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부터 에스파까지.. 좋아한다면 OOO 이야기 들어보세요!
임영웅, 블랙핑크, 세븐틴, 에스파 등... 이들의 팬이라면 오윤동 감독을 모를 수 없다. 오윤동 감독은 그간 한국을 대표하는 유명 아티스트들의 공연 실황 영화들을 선보여왔다.
감독이자 현재 CJ 계열의 CJ 4DPLEX의 CCO(총책임자)로서 아이맥스, 스크린X 등 특별관에 들어가는 작품들에 대한 기획·제작을 총괄하며 자신만의 독보적인 위치를 만들어가고 있는 인물이다.
이처럼 아티스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스크린에 그려내는 오 감독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하나의 곡마다 서사가 다 있는데, 그 서사의 끝은 결국 팬덤을 향해 있거든요. 그 서사를 간단명료하게 강조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무대 위에서 하는 멘트도 합리적으로 전달하려고 하고요. 메시지를 명료하게 하기 위해서 다큐멘터리를 추가하기도 하죠.
가수 이승윤, 김준수, 임영웅, 남진과 그룹 에픽하이, 에스파, 블랙핑크, 세븐틴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올해 자신들의 공연 실황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해 관객들과 만났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공연 실황 영화'가 극장에서 주요한 장르이자 흥행 요소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있다. 바로 '오윤동'이다.
오윤동 감독은 지난해 25만여명의 관객을 모은 임영웅의 고척돔 앙코르 콘서트를 담은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과 9만여명이 관람한 방탄소년단의 부산 콘서트를 그린 '방탄소년단: 옛 투 컴 인 시네마'를 연출했다. 두 작품은 나란히 2023년 공연 실황 영화 흥행 1,2위를 기록했다. 오윤동 감독은 올해에만 에스파, 블랙핑크, 세븐틴의 공연 실황 영화를 선보였다. 곧 NCT 태용이 주인공인 작품도 나온다. 감독이자 현재 CJ 계열의 CJ 4DPLEX의 CCO(총책임자)로서 아이맥스, 스크린X 등 특별관에 들어가는 작품들에 대한 기획·제작을 총괄하며 자신만의 독보적인 위치를 만들어가고 있는 오윤동 감독을 직접 만나 공연 실황 영화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가능성을 발견하다
오 감독과 '공연 실황물'의 인연은 꽤 오래전으로 올라간다. 그는 2009년 음악방송 조연출을 했을 당시 영화 '아바타'로 인해 전 세계에 3D 콘텐츠에 대한 열풍이 일어난 걸 현장에서 직접 경험했다. "콘텐츠를 보는 패러다임이 바뀔 것 같다"는 생각으로 다음 해 프로덕션을 직접 설립해 다양한 공연 실황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뮤지컬, 오페라 등 여러 무대 공연을 영화화했고, 2012년도 동방신기의 투어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다. 오 감독은 그 당시를 "수많은 콘텐츠의 기조를 잡게 된 시기"라고 정의했다.
"원래 전공이 영화라서 어떻게 하면 다시 영화를 만들까 고민하던 시기이기도 했거든요. 동방신기라는 그룹만의 '드라마'가 있잖아요. 그걸 영화적으로 담아내려고 노력했어요. 무대 위 아티스트가 아닌 인간적인 모습도 함께요."
그렇지만 막상 이를 본 동방신기 팬덤의 반응은 오 감독의 생각과 달랐다. "제가 표현하고자 했던 걸 바라지 않더라.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아름다운 순간, 멋있는 모습을 원하는 걸 보고 불현듯 '세상이 원하는 건 이런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고 돌이켰다.
오 감독은 기술특화관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사람이 필요했던 CJ 4DPLEX팀에 2015년 합류했다. 당시 회사에서 공연 실황물에 관심을 가진건 아니었지만, '빅뱅 메이드'(2016년) '젝스키스 에이틴'(2018년) '트와이스랜드'(2018년) 등을 꾸준히 제작해 선보였다.
"'오윤동은 왜 이거에만 집착해'라는 소리를 들었"을 정도로 주변은 못 미더운 반응을 보였으나 2019년 방탄소년단의 서울 콘서트를 담은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과 아이즈원의 데뷔 후 첫 단독 콘서트 '아이즈 온 미: 더 무비'(2020년)를 통해 분위기가 반전됐다.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은 국내에서만 34만명이 봤고, 해외까지 합해 전 세계에서 100만명이 봤어요. 갑자기 분위기가 '뭐야~ 이게 되네'가 된 거 있죠. 그러면서 갑자기 '오윤동~ 많이 좀 해봐'라는 분위기도 형성됐어요."
●전성기는 이제부터!
'공연 실황 영화'의 붐을 일으킨 결정적인 계기는 따로 있었다. 바로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극장에서는 가능성을 발견한 '팬덤' 기반의 공연 실황 영화를 선보이고 싶어 했다. 기획사 입장에서는 공연을 열고 싶은데 못 여니까 이를 영화화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렇게 '아이즈 온 미: 더 무비'를 시작으로 공연 실황 영화의 글로벌 배급의 문이 열렸다.
그는 "급격하게 기회들이 많이 왔고 (기획사들에)이전 선례들을 설명하니까 하고 싶다는 요청들이 많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공연 실황 영화는 팬데믹 기간을 기점으로 퀀텀점프를 했다"면서 "올해만 (CJ 4DPLEX를 통해)13편이 개봉 예정이고, 18개 정도의 공연을 찍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능성도 봤고, 시장이 커진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놀라움의 연속이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기획사가 콘텐츠를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었어요. 모든 기획사가 공연 실황 영화를 해야 한다는 기조가 되면서 제 입장에서는 더 많은 기회들이 찾아오고 원 없이 하고 싶은 콘텐츠를 하고 있어요."
공연 실황 영화와 일반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팬덤'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팬덤은 오프라인으로 본 공연을 다시 영화관에 가서 본다. 공연장에서 보는 공연과 스크린을 통해 보는 공연의 가치를 다르게 느끼기 때문이라는 것이 오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과거 공연 실황물의 미덕은 무대 위의 공연을 그대로 옮기는 것에 집중했다면 현재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화할 때 공연 순서를 고집하지도 않고, 4분짜리 노래를 굳이 다 넣지도 않는다.
"하나의 곡마다 서사가 다 있는데, 그 서사의 끝은 결국 팬덤을 향해 있거든요. 그 서사를 간단명료하게 강조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무대 위에서 하는 멘트도 합리적으로 전달하려고 하고요. 메시지를 명료하게 하기 위해서 다큐멘터리를 추가하기도 하죠."
그래서 영화를 만들 때만큼은 오 감독 또한 "팬덤의 일부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팬들이)이 아티스트를 왜 좋아하는지 많이 고민하고 공감하면서 완전 몰입하고 빙의한다"고 웃어 보였다.
●공연 실황 영화의 미래는?
기술의 발전, 점점 더 무너지는 국가 간의 장벽 등으로 공연 실황 영화는 극장가에서 완전하게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하고 간과할 수 없는 수익 산업이 될 예정이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지난 2월20일 발표한 '2023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공연 실황 영화의 흥행으로 한국영화 특수 상영(아이맥스, 4D, 스크린X, 돌비시네마 등) 매출액은 195억원으로 전년 대비 36.9%(52억원) 증가했고, 한국영화 특수 상영 관객 수는 116만명으로 전년 대비 22.3%(21만명)나 늘었다. 올해는 그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CJ에 따르면 전 세계에 스크린X와 4DX 등 1200관의 특별관이 존재한다. 이를 통해 공연 실황 영화를 공개하면 엄청난 파급력과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오 감독은 "기획사들 앞에서 피칭할 기회가 많다"면서 "그들에게 '5만석의 스타디움을 채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줄 아는데, 그 순간을 기록하게 되면 전 세계 300만명이 볼 수 있는 사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고 짚었다.
실제 공연 실황 영화의 반응은 해외에서 더욱 뜨겁다. '방탄소년단: 옛 투 컴 인 시네마'는 국내에서 9만여명이 봤지만, 전 세계 누적 관객은 350만명이다. 지난 7월31일 개봉한 '블랙핑크 월드투어 '본 핑크' 인 시네마'의 국내 관객은 현재까지 채 2만명이 안 되지만, 전 세계 관객을 합치면 75만명으로 올라간다.
오 감독은 한국 가수가 아닌 일본 아이돌의 공연 실황 영화를 제작해 새로운 역사를 쓰기도 했다. 지난해 개봉한 일본 그룹 비퍼스트의 첫 전국 투어 '비더원: 비퍼스트 더 무비'는 일본에서만 26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일본 공연 실황 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장르와 국가의 경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공연을 주최하는 아티스트나 기획사 입장에서는 (공연을)영화화하는 건 당연한 것이 될 거 같아요. 그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공연장에서 봤던 것보다 더 큰 몰입감과 차별화된 경험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저의 고민도 커지겠죠.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이 순간을 기록하는 거잖아요. 어떻게 하면 다르게 기록할 수 있을지,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이 고민도 진화해야겠죠."
오 감독은 "30초짜리 숏츠(짧은 영상)에서도 감명을 받는 상황에서 극장에서는 과연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면서 "정형화된 스타일로 고착화되지 않도록 연출적인 진화를 기민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