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 관리와 치매 예방에 효과적인 유산소 운동과 등척성 운동

치매는 뇌 기능이 서서히 약화되면서 기억력과 판단력 같은 인지 능력이 떨어지고, 결국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생기는 질환이다. 문제는 이 변화가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서 치매 예방은 다른 어떤 질병보다도 조기 관리가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혈압이 ‘정상 범위 바로 위’ 수준에 머무는 상승 혈압 단계에서도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 4일 한림대성심병원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40세 이상 약 280만 명을 평균 8년 동안 살피며 혈압 상태와 치매 발생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정상 혈압보다 수축기 120~139mmHg 또는 이완기 70~89mmHg 사이에 해당하는 상승 혈압군에서도 혈관성 치매 위험이 약 16% 증가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고혈압 단계에서는 이 위험이 37%까지 높아졌다.
연령대별 차이도 뚜렷했다. 중년층(40~64세)의 경우 상승 혈압에서 치매 위험이 8.5% 증가했고, 고혈압일 때는 33.8%까지 위험이 상승했다. 남녀 차이도 존재했는데, 여성은 상승 혈압과 고혈압 모두에서 위험 증가가 통계적으로 의미 있었던 반면, 남성은 고혈압 단계에서만 관련성이 나타났다.

이처럼 혈압 상승은 뇌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혈압을 안정시키고 치매 위험을 낮추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여러 생활습관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해법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운동’이다.
운동을 하면 초기에는 아드레날린 분비가 늘어 혈압이 일시적으로 오르지만, 지속적으로 운동을 이어가면 체내 환경이 변화하며 혈관이 이완되고 혈압이 점차 안정된다.
실제로 규칙적인 운동은 수축기 혈압을 평균 5mmHg가량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심폐 기능을 강화해 고혈압 위험을 낮추는 유산소 운동, 신경과 혈관 반응을 조절하는 등척성 운동 등은 모두 혈압 조절뿐 아니라 뇌로 가는 혈류를 개선해 치매 예방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운동이 혈압 관리와 치매 예방에 가장 도움이 될까. 다음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1. 치매 유발 단백질을 30% 억제하는 '걷기'

걷기는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다. 이 움직임은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카테콜아민의 분비를 줄이고 혈관 내피세포 기능을 활성화해 혈관이 부드럽고 탄력 있게 유지되도록 돕는다.
그 결과 혈압이 자연스럽게 안정되고,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처럼 혈관이 약해질 때 발생하는 질환의 위험도 낮아진다. 정신적인 면에서도 좋은 변화를 주어 기분을 밝게 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데 유익하다.
또한 서울대병원과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공동 연구에서는 걷기 강도와 치매 예방의 연관성이 확인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숨이 찰 만큼 빠르게, 하루 50분 이상 걷는 생활을 지속하면 뇌 속에 쌓이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축적량을 약 30%가량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걷기가 뇌로 향하는 혈류를 증가시키고 미세아교세포의 활동을 촉진해 독성 단백질 제거를 돕기 때문이다.
걷기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자세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척추는 수직으로 곧게 세우고, 어깨는 뒤로 열어 가슴을 자연스럽게 편다. 시선은 정면을 바라보고 턱이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팔은 부드럽게 흔들되 과하게 힘을 주지 않는다.
발은 11자 형태로 두고, 보폭은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자연스럽게 유지한다. 뒤꿈치–발바닥–발앞꿈치 순으로 안정적으로 디디며, 상체는 흔들리지 않게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치매 예방을 위해 걷기 운동을 할 때는 저녁 시간대가 더 적합한데, 아침에는 체내 수분이 부족해 혈압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또 일정한 속도만 유지하기보다 빠르게 걷기와 느리게 걷기를 번갈아 하는 인터벌 방식을 사용하면 더 큰 운동 효과를 낼 수 있다.
2. 알츠하이머 위험을 22% 감소시키는 '자전거 타기'

자전거 타기는 일상에서 부담 없이 실천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으로, 심폐 기능 강화에 특히 뛰어나다. 페달을 지속적으로 밟는 동작은 최대산소섭취량을 높이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몸 곳곳에 산소와 영양이 고르게 공급되도록 돕는다.
또한 걷기나 달리기와 비교했을 때 무릎·발목 부담이 적기 때문에 체중이 많은 사람이나 고혈압 환자에게 적합한 운동이기도 하다. 체지방 감소 효과도 커 혈압 관리에 중요한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된다.
치매 예방 효과도 크다. 미국 스토니브룩스대 연구에 따르면, 꾸준히 자전거를 탈 경우 전체 치매 발병 위험이 약 19%, 알츠하이머 위험이 약 22%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는 자전거 타기가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부피와 회백질을 늘리는 등 뇌 구조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탈 때는 안전이 최우선이다. 헬멧은 반드시 착용하며, 안장을 조절해 발이 지면에 가볍게 닿는 높이로 맞춘 후 출발한다. 페달을 밟기 전 발로 지면을 차며 중심을 잡고 속도가 오르면 양발을 페달 위에 올린다. 방향을 잃을 것 같으면 넘어지는 방향으로 핸들을 살짝 돌려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몸은 편하게 둔 채 과한 힘을 주지 않는 것이 안전하고 오래 타는 데 도움이 된다.
운동으로서 효과를 얻으려면 한 번에 30분 이상, 일주일 최소 3회는 숨이 찰 정도의 강도로 타는 것이 좋다. 외부 환경이 걱정된다면 실내용 고정식 자전거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3. 혈압을 낮추는 데 가장 효과가 좋은 '벽 스쿼트'

벽 스쿼트는 벽을 지지대로 활용해 하체 근육을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운동이다. 근육을 일정하게 수축시키는 등척성 동작이 반복되면서 혈류가 원활하게 흐르고, 휴식 시에는 혈관이 확장돼 혈압 안정에 도움이 된다. 실제로 영국 캔터베리크라이스트처치대 연구에서도 여러 등척성 운동 가운데 벽 스쿼트가 혈압 감소 효과가 가장 높게 나타난 바 있다.
또한 하체 근육 활동은 심장을 자극해 뇌로 흐르는 혈류를 늘리며, 이는 해마 활성화와 기억력 유지에도 좋아 치매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BDNF(뇌유래신경영양인자)의 분비가 촉진되면서 신경세포 성장과 유지에 도움을 준다.
방법은 간단하다. 벽 뒤에 서서 발을 어깨너비로 벌리고, 발끝이 약간 바깥으로 향하도록 둔다. 벽에서 한 걸음 앞으로 나와 머리·등·엉덩이를 벽에 붙이고 천천히 무릎을 굽힌다. 허벅지가 바닥과 평행한 90도까지 내려가면 좋지만, 통증이 있다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정지 자세를 잡는다.
이대로 15~20초 또는 1분 정도 유지했다가 다시 일어난다. 5~10회 반복하며, 내려갈 때와 올라올 때 모두 허리가 벽에서 떨어지지 않게 복부에 힘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4. 인지 기능 향상에도 도움이 되는 '플랭크'

플랭크는 전신의 중심을 담당하는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대표적인 등척성 운동으로, 이러한 종류의 운동은 근육 수축을 유지하면서 혈관 반응을 개선해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고혈압 위험이 높은 이들에게는 특히 좋은 예방 운동으로 꼽히며, 동시에 뇌로 향하는 혈류량을 늘려 신경세포 활성화를 돕기 때문에 인지 기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플랭크는 팔꿈치를 어깨 아래 두고 엎드린 자세에서 시작한다. 다리를 뒤로 뻗어 발끝으로 체중을 지탱하며 머리–등–골반–발목이 일직선이 되도록 맞춘다. 복부에 힘을 줘 허리가 휘거나 엉덩이가 과하게 들리지 않도록 한다.
처음에는 10초씩 3세트로 가볍게 시작해 점차 시간을 늘리면 된다. 어깨에 힘이 과하게 들어가지 않게 하고, 몸통이 흔들리지 않도록 코어를 단단히 조여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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