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평원 "독립성·자율성 지켜달라…'개정안' 반드시 철회돼야"

CBS노컷뉴스 김정록 기자 2024. 10. 1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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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기관 독립성과 자율성을 훼손하는 조치 즉시 중단돼야"
안덕선 의평원장이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김정록 기자


의학교육 평가·인증 기관인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이 최근 교육부의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 입법예고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평원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암연구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에 입법 예고된 '고등교육기관의 평가 인증 등에 대한 규정 개정안'이 반드시 철회돼야 함을 분명하게 표명한다"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의평원 공백 시 기존 평가·인증 유효 기간을 연장하고, 불인증 시 1년 이상 보완 기간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에 의대교수 등 의료계에서는 "의평원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평원은 우선 의학교육의 가치와 의사 양성의 중요성이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덕선 의평원장은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사전 예고 없이 기존 의학교육 체제를 뒤흔드는 결정을 발표하고, 마치 속도전을 수행하듯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의학 교육 여건 조성에 요구되는 시간적 요소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정원 증원이 필요하다면 할 수도 있다. 학제 개편도 필요하다면 시도할 수 있다"며 "다만 이 모든 시도가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해선 반드시 우선돼야 하는 전제가 있다. 실제 시행됐을 때 우리 사회가 원하는 의사를 양성하고 배출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의평원은 의학교육의 가치와 의사 양성의 중요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것을 교육부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 의평원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안 원장은 "처해 있는 입장과 위치에 따라 유불리를 사전에 예단하고, 유리한 쪽으로 평가 결과를 유도하고자 하는 일부의 움직임은 우리 사회가 이룩한 '건강성'에 반하는 잘못된 시도"라며 "평가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훼손하는 그 어떤 조치도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의평원은 이번 개정안에서 △지정 취소, 인증유효기간 연장 △불인증 전 1년 이상 보완 기간 부여 △사전 통보 및 사전 심의 △기준, 방법, 절차 변경 사전 예고를 의무화한 부분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특히 개정안이 어떤 이유로든 인증기관이 부재한 경우 평가인증제도의 적용을 유예하거나 중단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놔 평가인증제도를 무력화했다고 지적했다.

의평원 양은배 수석부원장은 "2025학년도의 갑작스런 대규모 입학정원 증원 정책에 맞물려 인증기관 부재의 상황을 가정해 기존의 평가·인증 유효기간을 무한정 연장할 수 있는 개정안은 정부에 부여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부는 평가인증 기관의 부재를 가정할 것이 아니라 그러한 우려를 초래한 2천명 정원 확대 정책을 취소하거나 수정하는 등의 조치로 그 우려를 불식시켜야 할 헌법적, 법률적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규모 재난이 발생한 상황에서 학사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할 경우, 불인증을 하기 전에 1년 이상의 보완 기간을 부여해야 한다'는 개정안 내용에 대해서는 "평가기관의 엄격한 평가와 판정을 통해서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양 수석부원장은 "불인증을 하기 전에 1년 이상의 보완 기간을 강제적으로 부여하게 하는 것은 헌법 정신과 법률 조항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안 원장은 의평원의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평가기관이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중립성, 자율성,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개정안은 철회되지 않을까"라며 "의평원은 공표한대로 주요변화계획서 인증평가 과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의평원을 대체하는 평가기관을 내세워 의평원을 무력화하려 한다는 우려도 나왔다.

양 수석부원장은 "평가기관으로 지정을 받으려면 해당 분야에 대한 상당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 의평원도 사전 경험을 갖고 지정을 받았다"며 "그런데 작년에 법이 바뀌어서 사전 평가 경험이 없어도 지정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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