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집에 온 아들이 제 낡은 전화번호부 수첩을 보더니 새로 정리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글씨가 번지고 지워진 번호가 많아 저도 불편하던 참이었습니다.며칠 뒤 아들이 깔끔한 새 수첩을 건네주었습니다. 첫 장을 펼친 순간 저는 목이 메어 한참을 가만히 있었습니다.

낡은 전화번호부 수첩
제 수첩은 이십 년 넘게 쓴 것이라 모서리가 다 닳아 있었습니다. 연락이 끊긴 이름과 새로 생긴 이름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필요한 번호를 찾으려면 한참을 넘겨야 했습니다. 휴대폰에 저장하면 된다고 해도 저는 손으로 적는 게 편했습니다. 아들은 그런 저를 보며 말없이 수첩을 챙겨 갔습니다.

새 수첩의 첫 장
새 수첩에는 이름이 가나다순으로 또박또박 적혀 있었습니다. 글씨도 제가 잘 볼 수 있도록 큼직하게 써 놓았습니다. 그런데 맨 첫 장에는 순서와 상관없이 아들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름 옆에는 언제든 먼저 전화하세요라는 글이 함께 쓰여 있었습니다. 그 한 줄에 저는 그만 눈물이 났습니다.

아들이 전한 마음
저는 아들에게 왜 네 이름을 맨 위에 적었느냐고 물었습니다. 아들은 제가 전화하기 미안해서 망설이는 걸 알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바쁠까 봐 먼저 연락하지 않는 제 모습이 늘 마음에 걸렸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에 이름을 적어 두었다고 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아들에게 전화하는 일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부모는 자식에게 폐가 될까 봐 연락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식이 먼저 괜찮다고 말해 주는 것만으로도 부모의 마음은 크게 편해집니다.오늘은 부모님께 언제든 연락하셔도 된다는 말을 전해 보시면 어떨까요. 그 한마디가 부모님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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