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은 파괴할 수 있다"…시코르스키의 계산

폴란드 외무장관이 미국 지원 없이도 나토 유럽 회원국 전력만으로 러시아 정유시설 절반을 파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이 미국 없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폴란드 외무장관이 구체적인 숫자로 답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유럽 국가들이 보유한 순항미사일과 전투기 등을 활용하면 미국의 직접적인 지원 없이도 러시아의 핵심 에너지 기반시설에 상당한 타격을 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생각만큼 무력하지 않다"…발언의 요지

시코르스키 장관은 "유럽은 러시아가 생각하는 것만큼 무력하지 않다"며 "미국의 도움 없이도 러시아 정유시설 절반을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경제와 전쟁 수행 능력의 핵심인 에너지 시설을 직접 거론하며 유럽의 독자적 대러 억제 능력을 강조한 것이다.

"국방비를 늘렸다"…폴란드가 선 자리

이 발언은 러시아와 나토 회원국 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나왔다. 특히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방비를 대폭 늘리고 병력을 확충하는 등 유럽 내 대러 강경 노선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산 무기뿐 아니라 한국산 K2 전차와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을 대거 도입하며 군 현대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병적인 혐오증"…러시아의 반발

러시아는 강하게 반발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시코르스키 장관의 발언을 두고 "병적인 러시아 혐오증의 또 다른 사례"라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나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무기를 지원하고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하는 것을 자국과 나토 간 직접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행위라고 경고해 왔다.

능력을 말로 꺼내 보이는 것 자체가 억제의 한 방식이다. 다만 그 말이 상대의 계산을 바꿀지, 긴장의 눈금만 올릴지는 다른 문제다. (사진 출처=AP·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