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상 마무리 단계…폴란드 2차 수출 계약 이르면 7월 체결
현대로템의 K2 전차가 다시 한 번 글로벌 방산 시장을 흔들고 있다. 2022년 폴란드와의 1차 수출 계약에 이어, 2025년 7월 이내에 2차 계약이 체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계약 대상은 폴란드에 공급될 K2PL(폴란드 현지형) 및 K2GF(국내 생산형) 전차 총 180대와 구난 전차 81대, 기술이전 및 정비(MRO) 계약까지 포함된 대규모 패키지다.
당초 협상은 6월 초 마무리될 예정이었으나, 폴란드 정부 측이 새 정부 출범을 의식해 세부 조율을 요구하면서 일정이 다소 지연됐다. 그러나 현지 의사결정 구조가 정비되면서 현대로템과 폴란드 정부는 최종 서명과 발표 시기를 논의 중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7월 중순, 늦어도 8월 초에는 공식 계약 체결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총 계약 규모는 약 9조1500억 원으로, K-방산 역사상 단일 전차 수출 계약 중 가장 큰 규모다. 이는 앞서 논의됐던 8조2000억 원 수준보다 약 1조 원 가량 증가한 수치로, 폴란드 측이 요구한 기술이전 조건을 한국이 수용하면서 계약 규모가 상향 조정된 것이다.

K2PL과 K2GF의 비율, 수출형 전차 플랫폼의 현지화 전략
이번 계약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K2 전차의 ‘현지화 전략’이다. 폴란드는 단순한 완제품 도입을 넘어서 자국 내 생산 및 조립, 유지보수 능력 확보를 요구해왔다. 이에 따라 현대로템은 한국에서 생산한 K2GF 모델과 폴란드에서 조립될 K2PL 모델을 혼합 공급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업계에 따르면, K2GF의 공급 비중이 K2PL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현지 공장이 완전히 가동되기 전 초기 물량을 신속히 확보하려는 폴란드군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K2PL의 경우 2026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가며, 현지 협력업체들과의 공동 생산 체제가 완성될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구난 전차(Armored Recovery Vehicle, ARV) 81대도 포함된다. 이는 전차 손상 시 현장에서 신속히 회수하고 수리할 수 있는 장비로, 작전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폴란드군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MRO의 중요성을 실감한 만큼, 단순 장비 도입을 넘어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협력을 추구하는 전략을 택했다.

중동 진출 초읽기…사막형 K2 전차 개발 가속화
현대로템은 폴란드 수출을 교두보 삼아 중동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의 전차 교체 수요가 각각 500대, 250대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두 국가는 자국 기후에 맞춘 맞춤형 플랫폼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현대로템은 K2 전차를 기반으로 ‘사막형 개량 모델’을 개발 중이다. 사막 기후는 고온, 모래 먼지, 급격한 온도차 등 혹독한 환경 조건이 많아 냉각 시스템, 에어필터, 서스펜션 등이 전면 개조돼야 한다. 이미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해당 조건에 맞춘 시제 차량 제작을 위한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K2 사막형’은 단순 수출을 넘어, 중동 지역 국가들과의 합작 생산 및 기술 이전 협력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전략 상품이다. UAE의 경우 K9 자주포에 이은 두 번째 협력 아이템으로 K2를 검토 중이며, 사우디아라비아도 미국산 M1A2 전차의 후속 대체를 위한 옵션으로 K2를 고려하고 있다.

전략적 협력과 정상급 외교의 역할 확대
K2 수출 확대에는 단순한 기업 간 계약을 넘어 국가적 차원의 전략적 외교 지원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이번 폴란드 수출 협상 과정에서도 외교부와 국방부, 방위사업청이 유기적으로 연계해 기술이전 조건 및 양국 간 방산 협력 수준을 정교하게 조율해왔다.
또한 업계에서는 이르면 7월 이재명 대통령과 폴란드 정상 간 통화 또는 특사 파견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K-방산의 프리미엄 전략은 단순한 저가 판매가 아닌 품질과 신뢰 기반의 고부가가치 협력 모델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이를 성사시키는 데 있어 정상 외교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022년 한-폴 방산 포럼 이후 구축된 고위급 협의체는 지금도 양국 간 정기적인 기술 교류와 정책 조율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유럽 전역의 K-방산 확대에도 중요한 토대가 될 전망이다.

K-전차의 글로벌 진화…수출형 플랫폼의 가능성
현대로템의 K2 전차는 2020년대 들어 전차 수출의 패러다임을 바꾼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전통적으로 전차는 미국, 독일, 러시아 3강이 독식하던 분야였지만, K2는 한국형 기술 독자성, 경량화와 기동성, 높은 현대화 가능성 등을 무기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K2 플랫폼은 다양한 개량형 모델로 확장 가능하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높다. 구난전차, 지휘통제형, 도하형, 심지어 무인 포탑 탑재형까지 기술적 확장성이 높아, 구매국의 요구에 맞춘 맞춤형 솔루션 제공이 가능하다.
현재 K2의 핵심 수출 사양에는 자동 사격 통제 시스템, 능동방어체계, 레이저 거리측정기, 복합장갑 등이 포함되며, 수출형 버전에서는 탄도 미사일 방호 기능과 함께 자체적인 드론 방어체계까지 고려되고 있다.
폴란드, 중동, 아시아, 남미까지 이어지는 ‘K2 글로벌화’는 단순 수치 이상의 전략적 파급력을 갖는다. 한국이 방산 기술 강국에서 실질적인 무기 수출국 5강 진입을 노릴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주력 품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