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팬알기] ⑥기록으로 살펴본 베어스의 포스트시즌 진출 역사와 가을이야기

“팬들이 보내주신 이 사랑과 응원 등에 업고 포스트시즌 가서 저희 앞에 있는 숫자 바꿔보도록 하겠습니다.”
2024년을 사납게 휘감았던 폭염과 열대야가 한풀 꺾인 9월 24일 잠실구장. 가을의 문턱에 선 두산 베어스 주장 양석환은 마이크를 잡고 팬들 앞에서 이같이 말했다.
두산은 이날 NC 다이노스를 10-5로 꺾었다. 시즌 142번째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72승2무68패(승률 0.514)를 기록했다. 이로써 잔여경기와 상관없이 2024년 가을야구 진출을 확정했다.
양석환이 말한 "저희 앞에 있는 숫자"는 이날 순위 4위를 말한 것이었다. 그리고 "바꿔보겠다"는 말은 '뚝심'과 '미러클'의 전통을 살려 가을야구에서 더 위로 치고 올라가겠다는 의미였다.
[베펜알기-베어스 팬이라면 알아야 할 기록 이야기] 이번 주제는 이 계절이 오면 심장이 뛰는 이야기, 베어스의 포스트시즌 진출 역사와 가을의 기억이다.

◆ 베어스의 26번째 가을야구…두산 베어스 시대 20번째 PS
두산은 2024년에도 가을맞이를 할 수 있게 됐다. 이승엽 감독 시대에 접어들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OB 베어스 시절을 포함하면 두산은 지난해까지 25번이나 가을야구에 나갔다. 이번이 26번째 포스트시즌이 된다. 이는 KBO 전 구단을 통틀어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포스트시즌 최다 출전 구단은 삼성 라이온즈로, 올해 30번째 가을야구를 맞이한다. 3위에는 23회의 KIA 타이거즈(해태 타이거즈 포함), 4위에는 18회의 LG 트윈스(MBC 청룡 포함)가 자리를 잡고 있다.

베어스로선 1999년 ‘두산 베어스’로 팀명을 바꾼 뒤로 정확히 20번째 가을잔치다. 같은 기간(1999년 이후) 두산보다 가을야구를 많이 한 팀은 없다. 포스트시즌 단골손님 삼성도 1999년 이후로만 따지면 올해 18번째다. 해태 시절 우승을 밥 먹듯이 하던 KIA 타이거즈는 1999년 이후엔 11차례 가을야구를 치르게 된다.
21세기(2001년 이후)로 한정하면 두산은 이번이 18번째 가을야구다. 다시 말해 두산은 21세기 포스트시즌 최다 출전팀이며, 현재 KBO 신기록 행진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최근 10년간으로 좁혀볼 때 두산은 2022년을 제외하고 10년 중 9차례나 가을잔치를 벌이게 됐다. 당연히 현재 10개 구단 중 가장 많다. 그 사이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새 역사를 쓰기도 했다.

◆ 최초 가을야구팀 베어스…OB 베어스 시절 6차례 가을야구
베어스는 가을야구와 가장 인연이 깊은 팀이다. KBO 최초 가을야구팀이자 최초 우승팀이라는 타이틀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훈장. 1982년 원년에는 한국시리즈만 펼쳐졌는데 OB 베어스는 전기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KBO 최초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4승1무1패로 꺾고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여기에 또 하나의 최초 타이틀이 붙어 있다. KBO 최초 플레이오프 진출팀이다. KBO는 1986년 플레이오프 제도를 도입했는데 베어스는 최초로 이 무대에 초대를 받았다.
그러나 OB 베어스 시절엔 가을야구 단골 손님은 아니었다. 1998년까지 17년 동안 6차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으니 가을야구를 경험한 것보다 빈손으로 돌아간 시즌이 더 많았다.
그 사이 1995년 베어스 역사상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지만, 승리보다 패배가 많았다. 1988년부터 1992년까지 5년간의 암흑기도 있었다.
OB 베어스는 1998년까지 6차례 가을야구에 진출해 28경기를 치렀는데 13승1무14패(승률 0.481)를 기록했다.


◆ PS 190경기 & 101승…가을야구 최다경기, 최다승의 팀
베어스의 가을야구 역사는 1999년 두산 베어스로 구단명을 바꾼 뒤 완전히 달라졌다. 앞서 설명한 대로 가장 많은 가을야구를 경험하고 있고, 가장 많은 승리를 거두고 있다.
베어스가 원년부터 지난해까지 치른 가을야구는 무려 190경기. 2위인 삼성(179경기)보다 11경기나 더 많다. KIA(해태 포함)는 한국시리즈 11회 우승으로 최다 우승팀이긴 하지만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사례가 많다 보니 실제 가을야구 경기 자체는 98경기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KBO 역대 구단 중 가을야구 최다승 팀이라는 점이 돋보인다. 사상 최초로 포스트시즌 100승을 돌파한 뒤 지금까지 무려 101승을 거뒀다. 2위 삼성(77승)과 격차가 크다. 190경기에서 101승1무88패를 기록해 승률 또한 0.534로 매우 높은 편이다.

두산이 이처럼 포스트시즌 경기를 많이 치르고, 많은 승리를 따낸 이유는 그만큼 가을야구에서 ‘미러클 신화'를 많이 썼기 때문이다.
두산이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것은 5차례(1982년, 1995년, 2016년, 2018년, 2019년)다. 오히려 포스트시즌 사다리 맨 아래에서 시작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베어스는 혈전을 치러가며 기진맥진한 상황 속에서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기적의 역사를 만들어왔다.
2001년과 2015년에는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드라마를 썼다. 2013년, 2020년에는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준플레이오프부터 출발해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면서 감동의 스토리를 만들었다.
2021년에는 한 술 더 떠 와일드카드결정전부터 시작해 한국시리즈까지 오르는 사상 최초의 역사를 쓰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경기수와 승수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두산 베어스 시대에만 162경기를 치러 98승74패(승률 0.605)를 기록 중이다. 그 사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4번 더 추가해 현재 V6를 적립했다.


◆ 심장이 뛰는 가을…'미러클 두산' 26번째 가을이야기는?
KBO 포스트시즌 제도는 시대에 요청에 따라 진화를 거듭했다. 1982년부터 1985년까지는 한국시리즈만 치렀고, 1986년 플레이오프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1989년에는 준플레이오프 제도를 만들어 8개 구단 중 4개 팀이 가을야구를 치를 수 있게 했다.
사다리 방식의 KBO 포스트시즌 제도는 미국 메이저리그(MLB)와 일본프로야구(NPB)보다 먼저 도입해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오히려 MLB와 NPB에서 훗날 벤치마킹을 하기에 이르렀다.
KBO리그는 10개 구단으로 확대된 2015년부터는 4위와 5위가 겨루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새롭게 추가했다. 그러면서 현재 KBO 포스트시즌 제도는 4단계로 나눠 진행하고 있다.

두산은 이 가운데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2차례(2021년, 2023년) 나가 1승2패를 기록 중이다.
역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무대에서는 최강자의 면모를 보였다.
준플레이오프는 총 11번 경험했는데 36전 22승14패(승률 0.611)의 전적을 올렸다. 최다승 2위팀 LG(14승10패)보다 8승을 더 거뒀다.
플레이오프 무대에는 16번이나 올랐는데 69경기를 소화해 40승29패(승률 0.580)로 압도적 승수를 쌓았다. 플레이오프 최다승 2위 삼성(24승33패)보다 무려 16승이나 더 많이 챙겼다.
두산은 한국시리즈에도 15차례 진출했다. OB 시대(1982~1998년)에는 17년 중 2차례 올랐다. 두산 시대(1999~2003년)에는 25년 중 13차례나 진출해 2년에 한 번꼴로 한국시리즈를 경험했다. 그중 6번 우승했고, 9번 준우승을 차지했다.
두산은 한국시리즈에서 82전 38승1무43패(승률 0.469)를 기록 중이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했을 땐 4차례 중 3차례 우승에 성공했다. 아무래도 사다리 아래에서 치고 올라간 사례가 많다 보니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달하지 못한 적이 많았다.
하지만 두산 베어스는 ‘뚝심’과 ‘미러클’로 대표되는 팀이다. 가을이 되면 늘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고, 잊지 못할 명승부를 펼치면서 우리에게 결과 그 이상의 감동과 추억을 선물하곤 했다.
두산 베어스의 26번째 가을야구는 어떤 스토리와 감동을 만들어낼까. 우리의 가슴을 셀레게 만들었던 봄날의 야구는 어느새 가을의 문턱 앞에서 우리의 심장을 뛰게 만들고 있다.

이재국
야구 하나만을 바라보고 사는 ‘야구덕후’ 출신의 야구전문기자. 인생이 야구여행이라고 말하는 야구운명론자.
현 스포팅제국(스포츠콘텐츠연구소) 대표
전 스포츠서울~스포츠동아~스포티비뉴스 야구전문기자 / SPOTV 고교야구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