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명령하면 게임이 뚝딱, 20대에 연봉 3억 포기하고 한국 돌아와 만든 것

AI 기반 게임 엔진 개발사 아폴로스튜디오 조성민 대표
아폴로스튜디오 조성민 대표. /아폴로스튜디오

어도비(Adobe)가 디자인 시장의 절대적 툴이던 시대가 있었다. 영상도 사진도, 어도비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전문가만의 전유물이었던 시절 비전문가에게 창작의 벽은 높았다.

이제는 비전공자도 인공지능(AI)을 통해 전문가 수준의 영상과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다. AI가 기술적 숙련도라는 허들을 제거하고,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게임 개발 시장에도 이러한 변화를 만들고 있는 기업이 있다. AI 기반 게임 엔진 개발사 아폴로스튜디오다. 막대한 비용과 고도의 전문 지식이 있어야만 가능했던 게임 개발의 문턱을 AI를 통해 낮추고 있다. 조성민(31) 대표를 만나 게임 산업의 미래를 들었다.

◇특허 출원하던 발명가 소년, 연봉 3억원 금융맨이 되기까지

조 대표는 홍콩 금융권에서 경력을 쌓았다. /아폴로스튜디오

조성민 대표의 첫 개발 경험은 2013년 고등학생 때였다. 청심국제고 재학 당시 물리와 생물을 좋아했다. 특히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일에 재미를 느꼈다. 삼성과 애플이 터치패드 기술로 법적 분쟁을 벌이는 것에 착안해 ‘빛의 반사를 인식하는 터치패드’ 기술을 물리 교사와 함께 연구해 특허를 출원했다. 학용품 자에 미니 레일을 달아 컴퍼스나 형광펜을 꽂아 쓸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다 게임 개발에 눈을 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애니팡과 쿠키런 같은 모바일 게임이 쏟아졌습니다. ‘저 정도 모바일 게임은 우리도 만들 수 있겠다’며 학교 친구들과 패기로 뭉쳤어요. 친구들과 모바일 게임 3개를 개발해 구글 플레이에 출시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월 100만~15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성과도 거뒀죠. 어머니가 ‘게임 중독 아니냐’ 걱정할 정도로 게임에 매몰돼 살았던 열정이 비즈니스로 이어진 순간입니다.”

아폴로스튜디오 구성원들이 개발에 매진하는 모습. /아폴로스튜디오

게임 개발자 꿈을 갖고, 2014년 홍콩 과학기술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했다. 다만 대학 졸업 후에는 글로벌 금융회사에서 퀀트 엔지니어로 일했다. “2018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입사해 2020년 글로벌 헤지펀드 씨타델로 옮겼습니다. 아직 20대였는데도 연봉이 3억원을 넘었죠.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마음 한 켠이 늘 공허한 거에요.”

보다 큰 꿈을 이루기 위해 창업을 결심했다. “게임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면 더 큰 가치를 창출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퇴근 후 잠들기 전까지 창업 준비를 했습니다. 2022년 2월 연간 보너스가 입금된 날, 망설임 없이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게임 엔진에 AI의 수혜가 닿지 않았던 이유

한 창업경진대회 수상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 /아폴로스튜디오

2024년 아폴로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처음엔 게임 개발 스튜디오로 출발하려 했다. 챗gpt 등 범용 AI가 쏟아지기 시작한 시장 변화를 고려해, 게임 개발의 효율을 높이는 차원에서 게임 엔진에 AI를 접목하기로 했다. 하지만 녹록지 않았다. 게임 개발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진 유니티나 언리얼엔진 같은 엔진은 구조가 폐쇄적이고 무거워 AI를 접목하는 데 한계가 명확했다.

AI 학습 데이터를 구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게임 엔진 코드는 공개되어 있지 않아서, 이를 확보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들었다. “기존 게임 엔진은 설계도를 볼 수 없는 낡은 목조건물 같았어요. 그 건물에 억지로 AI라는 엘리베이터를 덧대는 것보다 건물을 완전히 부수고 다시 짓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죠.”

아폴로스튜디오는 카카오벤처스로부터 시드투자를 유치했다. 투자가 결정된 후 카카오벤처스 사옥에서 촬영한 기념 사진. /아폴로스튜디오

2025년 6월, 피벗(Pivot, 사업 모델 전환)을 결정했다. 게임이 아닌 AI 기반의 게임 엔진 제작으로 방향성을 틀었다. “만약 기존의 게임 엔진에 AI를 적용할 수 있었다면 아폴로스튜디오는 게임사가 됐을 겁니다. 하지만 기존 게임 엔진 회사들이 AI를 적용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를 해주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었죠. 게임이냐, 게임 엔진이냐.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게임 엔진 프로토타입을 만든 후 AI로 게임을 만들어봤어요. 비용 대비 퀄리티 좋은 게임이 완성됐습니다. AI 기반의 게임 개발 인프라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죠.”

그렇게 AI기반 게임 엔진 및 클라우드인 ‘F-1’ 개발에 착수했다. “AI가 가장 잘 짜는 자바스크립트 같은 웹 문법으로 게임 코드를 뽑아내는 기술을 근간으로 합니다. AI를 속여서 게임 코드를 짜는 것이죠. F-1의 강점은 비용 절감 효과입니다. 제작자는 ‘어떤 게임을 만들겠다’는 목적만 갖고 있으면 됩니다. F-1을 통해 간단한 스케치로 3D 모델을 생성할 수 있어요. 게임 내용 및 기획을 설명하면 AI가 게임을 생성합니다. 개발이 완료되면 게임을 배포까지 할 수 있죠.”

AI기반 게임 엔진 및 클라우드 F-1. /아폴로스튜디오

이 과정을 통해 수억원의 인건비와 시간을 아낄 수 있다. “타 게임 엔진이 가격 경쟁을 하며 폐쇄적인 구조를 유지할 때, 저희는 게임 엔진 문법을 AI 친화적으로 재편해 AI가 게임 코드를 쉽게 짜는 길을 뚫었죠.”

2026년 3분기 F-1 출시를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규칙이 단순하고 간단한 조작으로 즉시 플레이 할 수 있는 저용량 모바일 게임을 하이퍼 캐주얼 게임이라고 하는데요. 중국 시장에서는 하이퍼 캐주얼 게임이 이미 자리를 잡았습니다.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에서 작동되는 게임이 바로 그 예시인데요. 저희가 게임을 구동하는 방식과 유사합니다. F-1을 출시하면, 하이퍼 캐주얼 게임 시장에 진출하고 싶어요. 이를 위해 게입 업계 관계자들과 기술검증(PoC)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게이머들도 게임 생산자가 되는 세상

조 대표는 게임 개발의 문턱을 낮춰 게임 개발 생태계를 확장하려고 한다. /아폴로스튜디오

벤처 생태계에서 먼저 아폴로스튜디오의 잠재력을 알아봤다. 2025년 9월 카카오벤처스와 KB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시드투자를 유치했다. 같은 달 SBS 문화재단 미디어 스타트업 지원사업에서 3위를 차지한데 이어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딥테크 팁스(TIPS)에 선정돼 약 15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배치 5기 기업으로 선정돼, 멘토링 지원 등도 받고 있다.

아폴로스튜디오의 비전은 확고하다. 전문가의 영역이었던 디자인이 캡컷(CapCut)이나 피그마(Figma)와 같은 툴로 대중화됐듯, 게임 제작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첫번째 비전은 비개발자인 개인도 간단한 규칙과 짧은 플레이 시간으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게임을 마음 편하게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두번째 비전은 스타트업, 대형 게임사가 F-1을 활용해 최소한의 비용으로 높은 수준의 게임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조 대표는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일수록 그 속도에 맞출 수 있는 게임 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F-1을 통해 한국의 딥테크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증명하고 싶어요.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크래프톤처럼 사회적 파급력을 가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서 더 나아가, 게이머들이 게임의 생산자가 돼 보다 다양하고 많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임 생태계를 만들어보겠습니다.”

/김지은 외부기고가,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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