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한테 명품 사줌”... 인스타서 난리난 16세 도영이 정체
친구에겐 30만원짜리 밥을 사고 여자친구에게 명품을 사주며 인스타그램에 이를 자랑하던 박도영(16) 군. 겉으로 보기엔 남부러운 일상을 보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사이버도박에 빠져 막다른 길에 다다르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박 군은 지난 8월부터 인스타그램(@dy_gamblingdieary)을 통해 소소한 일상을 공개했다.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거나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유행하는 릴스 영상도 만드는 등 여느 청소년과 다름없었지만 수업 시간에 휴대전화를 보는 일이 잦았다. 어느 날부터는 30만원이 넘는 고급 식당에 가거나 명품 신발 등을 구매한 인증샷을 올렸고, 또 고가 브랜드 의류를 여자친구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특히 여자친구와 100일을 맞아 명품 브랜드의 제품과 꽃다발을 선물하는 등 재력을 자랑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다가 최근 박 군이 인스타그램에 시급 1만원의 택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는 근황을 알렸다. 가지고 있던 명품 신발을 40만원에 처분한다는 글까지 올렸다. 박 군의 휴대전화에는 ‘돈 안 갚냐’ ‘돈 빌리고 잠수탄 박도영’ 등의 문자메시지가 쏟아졌다. 박 군은 “요즘 제 번호가 이상한데 돌아다니고 있는 것 같은데 모르는 연락이 너무 많이 옵니다. 저 돈 잘 갚고 있습니다. 연락 그만해주세요”라고 호소했다. 결국 박 군의 계정에는 “이젠 다 그만두고 싶다”며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듯한 글까지 올라왔다.
사실 이 인스타그램 계정의 주인공인 박 군은 사이버도박으로 피해를 본 학생들의 협조를 받아 이들의 얼굴을 합성해 만든 가상의 청소년이다. 경찰청은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와 협업해 기획한 ‘청소년 사이버도박 예방·근절 캠페인’의 일환으로 이 계정을 운영했다. 가상 인물 ‘만 16세 박도영’을 통해 사이버도박의 심각성을 알리는 예방 영상을 제작해 배포했고, 현실성을 더하기 위해 박 군의 인스타그램까지 개설했다. 특히 인스타그램에선 사이버도박으로 점차 일상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시간 순서에 따라 보여줘 현실감이 더해졌다.
경찰청은 토스와 함께 도박 의심 계좌를 알려주는 서비스도 만들었다. 토스는 불법 도박 활용 의심 계좌로 송금할 때 경고 알림 문구를 띄우는 기능, 연결된 가족에게 ‘위험’으로 의심되는 거래·송금을 할 때 사고 유형과 발생 일자 등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활용되는 토스뱅크 계좌가 있다면 이를 웹을 통해 신고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초·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 중 약 40%가 도박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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