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레벨 탐구] ‘내부 안정화’ 허윤홍 GS건설 대표, '자이' 이미지 쇄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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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 사장 /사진 제공=GS건설

GS건설은 지난해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적잖은 후유증을 겪고 있다. 사고로 선망의 대상이었던 주거 브랜드 ‘자이(Xi)’의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졌고, 10개월 영업정지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였던 임병용 전 대표는 사고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구원투수로 등판한 인물이 오너4세인 허윤홍이다. 오너 일가로서 조직의 이미지 쇄신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사장)로 선임됐다. 허 대표는 취임 직후 직원과의 만남을 늘리는 스킨십 경영으로 내부 분위기를 안정시켰다. 내부를 수습한 허 대표의 다음 행보는 자이의 브랜드 가치 회복이다.

신사업 맡아 경영능력 입증

허 대표의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GS그룹의 시조인 허만정 LG그룹 공동창업주가 있으며 허준구 GS건설 명예회장이 증조부,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 겸 GS건설 회장이 부친이다.

허 대표는 1979년생으로 올해 만 45세의 젊은 CEO다. 한영외고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세인트루이스대에서 국제경영학 학사, 워싱턴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3세였던 지난 2002년 GS칼텍스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2005년 GS건설 대리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2010년 플랜트기획팀 부장, 2012년 경영혁신·IR담당 상무보, 2013년 플랜트공사지원담당 상무, 2016년 사업지원실장 전무 등을 거쳤다.

허 대표가 주목받은 것은 신사업을 맡아 경영능력을 발휘하면서다. 2019년 신사업추진실장(부사장)에 올랐고 2020년 신사업부문이 만들어지면서 대표(사장)로 승진했다. GS건설의 신사업은 수처리 업체인 GS이니마와 모듈러주택 사업의 자이가이스트, 대서양 연어 양식사업을 하는 에코아쿠아팜 등이다. 허 대표 취임 이후 신사업 매출이 증대되면서 경영능력이 입증됐다. 2020년 신사업부문 신설 당시의 매출 6111억원, 매출 비중 6.04%에서 지난해에는 매출 1조4144억원, 매출 비중 10.53%를 달성했다.

이처럼 신사업이 순항하던 중 검단 사고가 발생했다. 자이의 브랜드 이미지는 검단아파트와 함께 무너졌으며, GS건설은 사고로 10개월 영업정지 위기에 처해 있다. 2013년 6월 취임해 10년간 GS건설을 이끌었던 임 전 대표는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내부 안정’ 다음 행보는 ‘이미지 쇄신’

허 대표는 위기의 GS건설을 구하기 위해 등장했다. 지난해 10월 대표이사 선임이 결정됐으며 올해 3월 사내이사에 올랐다. 선임 이후 가장 집중했던 것이 직원과의 소통이다. 직접 현장을 찾아 구성원과 의견을 나누며 사기 진작과 결속력 굳히기에 집중했다. 타격을 받은 회사를 당장 회복시키기에 앞서 구성원을 보듬는 리더십을 보여줬다. 최근 비전을 선포한 허 대표는 “임직원들이 회사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며 조직 구성원을 소중히 여기는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허 대표는 취임 이후 사내게시판에 인사글을 올려 직원들과 교류할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국내외 현장을 돌며 직원들과 소통했고 올해는 행보를 더욱 강화했다. 1월 올해 첫 일정으로 서울 서초구 ‘메이플자이’ 현장을 찾아 시무식을 열고 “현장에 문제와 답이 있다”며 “현장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업무 외에 스킨십도 문화행사를 통해 강화했다. 2월 강원도에서 ‘스키 행사’를 연 데 이어 ‘배구 경기 관람 행사’도 개최했다.

메이플자이 현장에서 허윤홍 대표와 직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GS건설

이 같은 허 대표의 스킨십 경영으로 이탈자가 줄어들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GS건설 임직원 수는 검단 사고 이전인 2022년 말 3806명에서 이후인 2023년 말 3715명, 올 상반기 말 3730명으로 큰 변동이 없다.

내부 안정을 이룬 허 대표의 다음 행보는 자이 브랜드 리뉴얼이다. 2002년 9월 출시된 자이는 'eXtra Intelligent(특별한 지성)의 약자이며, 시장에 고급 아파트 브랜드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검단 사고 이후 브랜드 경쟁력이 약해져 쇄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이 브랜드의 경우 이미 수주해 분양하는 아파트는 흥행하고 있지만 신규 수주 경쟁력이 하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GS건설은 최근 사업비 1조6000억원 규모의 서울 알짜 사업지인 한남4구역 재개발 수주전에서도 발을 뺐다.

허 대표는 지난해 검단 사고와 관련한 간담회에서 “사고로 위상이 많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며 “국민도 신뢰하고 직원도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허 대표가 선택한 돌파구는 자이 브랜드 리뉴얼로 주택사업에서 생긴 문제를 주택사업으로 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허 대표는 이달 10일 열린 '2024 글로벌 인프라 협력 콘퍼런스(GICC)'에서 “자이를 계속 리뉴얼하고 있으며, 조만간 관련 성과가 나와 쇄신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자이 리뉴얼에는 최근 신설된 고객경험혁신팀(CX)과 브랜드마케팅팀이 참여한 가운데, 품질과 안전을 중시하면서 브랜드 로고를 바꾸고 철학 등을 추가하는 문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