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지붕 미리 만들어 조립… 공사 기간 30% 단축

지난달 10일 충남 당진에 있는 GS건설의 모듈러 주택 브랜드 ‘자이가이스트’ 제조 공장에서는 인부들이 긴 나무판자를 잘라 못을 박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높은 철골 구조물을 오르내려야 하는 건설 현장과 달리, 모든 작업이 평지에서 이뤄졌다. 핵심 작업인 목재 자르기와 조립은 실내에서 진행돼 영하의 날씨에도 인부들은 얇은 작업복 차림이었다. 큰 소음이나 많은 양의 먼지도 없었다.
이 공장에서는 벽, 바닥, 지붕 등 집을 이루는 요소, 즉 모듈을 만든다. 각 모듈에는 난방과 수도, 조명, 싱크대, 화장실, 인테리어까지 모두 장착돼 있어 건설 현장에서 이를 이어 끼우기만 하면 된다. 특히 모듈러 공법을 쓰면 공사 기간을 기존 공법보다 30% 정도 단축할 수 있다. 날씨와 상관없이 생산이 가능한 덕분이다. 공장 관계자는 “최대 9평짜리 모듈 두 개를 이으면 18평 원룸이 된다”며 “작년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지역에 신속하게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벽간 소음 적고 배관 수리도 가능
모듈러 주택이 주목받는 건 국내 주택 시장이 유례없는 ‘공급 절벽’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에서 착공된 아파트는 312호로 전년 대비 80.6% 감소했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은 11만6213채로 2016년 이후 최저치였고 서울의 최근 5년 신규 분양은 직전 5년의 45.5% 수준에 불과했다. 분양 후 2~3년 뒤 입주가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7~2028년 공급 부족은 기정사실이다. 공급이 쪼그라드는 위기에서 정부가 꺼내 든 카드 중 하나가 모듈러 주택이다.
모듈러 주택이 컨테이너 박스 같은 임시 조립 주택이라는 편견은 해외에선 이미 깨졌다. 싱가포르에서는 2019년 40층짜리 ‘클레멘트 캐노피’에 이어 2023년에는 56층의 ‘에비뉴 사우스 레지던스’를 모듈러 공법으로 완공했다. 국내에서는 2003년 서울 신기초등학교를 처음 모듈러 공법으로 지은 뒤 시장 규모가 8000억원 규모까지 커진 것으로 추산된다. 2023년 경기 용인에 13층 행복주택이 준공됐고, 현재 20층 이상 아파트도 추진 중이다. 품질도 기존 공법에 뒤지지 않는다.

◇공사 기간 30% 줄일 수 있어
정부는 모듈러 공법을 통해 빠르게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9·7 대책에도 ‘모듈러 건축 활성화 지원 특별법’을 포함시켰고, 여야 공동으로 발의도 된 상태다. 법이 통과되면 공공 주택의 일정 비율을 모듈러 공법으로 짓게 된다. 업계에서는 10%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 삼성물산·GS건설·현대엔지니어링 등 대형 건설사들도 기술 개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모듈러 공동주택 시장은 2030년 1조7500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모듈러 주택이 정착되려면 두 개의 벽을 넘어야 한다. 우선 철근콘크리트 공법 대비 약 30% 높은 비용이다. 자재비가 비싸고, 대량 생산 구조가 갖춰지지 않아 제작비가 높기 때문이다. 특별법에는 비용 문제를 보완할 용적률 완화 등 지원책이 담겼다. 더 본질적인 건 소비자 인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값이 수십억원을 호가하는데 같은 값을 내고 모듈러 주택을 선택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가 진짜 문제”라고 했다. 정부는 공공임대주택과 청년·1인가구 대상 소형 주택 위주로 모듈러를 보급해 신뢰를 쌓은 뒤 민간 시장으로 확산시킨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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