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트레이닝 플랫폼 콰트 이용 후기
필라테스의 창시자 조셉 필라테스는 대체 어떤 인간일까. 2020년 처음 필라테스를 접했을 때 품은 의문이다. 필라테스가 평소 사용하지 않는 소근육을 사용해 체형 교정에 좋다는 건 익히 알았지만 좀처럼 이 운동에 정이 가지 않았다. 과장을 보태자면 내 돈을 주고 고문 받는 느낌이었다. 회당 8만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개인레슨도 받아봤지만 굳게 닫힌 마음을 여는 덴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필라테스와 영원히 평행선을 걷는 줄 알았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목표한 바의 70%를 달성하니 필라테스가 생각났다. 몸의 부피를 줄이니 바르고 고운 체형에 대한 욕구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개인 레슨은 비용이 부담됐고 그룹 레슨에 참여할 시간은 부족했다. 테니스에 미쳐 있기 때문에 가급적 여유 시간을 테니스에 할애하고 싶었던 까닭이다.
기로에 섰을 때 콰트(Quat)를 알게 됐다. 콰트는 필라테스, 발레핏, 도구 운동, 맨몸 운동 등 다양한 운동을 총망라한 홈 피트니스 플랫폼이다. ‘맨몸 필라테스만 할 수 있는 거 아냐’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콰트로 기구 필라테스도 할 수 있다. 출근 전 약 45분 동안 콰트로 기구 필라테스를 해봤다.
◇우리 집이 필라테스 센터가 됐다
콰트의 차별점은 기구 필라테스를 방 안으로 옮겨왔다는 점이다. 체어, 리포머, 바렐처럼 고가에 부피가 큰 필라테스 기구의 특징을 본 떠 만든 가정용 운동 기구를 개발한 덕이다. 집에서도 기구 필라테스 동작을 수행할 수 있다.
이날은 보편적인 스트레칭 도구인 폼롤러와 콰트에서 만든 바로폼, 바로보드를 활용하는 운동을 했다. 몸의 곡선에 맞게 설계된 바로폼은 굽은등, 거묵목 교정에 효과적인 기구다. 가볍고 미끄러지지 않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리포머의 원리를 차용한 바로보드는 밴드의 장력을 이용해 다양한 운동을 수행할 수 있는 기구다. 납작하고 넓은 형태라 틈새 보관이 용이하다.
기구 운동에 앞서 몸을 깨우기 위해 스트레칭부터 하기로 했다. 필라테스 전문가 김미구스 코치의 ‘다이어트 스트레칭’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스트레칭을 모은 프로그램으로 총 20강이다. 이날 따라 다리가 무거워서 4강 ‘폼롤러로 하체 붓기 제대로 풀어보기’를 재생했다.
등, 엉덩이 스트레칭으로 포문을 열었다. 잦은 테니스와 잘못된 수면 자세로 뭉친 등과 팔 근육이 시원하게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 이어서 등, 허리 스트레칭을 했는데 만만치 않았다. 쉬워 보였지만 뻣뻣하게 굳은 몸이 고장 난 로봇처럼 삐걱거렸다. 팔을 뻗는 반대편 다리가 자꾸 위로 떠서 난감했다.
상체를 풀고 난 후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를 부위별로 푸는 동작을 했다. 허벅지 앞면 스트레칭을 할 때는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났다. 경직된 근육이 던진 경고의 메시지라고 받아들이고 참았다. 정강이를 폼롤러에 대고 굴리는 자세를 할 때는 아픔과 희열이 공존하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손으로는 쉽게 풀 수 없는 부위라 성취감을 느꼈다.
김미구스 코치는 콰트 내에서 누적 조회수 1위에 달하는 인기 코치다. 김 코치의 프로그램을 재생하면 그 이유를 대번에 납득하게 된다. 밝은 에너지로 가득한 인물로, 특유의 긍정적인 아우라가 쉽게 포기하지 않게 독려해준다.
그 다음 여정으로 ‘뱃살 올킬 바로폼 필라테스’를 채택했다. 뱃살 올킬이라는 제목에 홀려서 한 선택이다. 나은 코치가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바로폼을 활용해 옆구리, 뒷구리 등 복부 전반을 공략하는 운동 10강으로 구성됐다.
이날은 11분 길이의 ‘데일리로 가능한 옆구리상 커팅 루틴’을 진행했다. 40초 동안 운동을 수행하고 20분 쉬는 타바타 운동 형식으로 총 10가지 동작(5동작을 양쪽으로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감히 고백하건대 쉬운 프로그램인 줄 알았다. 첫 동작인 옆구리 늘려주기를 할 때 ‘이 정도 난이도면 식은 죽 먹기겠군’ 생각했다. 섣부른 판단이었다. 두번째 동작인 옆구리 붓기 완화를 하면서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는 복부에 좌절감을 느꼈다. 세번째, 네번째, 다섯 번째 동작을 할 때는 움직여서는 안되는 신체 부위들이 자꾸 들려서 답답했다. 동적인 동작을 정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필리테스의 정수를 느낄 수 있었다.
이날의 종착지는 아티다 코치의 ‘홈 리포머 바로보드 필라테스’(10강)다. 필라테스의 꽃 리포머의 원리로 만든 바로보드로 할 수 있는 스트레칭 동작들을 모은 프로그램이다. 필라테스를 배울 때 그나마(?) 즐겨했던 기구가 리포머라 기대가 컸다.
1강인 ‘하체 붓기 빼는 고관절 스트레칭’은 일상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고관절을 활성화하는 6가지 동작으로 이루어진 강의다. 튜빙 밴드를 보드의 상단에 고정한 후 보드의 정중앙에 누워서 시작하면 된다. 튜빙 밴드의 손잡이 부분을 발에 끼워서 동작을 수행하는데 다리가 밴드의 장력을 버티면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적잖은 힘이 든다.
가장 도전적인 동작은 마지막 동작이었다. 몸을 대자로 뻗은 다음 한다리를 들어서 반원을 그리는 동작인데, 다른 신체부위를 고정했기 때문에 고관절의 역동감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고관절에서 우드득 소리가 나서 민망했고 막바지에는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앞서 진행한 운동 프로그램보다는 신체적 고통(?)을 덜 수반하지만 그만큼 집중해야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리를 들거나 움직일 때 보드에서 허리가 떨어지면 안되기 때문에 복부에 힘을 많이 줘야 한다. 장력을 버티면서 많은 힘을 소모했는지 다리 근육이 뻐근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상쾌한 피로감이다.
◇조셉 필라테스를 존경하기로 했다
이번 취재 전후로도 쿼트의 다양한 필라테스 프로그램을 접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만족이다. 땀을 뻘뻘 흘리는 유산소 운동보다 칼로리 소모는 적지만 평소에 잘 쓰지 않는 부위를 자극할 수 있어서 효용감이 크다. 취재한 날에는 단단해진 앞 허벅지를 만지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무엇보다 자기주도적인 운동을 할 수 있어서 좋다. 필라테스 센터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며 운동을 하는 것도 좋지만 시간과 비용의 부담이 크다. 그룹 레슨의 경우 짜여진 프로그램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그날의 신체 컨디션에 맞춰 운동할 수 없다는 제약도 있다. 콰트는 그런 부분의 아쉬움을 해소하기에 괜찮은 대안이다.
수용자들의 건강을 위해서 좁디 좁은 수용소에서 할 수 있는 운동법을 고안한 조셉 필라테스. ‘시간도 없고 공간도 마땅치 않아서 필라테스를 못 한다’는 말은 그의 숭고한 정신 앞에서 핑계거리에 불과하다. 20평 남짓한 아담한 집에서 즐겁게 필라테스를 한 후 앞으로는 조셉 필라테스를 존경하기로 마음먹었다.
/진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