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들이 이달들어 경영인정기보험(CEO보험)을 전면 개정해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다. 개정 상품은 그동안 불완전판매 소지가 높다고 지적받은 7~10년 시점 해약환급률을 100% 미만으로 조정해 저축성 보험의 오인 소지를 없앤 것이 특징이다.
보험 업계에 따르면 이달들어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빅3 생보사를 비롯해 신한라이프, KB라이프생명, 메트라이프생명 등에서 상품 개정을 거친 CEO보험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경영인정기보험은 중소기업 대표이사(CEO) 등을 피보험자로 설정해 경영진의 유고 등에 대비하기 위해 개발된 상품이다. 그러나 100%가 넘는 높은 해약환급률과 절세효과를 강조한 불완전판매 논란이 일자 당국이 지난해 말 전격 판매 중단 결정을 내리며 영업현장의 원성을 샀다.
이번 개정 상품은 당국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인 △보험 기간 최대 90세 제한 △유지보너스 설계 금지 △보험금 체증은 10년 이후 합리적인 경영인 인적가치 상승 수준으로 설정 △체증구간 5~10% 내 설정 등을 반영했다.
전 기간 환급률 100% 이내 조건에 맞춰 10년 시점은 물론 그 이후 시점에서도 100%를 해약환급률이 100%를 넘기지 않았다. 상품 중에서는 교보생명의 '교보간편경영인정기보험'이 가입 후 10년 지나 시점 기준 해약환급률이 86.3%로 개정 출시한 상품 중 가장 낮았고,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대형사들은 90% 이하로 책정했다. 메트라이프생명이나 KB라이프생명 등 중형 보험사는 해약환급률 90%를 넘기며 대형사와 차별화를 뒀다.
최대 가입 나이의 경우도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따로 없는 관계로 70~80세로 다양하게 출시했다. 다만 보험 보장기간은 당국이 제시한 90세를 넘기는 곳이 없었다. 유지보너스의 설계 금지도 반영해 7년 시점 또는 10년 시점에 해약환급률이 눈에 띄게 상승하는 모습도 사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당국에서 꾸준히 지적했던 높은 해약환급률 개정에 많은 공을 들인 것을 볼 수 있다"며 "환급률이 100%를 넘지 않아 당분간은 저축성 보험으로 소비자를 오인하게 만들어 판매하는 사례가 현격히 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어 "가이드라인 준수로 환급률 등 기존에 제시했던 판매 방향을 고수하기 어려워 상품 자체의 기능에 집중하는 판매 기조로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며 "보험사도 여기에 맞춰 다양한 부가기능을 상품에 포함시켰다"고 덧붙였다.
보험사들은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별도 상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존 상품보다 부가기능을 강화했다. 사망보험금을 살아있을 때 활용할 수 있도록 연금전환 기능을 포함하거나 법인이 갑작스럽게 어려운 환경에 처했을 때 긴급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목적자금 활용 전환 특약을 부가했다.
이밖에 보험료 미납으로 발생할 수 있는 계약 해지를 방지하고자 감액완납 제도를 도입했다. 감액완납은 보험금 규모를 줄이는 대신, 보험료를 적게 내거나 보험료 납입기간을 줄일 수 있도록 한 제도로 계약자가 보험료 납입 능력이 떨어지더라도 보험 계약을 유지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된다. 또 해약환급금이 줄어드는 만큼 보험료를 조정해 기존 상품보다 저렴한 신상품을 출시했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