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부능선 넘은 ‘스테이블코인 이자지급 허용’법…트럼프 겨냥 윤리조항이 고비
'스테이블코인 단순보유시 이자금지, 활동기반에만 리워드 허용'
'가상자산 대부분 규제권한 CFTC로, 디지털증권만 SEC가 감독'
은행권 "이자지급 허용 더 제한", 민주당 "윤리조항 더 강화해야 지지"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스테이블코인 투자자에 대해 이자를 지급하는 보상을 허용하느냐 여부를 놓고 수 개월 간 교착 상태를 보였던 미국 가상자산 시장구조법, 이른바 클래리티법이 근 10개월 만에 상원 내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연내 법안 처리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해 민주당 의원들이 법안 반영을 주장하고 있는 윤리 조항이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이날 처리된 법안은 가상자산 산업의 상당 부분에 대해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를 주된 규제감독기관으로 정하는 한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디지털 증권에 한해서만 종전 감독 권한을 유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가상자산 토큰이 언제 증권인지, 상품인지, 또는 그 밖의 자산인지 정의하게 돼 향후 가상자산 채택을 촉진하는 데 필요한 법적 명확성이 확보됐다. 이에 CFTC와 상품을 관할하는 농업위원회가 처리할 예정인 법안과 병합 처리 후 이 법안은 상원 본회의에 회부될 예정이다.
이날 표결 처리는 톰 틸리스 상원의원과 앤절라 알소브룩스 상원의원이 초당적 절충안을 마련한 뒤 이뤄졌는데, 이는 의원들과 은행권 단체, 가상자산업계 사이에서 수개월 간 이어진 협상의 결과였다. 이 과정에서의 핵심 쟁점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한 고객에게 이자 지급과 같은 보상을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앞서 1월 위원회 표결을 추진하려던 시도는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CEO)가 이러한 보상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에 반발해 지지를 철회하면서 무산됐다.
이날 처리된 법안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하게 보유하는 투자자에게는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되, 지급결제나 거래 등 실제 활동을 기반으로 하는 스테이블코인 투자자에게는 리워드 형태의 보상을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은행권 단체들은 스테이블코인과 연계된 보상, 특히 이를 디지털 지갑에 예치하는 것만으로 이용자에게 보상을 주는 방식이 예금 이탈을 초래하고 은행의 대출 능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계속 우려해 왔다. 이에 법안에서는 전통적인 계좌 예금과 유사한 활동에 대해서는 보상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했다.
팀 스콧 상원 은행위원장은 “이 법안은 전통금융과 신기술 중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는다”며 “가상자산을 음지에서 꺼내 더 안전하고 공정하며 투명한 시스템 안으로 편입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법안 가결 이후 페이팔의 가상자산 부문 수석부사장 겸 총괄 매니저인 메이 자바네는 “가상자산과 스테이블코인은 주류 결제 레일이 될 것이며, 소상공인들이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더 빠른 정산 시간과 낮은 수수료 같은 추가 혜택을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또 다음 상거래 시대가 온라인에서 블록체인 장부에 거래가 기록되는 “온체인”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탈중앙화 결제 플랫폼 볼티지 창업자 겸 CEO인 그레이엄 크리젝은 “그동안 고객으로부터 가상자산을 받으려는 기업들은 라이센스 체계와 자산 분류가 명확치 않아 종종 벽에 부딪혔다”면서 “이 법안은 집행을 통한 규제를 끝내고 실제 규칙으로 대체하는 만큼 향후 스테이블코인이 미국에서 더 주된 결제 레일로 사용되도록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미국은행협회(ABA)와 은행정책연구소(BPI), 소비자은행협회(CBA), 금융서비스포럼, 미국독립지역은행협회(ICBA), 전미은행협회는 공동 성명을 통해 “이날 클래리티법 표결은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는 데 있어 중요한 진전을 의미하며, 이는 은행업계가 지지하는 목표”라고 언급하면서도 “우리는 스테이블코인 보유에 대해 이자와 유사한 보상을 제공하는 것을 더욱 엄격히 제한하는 방향으로 강화돼야 한다고 계속 믿고 있고 일부 결제용 스테이블코인 거래와 활동에 대해서만 보상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요한 안전장치가 없다면, 스테이블코인 상품은 은행 예금을 흡수하고 전국의 지역 대출과 경제 활동을 위협할 것”이라며 “우리는 상원의원들과 성실하게 협력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법안을 개선하며, 상원 본회의 통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상임위 통과 이후에도 클래리티법이 최종 확정될 지를 두고는 여러 난관이 남아 있다. 바로 윤리 조항이다. 은행위원회는 자신들이 구체적 관할이 아니며 상원 전체가 다뤄야할 사안이라며 법안 내 이해상충 관련 조항을 포함하지 않은 만큼, 이는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양당이 풀어야할 최대 난제가 될 전망이다.
많은 민주당 의원들은 윤리 조항 부재를 강하게 비판하며, 이것이 트럼프 행정부와 대통령의 여러 가상자산 관련 사업에 추가적인 이익을 준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 상원 은행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이날도 “대통령과 그 가족은 취임 1년 만에 가상자산 거래만으로 최소 14억달러의 이익을 챙겼는데, 이 법안에는 이를 막기 위한 조항이 놀랍게도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일부 민주당 강성 의원들은 더 강력한 소비자 보호 조항과 소프트웨어 개발자 기소 관련 조항이 없으면 이 법안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은행위원회와 달리, 상원 본회의에서는 충분한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법안 통과가 불가능하다. 아울러 이 관문을 통과해도 지난해 말 별도 버전을 통과시킨 하원에서도 다시 표결을 거쳐야 한다.
이정훈 (futur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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