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부, '찾아가는 반려식물 클리닉' 활동을 하다
오영록 / 도시농부
아파트 한 켠이 소란스럽다. 모두들 화분을 들고 안고 줄을 서 있다.
어떤 식물은 말랐고, 어떤 식물은 잎사귀가 몇 개 안 남았고, 또 어떤 식물은 크기에 비해 화분이 너무 작아 답답해 보인다. 저마다 사연을 안고 키즈카페에 온 어머니 같은 표정으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반려동물에 이어 ‘반려식물’이라는 말이 생겨난지 꽤 됐다. 사람에게만 사용되었던 반려(伴侶 ; 짝이 되는 동무)라는 말이 동물에 이어 식물에까지 붙여지게 된 심리학적, 사회학적 궁금증이 크고 내 나름의 생각도 있지만 언어의 탄생·성장·소멸의 과정으로 이해하고 그냥 사용하기로 한다.
얼마나 좋았고 마음에 위안이 되었으면 '반려'라는 말을 붙였을까 하고 이해하기로 한다.
식물은 말이 없다. 조용하다. 사랑해 달라고 살랑거리지도 않는다. 움직이지도 않는다. 아주 더디게 제 자리에서 제 몸집만 조금씩 아주 조금씩 불려 나가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뿐이다.
이러한 식물의 속성과 딱 맞아 떨어지는 조용하며 진중한 심성을 가진 이들이 식물을 가까이 하게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식물이 말이 없고 표현도 못한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치명적인 단점이다. 소중하게 키우며 매일 푸르게 빛나던 녀석이 어느날부터 빛을 잃고 시름시름 앓다 잎을 하나씩 떨구다 죽어간다. 애지중지 키우던 주인은 마음이 아프다.
이렇듯 반려식물을 키우는 데 어려움을 겪는 가정이 많음에 따라 동대문구에서는 관내에 소재하는 공동주택 단지를 방문하여 반려식물 클리닉(식물 상담, 병충해 진단 및 방제와 분갈이가 필요한 경우 분갈이) 서비스가 진행중이다.
상반기인 지난 4월에서 5월에 공동주택 5개 단지에서 10회의 서비스가 진행 완료되었고, 하반기 행사로는 10월 4일까지 공동주택 5개 단지에서 10회의 서비스가 진행된다.
반려식물 클리닉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민은 회당 평균 80~90명에 이를 정도로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공동주택 단지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반려식물을 직접 가지고 나와 그동안 키우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에 대해 종합적인 상담을 하고, 이상이 있을 시 진단에 따른 처방까지 한 자리에서 원스톱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다.
결혼할 때 선물로 받아 10년 이상 함께 한 식물이 어느 날부터 시들시들해 졌다든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손바닥만한 작은 화분을 가져 온 초등학생까지 그 사연이 다양하고 흥미로웠지만 한가지 공통점은 식물에 대한 애정이다. 반려(伴侶 ; 짝이 되는 동무)라는 말을 붙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물을 애지중지 하지만 관련 지식이 없는 이들을 위해 간단한 한 가지 팁을 주면 식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빛·물·환기 이 세 가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빛이 필요한 녀석에겐 충분한 햇빛을 쪼일 수 있게 해 주어야 하고 음지식물의 경우엔 그 반대이다.
대표적인 음지식물인 홍콩야자(쉐플레라)를 들고 온 주민이 있었는데 잎 색이 흰색에 가까운 노란색인 거다. 이거 베란다에 놓고 키우셨죠? 하고 물어보니 식물을 위해 빛이 충분한 곳에 두고 키웠다는 거다.
일방적인 관심과 배려가 아닌 상대에게 필요한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사랑이다.
식물에게 필요한 두 번째는 물이다. 적절한 급수를 통해 흙이 딱딱해지지 않도록 해 주어야 한다. 너무 물을 자주 주어도 안된다.
물을 자주 주면 뿌리가 호흡을 하지 못해 뿌리 발달에 방해가 되고 심하게는 썩어가기도 한다.
급수시점을 확인해 보는 요령은 나무젓가락을 5센티 가량 찔러 넣어 보아 흙이 묻어 나오면 아직 괜찮은 상태이고 흙이 묻어나지 않고 나오면 급수해야 할 때이다.
그냥 수돗물이나 생수를 주어도 좋지만 쌀을 씻고 난 쌀뜨물을 주는 것도 좋다. 영양공급을 위해 박카스를 타서 주는 사람들도 보았는데 자세히 검증해 보진 않았다. 중요한 건 맹물보단 식물에게 필요한 영양분이 들어 있는 물이 좋다는 것이다. 식물은 영양분을 이온형태로 물에 말아 먹는다.
식물에게 필요한 세 번째는 적절한 온도와 함께 환기이다.
식물 각자가 적응했던 곳의 온도가 가장 좋고 어느 정도 온도편차는 대체로 견뎌 내는 것 같다.
식물을 기르는 데 간과하기 쉬운 한가지는 바로 환기이다. 아랫잎을 따주고 가지치기도 해주는 것은 공기가 잘 통하게 하기 위함이다. 공기가 잘 통하지 않으면 병충해에 취약해진다. 사람으로 치면 운동을 시키는 것과 같은 이치라 생각하면 되겠다. 운동을 해야 면역력이 높아지는 것처럼 환기가 잘 되어야 식물도 탈없이 잘 자랄 수 있다.
다양한 사연을 들고 각양각색의 화분을 들고 줄 서 있던 사람들이 상담을 통해 내 식물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전문원예사들의 도움을 받아 치료도 받고 분갈이도 해서 개운해진 화분을 안고 환한 얼굴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하루의 노고가 씻기는 보람된 표정의 봉사자들을 보면서 참 좋은 사람들이다하는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식물은 말이 없지만 잎의 상태로 자신의 처지를 말해 준다.
식물의 조용한 말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사람에게 또 다른 반려가 되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