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온나, 내가 미친놈처럼 할게" 캡틴 구자욱의 역할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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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용이 아니라서…."

지난 2일(목)이다. 인상적인 인터뷰였다. SBS Sports의 실황 중계가 끝난 직후다. 수훈 선수가 마이크를 잡았다. (창원 NC전, 삼성 6-1 승리)

정우영 캐스터 “소감부터 말해 달라.”

구자욱 “우리 팀 신인 선수(김백산)가 올라와서 승리를 안겨주고 싶었다. 그게 이뤄져서 기쁜 마음이다.”

정훈 해설 “아까 홈런 타구가 나왔을 때, 직감은 했을 텐데 달리다가 조금 멈칫하더라. 혹시 박건우 선수의 동작에 속았던 건가.”

자욱 “맞다. 홈런을 너무 오랜만에 쳐봐서…. 감을 잃은 것 같다. ㅎㅎㅎ. 중간에 박건우 선배의 페인트에 깜짝 놀랐다.”

정훈 “최근 삼성의 좋은 흐름이 구자욱 캡틴이 좋은 역할을 해서라는 말들을, 팀 내 선수들이 많이 하더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자욱 “정훈 위원의 롯데 시절을 많이 본받고 있다. ‘내가 할게….’ 그거를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 (방송에) 부적절한 어휘가 들어가기는 하는데.”

중계석도 빵~ 터진다.

자욱 “오늘 또 정훈 위원이 오셔서, 야구장에서 그런 모습을 몸소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우영 “어~. 그래서 그 솔선수범하면서, 마지막 이닝에 도루까지 했던 건가?”

자욱 “맞다. 바로 그런 장면들이 분위기를 올리는 모습들이고, 정훈 위원께서 추구하는 플레이가 아닌가 생각한다.”

우영 “정훈 위원 약 올리기로 인터뷰에서 작정을 한 건가?”

자욱 “아니다. 야구장에서 항상 밝게 맞아 주셔서, 저도 보답하고자….”

군기반장 정훈의 일갈

인터뷰 내내 유쾌하다. 즐겁고, 흥겹다. 곳곳에서 웃음이 터진다. 농담과 진담을 넘나 든다. 현란한 애드립이다.

그러나 가벼움만 있는 게 아니다. 촌철살인의 한 문장이 있다. 반짝이는 명언(?)이다. 바로 방송용이 아니라서. 직접 언급하지 못했던 말이다.

저작권자는 정훈 위원이다. 과거 부산 갈매기 시절의 얘기다. 원문은 무척 강렬하다.

“나온나, 내가 미친놈처럼 나가서 할게.”

화자(話者)의 현역 마지막 해였다. 그러니까 2025년 2월이다.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 때다. 연습경기가 한창이다.

돌발 상황이 벌어진다. 누군가 선수단 전체를 불러 모은다. 이른바 ‘집합’이다. 부글거리는 속내가 폭발한다.

“오늘 우리들 모습이 너무 안 좋다. 결과를 떠나서 악착같이 붙어야 한다.”

아무리 연습 경기지만, 이건 아니다. 그런 뜻이다. 그러면서 후배들 하나하나를 콕 집는다. 윤동희, 황성빈, 나승엽 등을 지적한다. 급기야 그 ‘대사’가 폭발한다.

“나온나. 내가 미친놈 같이 나가서 할 게.”
38세의 정훈이다. 군기반장 역할을 자처한다.

최고참은 분명히 따로 있다. 1살 위 전준우다. 하지만 그가 나서면 모양새가 좀 그렇다. 이럴 때 악역이 필요하다. 바로 2인자의 역할이다.

혹은 굿 캅, 배드 캅(Good Cop, Bad Cop)의 느낌이다. 리더는 존경을 받아야 마땅하다. 반면 싫은 소리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팀이 바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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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자 ‘I’라서 스트레스가 많다”

아마 2026년의 구자욱이 그런 것 같다. 33세 시즌이다. 허리를 맡아야 할 시기다.

라이온즈의 팀 구성이 비슷하다. 까마득한 선배들이 쟁쟁하다. 42세 최형우가 있다. 40세 강민호도 팔팔하다.

하지만 주력 야수들은 20대다. 김지찬(24), 김성윤(27), 박승규(25), 김현준(23), 양우현(26), 이재현(23), 김영웅(22) 등이다.

사실 쉽지 않은 역할이다. 선배를 ‘모셔야’ 한다. 후배들을 ‘이끌어야’ 한다. 나이 차이만 있는 게 아니다. 개성도 각각이다.

그걸 어울러야 한다. 한 팀으로 만들어야 한다. 분위기도 중요하다. 덕아웃이 활활 끓어올라야 한다. 그래서 때로는 ‘미친놈’이 돼야 한다. 자기가 직접 설치고, 나서야 한다.

“내가 지극히 내향적이다. MBTI도 I가 강하다. 그래서 여럿이 어울리고, 스킨십하고…. 그런 걸 잘 못한다.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어느 인터뷰에서 밝힌 속내다.

“하지만 이게 내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런 점을 잘 안다. 맡아야 할 역할이다. 그래서 계속 적응 중이다. 덕아웃에서도 분위기를 올리려면, 내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 팬들도 그런 모습들을 좋아한다.”

달가운 일은 아니다. 남들이 알아줄 리도 없다. 부담스럽다. 가능하면 피해 가고 싶다. 그래서 모든 팀이 임기제로 운영한다.

라이온즈도 마찬가지다. 1982년 창단 이후 변하지 않은 내규가 있다. ‘주장 임기는 2년’이라는 원칙이다.

그는 이미 첫 번째 임기를 마쳤다. 2024년부터 2년 간 완장을 찼다. 작년 가을이 끝이었다. 두 시즌 동안 팀은 모두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왕조 시절 이후 처음이다.

그러자 팀이 연장을 원했다. 저버릴 수 없는 부탁이다. 대신 조건이 있었다. ‘(최) 형우 형을 데려와 주면….’ 그런 옵션이 붙었다는 후문도 있었다.

아무튼, 올해가 연임 첫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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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게임 타율 0.463

“열심히, 많이 이긴 것 같다. 그런데 순위표는 늘 제자리걸음 같다. 1위는 항상 저 앞에 있다.” 라이온즈 팬들의 불만이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트윈스 팬들도 불안하다. “우리 팀 승률이 무척 높다. 성큼 앞서 가는 것 같다. 하지만 돌아보면 전혀 아니다. 2위가 바로 등 뒤에서 쫓아온다.”

1, 2위 싸움이 치열하다. 어느덧 1게임 차이가 됐다. 전반기 마지막 3연전(7일~9일)이 흥미롭게 됐다. 위닝 (시리즈) 하는 쪽이 1등이다. 두 발 뻗고 (올스타) 휴가를 즐길 수 있다.

팽팽해진 것은 라이온즈 때문이다. 무서운 상승세를 보인다. 최근 10게임에서 9승 1패로 약진한다.

특히 타격이 불타오른다. 이 기간 89점을 득점했다. 경기당 평균 9점에 가깝다. 팀 타율(0.314)은 압도적인 1위다.

상당한 지분이 캡틴에게 있다. 3번 타자로 결정적 활약을 보인다. 10경기 동안 41타수 19안타(2루타 3개, 홈런 1개)를 쳤다. 끝내기 안타도 포함됐다. 이 기간 타율은 4할이 넘는다(0.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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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기록은 찾아보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중요한 시기다. 다년 계약이 끝나는 해다. 5년 간 120억 원 규모의 딜이 마무리된다. 겨울이면 FA로 풀린다. 새 직장을 알아봐야 될지 모른다.

어쩌면…. 그렇다는 얘기다.

이런 때는 완장이 버겁다. 자기 성적이 급하다. 남 챙길 여력이 없다. 그런데도 선뜻 연임을 받아들였다. 팀에 대한 정이 남다른 탓이다.

사실 컨디션은 별로다. 이곳저곳이 조금씩 아프다.

팀은 쉬라고 한다. 길게 보자는 배려다. 하지만 본인은 달갑지 않다. “게임에 나가고 싶다. 한 타석이라도 더 뛰고 싶다.” 그런 의지가 강하다.

2년 전이다. 33홈런과 115타점을 기록한 시즌이다. 9월쯤이다. 이런 인터뷰를 남겼다.

“주장이 된 후부터 내 개인 기록은 거의 찾아보지 않는다. 홈런을 많이 칠수록 ‘왜 홈런에 대한 집착이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 집착이 없어 결과가 더 좋은 듯하다. 솔직히 내가 홈런 몇 개를 쳤는지, 몇 타점을 올렸는지 모르고 있었다." (2024년 9월 4일, 엑스포츠뉴스 중에서)

엄연히 다른 팀 선배(정훈)의 말이다. 그걸 가슴에 새겼다. 캡틴의 심장에 말이다.

"나온나, 내가 미친놈처럼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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