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집권의 마침표”…투자의 전설, 무대 뒤로

미국 투자계의 전설이자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올해 말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직에서 물러납니다.
94세인 버핏은 4일(현지시간) 네브래스카 오마하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 말미에 사임 계획을 전격 발표하며, 후임자로 비보험 부문 부회장 그렉 아벨을 지명했습니다.
이 발표는 이사회는 물론 아벨 본인에게도 예고 없이 전해졌습니다.
버핏의 이사회는 하루 뒤인 일요일 아벨의 공식 승인을 위한 회의를 열 예정입니다.
아메리카와 함께한 버핏의 투자 제국
1965년부터 60년간 회장직을 지킨 버핏은 본래 섬유회사였던 버크셔를 인수한 후, 이를 미국 경제 전반을 담는 거대한 포트폴리오 기업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철도회사 BNSF, 자동차 보험사 GEICO, 에너지 기업, 아이스크림 체인 Dairy Queen, 사탕 브랜드 See’s Candies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을 아우르며, 미국 경제에 대한 믿음을 실물로 증명해왔습니다.
“버크셔에 투자한다는 건, 결국 미국 경제에 투자하는 것입니다.”그의 2015년 주주서한 속 이 말처럼 버핏은 늘 미국의 생산성 향상과 성장 잠재력을 신뢰해 왔습니다.
수익률로 증명한 ‘현인’의 힘
버크셔의 연평균 주가 상승률은 1965년부터 2024년까지 약 20%로 같은 기간 S&P 500의 10%를 압도했습니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 골드만삭스, GE와의 투자 협상과 같은 결정적 순간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동시에 애플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거대 기업의 지분을 매입해 투자 수익과 기업 지배력 모두를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늘 성공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2020년 항공·방위업체 프리시전 캐스트파츠 인수 후 100억 달러 손실을 기록한 것이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힙니다.
또한 기술주에 대한 초기 회의적 시선도 비판을 받았지만 이후 애플 투자로 만회했습니다.
경영 철학은 ‘탈중앙화’, 핵심은 자본 배분
버핏은 버크셔를 하나의 중앙집중적 대기업으로 운영하기보다는, 자회사 경영진의 자율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키웠습니다.
그는 본사 오피스에 불과 27명만을 두고,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 판단과 독서에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찰리 멍거는 이에 대해 “버핏은 특정 분야에만 집중했고, 50년 넘게 그것을 지속했다.
로저 페더러가 테니스에서 성공한 이유와 같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후계자 아벨, 안정적 이양 가능할까
62세의 아벨은 캐나다 출신으로, 버핏의 오랜 측근 중 한 명입니다.
그가 이끄는 버크셔는 지난해 474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며, 최근에는 인플레이션과 산불 피해로 보험부문에서 손실을 입기도 했지만 국채 수익 증가로 투자수익을 회복 중입니다.
2024년 3월 말 기준 버크셔의 보유 현금은 3,477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그간 ‘매력적인 딜이 없다’며 인수합병보다 자사주 매입에 집중한 버핏의 전략에 따른 결과입니다.
떠나는 거인의 그림자
‘주식시장의 록스타’로 불렸던 버핏은 매년 오마하에서 열리는 연례 총회를 통해 투자자들과 지혜를 나누며,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바닷물이 빠져야 누가 발가벗고 수영했는지 안다”는 그의 명언처럼 그는 항상 위기 속 통찰을 제시했습니다.
이제 그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물러나지만 그의 투자 철학과 유산은 버크셔와 글로벌 시장에 오랫동안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