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이끌려 구매한 뜻밖의 장편소설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는 웬만하면 지나치는 편입니다. 수많은 사람의 선택을 받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저에게는 거리감을 느끼게 합니다. 그렇게 2~3년이 지나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 비로소 그 책은 저의 관심을 끌게 됩니다. 스테디셀러의 반열에 올랐다는 증거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번에 만난 신간도서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저의 모든 원칙을 무너뜨렸습니다. 오직 제목 하나에 매료되어 망설임 없이 구매 버튼을 눌렀습니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 그의 이름을 존경해 마지않는 저에게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라는 제목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습니다. 당연히 괴테의 사상과 철학을 집대성한 깊이 있는 인문 서적일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오랜만에 지적 갈증을 해소해 줄 철학 책을 만났다는 기쁨에 부풀어 책을 펼쳤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이 책은 장편소설이었습니다. 평소 소설을 즐겨 읽지 않는 저에게는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이런 실수가! 하지만 이 당혹스러운 첫 만남은, 이내 제 인생 최고의 ‘유쾌한 실수’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30일 만에 문학상을 거머쥔 천재 작가의 탄생
이 놀라운 소설을 쓴 작가는 스즈키 유이, 2001년생의 젊은 영문학도입니다. 연간 1000권의 책을 읽는 엄청난 독서광으로, 고전 문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글을 씁니다. 놀라운 사실은 이 책이 그녀의 첫 장편소설이며, 실제로 부모님의 결혼기념일 식사 자리에서 홍차 티백에 적힌 명언 하나에서 영감을 받아 단 30일 만에 완성한 작품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으로 일본 최고 문학상까지 거머쥐었으니, 그야말로 천재 작가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잡학 소설’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방대한 지식과 문학적 장치로 가득합니다. 움베르코 에코나 보르헤스를 연상시키는 깊이 있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이야기는 결코 무겁거나 난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극히 가볍고 유쾌하게 흘러갑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진위와 원작, 독창성’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험담’으로 풀어내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줍니다.
티백 꼬리표에서 시작된 지적 추리극
소설의 시작은 아주 사소합니다. 주인공이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을 위해 방문한 레스토랑에서 마주한 홍차 티백의 꼬리표. 거기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혼란스럽게 만들지 않고 한데 섞는다. – 괴테”
아름다운 문장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이내 의문을 품습니다. ‘이 명언, 정말 괴테가 한 말일까?’ 이 작은 의심의 씨앗에서부터 거대한 이야기가 피어납니다. 소설 전체가 바로 이 티백 꼬리표에 적힌 명언의 출처를 추적하는 과정 그 자체입니다. 독자는 주인공과 함께 어딘가 어리숙하지만 사랑스러운 인물들을 만나며 ‘지적 호기심의 미로’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소설은 명언의 본질에 대해 흥미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명언이란 일단 말한 사람이 정확히 전해지지도 않고 명언 자체가 온전히 전달되는 일도 드물어. 명언은 분명 유명한 위인의 유명한 말이지만, 실제로는 익명성과 무개성이 조건이 되는 셈이야. 나의 메피스토펠레스도 셰익스피어의 노래를 부른다만, 왜 그게 안 된다는 건가? 셰익스피어의 노래가 그 장면에 딱 들어맞고, 말하고자 하는 바를 속 시원히 말해주는데 어째서 내가 고생해서 나의 글을 새로 써야 할까?”
이 대사는 소설의 핵심을 관통합니다. 우리는 수많은 명언을 인용하고 소비하지만, 그 출처의 정확성이나 원본의 맥락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작가는 이 질문을 통해 창작과 인용, 원작과 파생의 경계에 대해 독자들이 스스로 생각하게 만듭니다.
괴테를 넘어, ‘읽는다는 것’의 즐거움을 향하여
철학 책일 것이라는 저의 기대와는 달랐지만,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그 어떤 철학 책보다 더 깊은 사유의 즐거움을 안겨주었습니다. 무거워 보이는 제목과 달리, 저는 단숨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책을 넘겼습니다. 결말이 궁금했고, 거대한 반전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의 흐름이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괴테의 가짜 명언’을 찾는 추리 소설이 아닙니다. 하나의 문장을 파고들며 지식의 지평을 넓혀가는 과정, 그 자체의 기쁨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책을 덮고 난 후, 저는 곧바로 괴테의 다른 책을 한 권 더 주문했습니다. 이 소설이 저의 지적 호기심에 다시 불을 지폈기 때문입니다. 아마 이 책을 읽는 많은 독자가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만약 당신이 독특하고 재치 있는 소설을 찾고 있다면, 지적인 유희를 즐기고 싶다면, 혹은 책 읽는 즐거움 자체를 다시 한번 느끼고 싶다면, 스즈키 유이의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저의 ‘유쾌한 실수’가 당신에게도 ‘행복한 발견’이 되기를 바랍니다.
Copyright © 저작권법에 따라 허락 없이 무단 복제, 배포, 전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