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가구 들어섰는데 길은 그대로…이문·휘경 뉴타운 ‘재개발의 그늘’

대단지 아파트 줄줄이 입주했지만 편도 2차선 도로에 교통 체증 심화
ⓒ르데스크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휘경동 일대가 대규모 재개발을 거치며 약 1만 가구 규모의 신흥 주거지로 탈바꿈했다. 노후 주택과 좁은 골목길이 사라지고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며 외형상 주거 환경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그러나 재개발 지역을 관통하는 메인 도로를 비롯한 교통 인프라는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으면서 급증한 인구를 감당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주택 공급 성과와 달리 교통 여건 개선이 뒤따르지 않으면서 주민들의 체감 만족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문·휘경 뉴타운, 1만 가구 들어섰는데…도로는 여전히 편도 2차선

이문·휘경 뉴타운은 서울 동북권 최대 재개발 지역으로 손꼽히며 대규모 신축 아파트 단지들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이문·휘경 뉴타운은 크게 4개 구역으로 나뉘며, 각 구역마다 수천 세대 규모의 주거 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재개발이 완료된 이문동 일대에는 최근 수년간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순차적으로 입주하면서 서울에서 새 아파트가 가장 많이 늘어난 지역 중 하나다.

▲ 이문·휘경 뉴타운 재개발.[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지난해 1월 입주한 ‘래미안라그란데’(이문1구역·3069가구)를 시작으로 7월 ‘휘경자이디센시아’(휘경3구역·1806가구), 11월 ‘이문아이파크자이’(이문3구역·4321가구)가 줄줄이 준공할 예정이다. 이주를 진행 중인 이문4구역(3628가구 예정)까지 포함하면 이문·휘경뉴타운 일대에 4~5년 새 1만3000가구가 들어선다.

이문 1구역에는 3000가구가 넘는 ‘래미안 라그란데’가 입주를 마쳤고, 이문 3-1구역에는 4000가구 이상의 대단지 아파트인 ‘이문 아이파크 자이’가 최근 입주를 시작했다. 휘경 3구역에는 1800가구 규모의 ‘휘경 자이 디센시아’가 들어섰다. 여기에 더해 2027년 상반기 착공을 앞두고 있고 현재 이주를 진행 중인 이문 4구역에도 약 3600여 가구가 추가로 들어서게 되면 이문·휘경뉴타운 일대에 4~5년 1만3000가구가 들어선다.

이처럼 대규모 재개발로 인해 약 1만 가구 이상이 새롭게 들어서고 있지만 이들을 받아낼 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재개발 지역을 관통하는 이문동의 메인 도로는 재개발 이전과 마찬가지로 편도 2차선 도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일부 구간에서는 불법 주정차 차량과 버스 정차, 우회전 차량이 뒤엉키며 병목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또 곳곳에 비보호 좌회전 구간이 있어 직진 차량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우회도로도 마땅치 않고 신호 주기도 짧아 체감 정체가 더 심한 것 같다”며 “입주 초기보다는 다소 나아지긴 했지만 근본적인 해결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이문 아이파크 자이 지하를 지나는 도로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이문4구역 사업이 마무리돼야 완전 개통이 가능하다”며 “최소 5년 이상은 교통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어 또 “재개발 구역 지정 당시 도로변 건물들을 함께 정비하지 못해 도로 확장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새롭게 입주한 주민들은 현재 생활환경에 만족하고 계시지만 종종 차량 문제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 이문동 일대는 재개발 이전부터 상습적인 교통체증으로 악명이 높았던 지역으로 유명한 곳이다. 사진은 이문동 일대에 차량들이 정차해 있는 모습. ⓒ르데스크

해당 도로 일대는 재개발 이전부터 상습적인 교통체증으로 악명이 높았던 곳이다. 인근에 대학과 주거지, 상업시설이 혼재돼 있어 평소에도 통행 수요가 많은 구조였고, 출퇴근 시간대에는 차량 흐름이 자주 마비되곤 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천 세대의 신규 입주가 이뤄지면서 교통 혼잡이 한층 더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대중교통 역시 교통체증의 영향을 그대로 받고 있다. 이문동 메인도로를 지나는 버스 노선들은 전용 차로가 확보되지 않아 일반 차량과 뒤엉켜 운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배차 간격이 불규칙해지고 출퇴근 시간대에는 만원 상태의 버스가 반복적으로 운행되는 모습도 목격된다.

르데스크 취재 결과 퇴근 시간이 아닌 오후 3시경에도 이미 도로 차선이 대부분 차량으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 실제 퇴근 시간대인 오후 6시 이후에는 귀가 차량까지 몰리며 정체가 더욱 심화돼 도로 전 구간에서 차량 흐름이 답답하게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정류장에 정차한 버스 뒤엔 오도 가도 못한 차량 행렬이 좁은 도로를 꽉 메우기도 했다.

인구는 늘었는데 도로는 그대로…“이젠 차 대신 지하철 타고 다녀”

재개발과 재건축은 유사해 보이지만 성격은 다르다. 재건축은 기반 시설이 비교적 양호한 지역에서 낡은 아파트 등 개별 건물만 철거하고 새로 짓는 방식이어서 인구 증가 폭이 크지 않다. 반면 재개발은 도로, 상하수도 등 기반 시설이 열악한 지역 전체를 정비하는 사업인 만큼, 개발 이후 인구가 이전보다 크게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이문·휘경 뉴타운 역시 재개발 지역인 만큼 개발 이전보다 유입된 인구가 대폭 증가했다. 그러나 인구 증가에 상응하는 교통 인프라 확충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주민 불편이 고스란히 누적되고 있는 셈이다.

▲ 사진은 이문·휘경 뉴타운에 재개발이 완료된 단지 내부의 모습. ⓒ르데스크

이전부터 해당 지역에 거주해 온 주민들 역시 체감하는 불편은 크다고 입을 모았다. 이문동에 거주 중인 이건우 씨(52·남)는 “원래도 외대~경희대 인근은 도로 폭이 너무 좁아서 출퇴근 시간에는 늘 막히던 곳이었다”며 “그런데 대단지 아파트까지 들어오면서 이제는 평소에도 정체가 심해져 출근길이 말 그대로 꽉 막힌 도로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도로는 그대로인데 차량만 계속 늘어나니 사고 위험도 커진 것 같고 응급차나 버스가 제대로 다닐 수 있을지 걱정될 정도”라며 “재개발을 할 거면 교통 대책도 함께 마련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또 다른 주민 조은정 씨(37·여)는 “재개발 이전에도 차량 통행량이 적지 않은 지역이라 공사 당시부터 교통 문제가 가장 걱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가다 보면 곳곳에 불법 주정차 차량이나 길가에 서 있는 택시들이 많은데 이런 차량들 때문에 정체가 더 심해지는 것 같다”며 “CCTV를 더 촘촘히 설치해 불법 주정차 단속을 강화하는 등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다현 씨(35·여)는 “역세권에 신축 아파트까지 생활 편의시설도 주변에 가득하고 대학가라 물가도 그렇게 비싸지 않아서 입주 자체는 굉장히 만족하지만 가끔 도로에 차가 많은 모습을 보면 숨이 턱턱 막힐 때가 있다”며 “아파트 입주 초기에 차를 몰고 다녀봤는데 너무 막혀서 지금은 지하철을 더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경우 건폐율을 낮추고 용적률을 높여 확보된 여유 공간을 도로나 공원 용지로 활용하는 등 도시 경관과 교통 여건을 함께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과거 재개발 사업들은 주택 공급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도로나 공원 같은 기반 시설 확충이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는 건폐율을 낮추고 용적률을 합리적으로 높여 확보된 공간을 공공 인프라로 활용하는 방식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거 밀도가 높아질수록 교통, 보행, 녹지 환경이 함께 개선되지 않으면 주민 불편이 누적될 수밖에 없다”며 “재개발은 단순히 집을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도시 구조 전반을 재설계하는 사업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고인혜 르데스크 기자

☞ 기사 속 Q&A
Q1. 이문동 일대의 교통 체증이 심각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A. 가구 수는 1만 가구 이상 급증했지만 메인 도로는 여전히 과거와 같은 편도 2차선을 유지하고 있어 병목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Q2. 재개발과 재건축 중 인구 유입이 더 많은 방식은 무엇인가??
A. 재개발. 기반 시설이 열악한 지역 전체를 정비하므로 개발 후 인구 증가 폭이 재건축보다 크다.

Q3. 이문동 메인 도로의 현재 차선 상태는 어떠한가?
A. 대규모 단지들이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왕복 4차선(편도 2차선)의 좁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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