스부 세무전문위원은 “자신의 연간 금융소득 규모에 따라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왕 위원에 따르면 국내 상장 해외 ETF는 ‘배당소득’이, 미국 직투 ETF는 ‘양도소득’이 발생한다. 양도소득은 금융소득이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신고대비 및 세부담의 예측이 용이한 편이다.
그는 “연간 기대 금융소득 규모가 2000만 원이 되지 않는 투자자라면 15.4% 세금으로 분리과세돼 과세 의무가 종료되는 국내 상장 해외 ETF 투자가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금융소득 규모가 2000만원을 넘을 것으로 기대되는 투자자라면 복잡한 과세 체계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고 이를 회피하려는 심리가 강해진다”며 “종합소득세 부담이 높은 투자자는 금융소득이 아닌 양도소득으로 과세되는 미국 직투 ETF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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