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평정했지만, 다르긴 달랐던 ML…"부족함 많이 느껴" 부상 속에서도 깨달음 얻었던 이정후 [MD인천공항]

인천공항 = 박승환 기자 2024. 10. 2.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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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인천공항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박승환 기자] "부족함 많이 느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는 1일(이하 한국시각)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메이저리그에서 데뷔 시즌을 마치고 돌아왔다. 엄청난 규모의 계약을 품에 안았지만,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인해 풀타임 시즌을 치르지 못한 이정후의 아쉬움은 매우 컸다.

지난 201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넥센(現 키움) 히어로즈의 1차 지명을 받은 뒤 7시즌 동안 884경기에 출전해 1181안타 65홈런 515타점 581득점 타율 0.340 OPS 0.898이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남긴 이정후는 지난겨울 빅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23년 발목 수술로 인해 풀타임 시즌을 치르지 못한 것이 빅리그 진출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뚜껑을 열어본 뒤의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 주목할 만한 선수가 많지 않다는 점이 이정후에게 호재로 작용됐고,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492억원)의 초대형 계약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정후는 시범경기 13경기에 출전해 12안타 1홈런 5타점 타율 0.343 OPS 0.911의 성적을 남기며 기대감을 키우더니, 정규시즌이 시작된 후에는 한국인 메이저리거 데뷔 최다 11경기 연속 안타를 터뜨리며 빅리그에 빠르게 적응해 나갔다.

그런데 지난 5월 13일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신시내티 레즈 제이머 칸델라리오가 친 홈런성 타구를 '점프 캐치'로 잡아내려던 과정에서 펜스와 강하게 충돌한 것. 어깨를 부여잡고 그라운드에 쓰러진 이정후는 부축을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돌아간 결과 왼쪽 어깨가 탈구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조금 더 정밀 검진을 진행한 결과 왼쪽 어깨 관절 와순이 파열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이정후는 치료를 받으며 2024시즌 그라운드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어차피 장기간 이탈이 불가한 만큼 수술을 통해 완치하고 2025시즌을 준비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미국에서 재활에 전념했던 이정후는 시즌 막판 밥 멜빈 감독과 샌프란시스코 동료들의 제안 속에 선수단과 함께 동행하며 시간을 보냈고, 모든 일정이 종료됨에 따라 1일 귀국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게티이미지코리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

37경기 만에 시즌을 마친 이정후. 아쉬움이 큰 모양새였다. 이정후는 '점수를 매겨달라'는 말에 "점수를 매길 것이 있겠나"라고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며 "이제는 앞으로 남은 야구 인생에서 부상은 없었으면 좋겠다. 그걸 많이 느꼈다. 아무리 좋은 선수라도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끝이라는 걸 느꼈다. 미국에서도 좋은 선수들을 보면 결국 많은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이 자기 성적을 낸다는 것을 느꼈다. 부상이 없어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쉬움'이라는 단어를 수도 없이 되풀이할 정도였지만, 부상을 당하면서 얻는 것도 많았다. 이정후는 "다쳐서 경기를 못 뛰고 재활을 하면서 정신적으로 메이저리그에 어울리는 선수가 먼저 돼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멘탈적으로 야구를 대하는 것과 경기를 준비하는 쪽에서 성숙해진 시간이었다. 또 선수들과 함께 빠지지 않고 경기에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며 "그런 플레이 하나로 시즌이 끝난 것에 대해서 아쉽지만, 앞으로 야구를 할 날이 많기 때문에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메이저리그에 입성하기 전에도 발목 수술을 받고, 빅리그 진출 이후에도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더욱 힘든 시간이었다. 그는 "2년 동안 야구를 거의 하지 못했다. 일단 선수는 경기에 나서야지 뭔가 상황이 벌어지는데, 2년째 부상을 당했다. 제일 야구를 많이 하고 늘어야 되는 시기에 자꾸 쉬고 있는 것 같다. 그 부분이 걱정이다. 잘 하든, 못 하든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인천공항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게티이미지코리아

올해는 모든 한국인 선수들에게 '악몽'과도 같은 시즌이었다. 이정후는 시즌 초반부터 부상으로 이탈했고, 고우석과 최지만, 박효준 등은 빅리그의 부름을 받지도 못했다. FA를 앞두고 있는 김하성은 시즌 막바지 1루 귀루 과정에서 어깨 부상을 당해 현재 수술을 받을 예정이며, 배지환은 마이너리그에서 훌륭한 활약에도 불구하고 빅리그에서 그다지 기회를 받지 못했다.

특히 이정후는 '가족' 고우석에 대한 질문을 피해 가지 못했다. 이정후는 '고우석과 나눈 이야기는 있나'라는 물음에 "같이 힘내자고 말하고 싶다. 같이 힘내고, 우리가 올해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느끼는 것만큼 좋은 건 없다. 실패를 해봐야 또 얻는게 있다"며 "그리고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시즌을 치르면서 '더 했더라면'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제 조금씩 공이 눈에 익기 시작했는데 다친 게 너무 아쉽다. 느낀 것을 토대로 겨울에 더 준비를 잘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래도 이제는 재활이 막바지에 도달했다. 지금의 흐름이라면 2025시즌 스프링캠프 합류는 문제가 없다. 이정후는 "재활 운동은 다 끝났다. 사실 모두 끝난 것은 아니지만, 몸이 80~90%까지 회복했다고 생각한다. 구단 스케줄을 소화하면 내년 캠프의 문제는 없을 것 같다"며 "1년 동안 많은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 내년에는 부상 없이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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