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명 제치고 '세계 퀀트 챔피언' 등극한 UNIST 학생

강은정 기자 2025. 10. 21. 17:3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산업공학·경영학 복수전공 김민겸
국제 퀀트 챔피언십 세계 1위 차지

AI 데이터 기반 본인 투자 철학 융합
6개월간 32개 투자 전략 모델 개발
수익률·안정성 잡은 포트폴리오 완성
"AI 기반 투자 전략 스타트업 창업 목표"
UNIST 김민겸 학생.

'공포에 사서 환호에 팔아라.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지만 지키기 어려운 투자 격언이다. 그러나 숫자로 사고하고 감정을 배제한 퀀트(Quant) 투자자들은 이를 일상처럼 실천한다. 데이터를 분석해 시장을 해석하는 그들의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감'이 아니라 '검증'이다.

UNIST 산업공학과와 경영학을 복수 전공 중인 김민겸(25) 씨는 최근 미국 글로벌 자산운용사 월드퀀트(WorldQuant)가 주최한 '제5회 국제 퀀트 챔피언십(IQC)'에서 8만명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 대학생과 일반인이 참여하는 이 대회는 인공지능과 통계모델을 활용해 투자 전략을 설계·검증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퀀트 경진대회다.

김 씨는 6개월간 32개의 투자 전략을 제출해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그는 "단순히 수익률이 높은 모델이 아니라, 앞으로도 통할 수 있는 전략을 검증하는 게 핵심이었다"라며 "고금리·저금리 국면마다 다른 전략을 적용해 리스크를 분산시켰다"라고 말했다.

김민겸 씨는 수익률보다 '안정적인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전략에 집중했다. '높은 수익을 내더라도 변동성이 크면 좋은 전략이 아니다. 진짜 강한 모델은 안정성에서 온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다른 참가자들이 100개가 넘는 모델을 제시한 반면, 김 씨는 과적합(overfitting, 학습 데이터에 지나치게 맞춰져 새 데이터에서 성능이 떨어지는 현상) 위험을 피하기 위해 32개 모델만으로 강건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결과는 세계 1위였다.
UNIST 김민겸 학생(왼쪽 두 번째)이 제5회 국제 퀀트 챔피언십(IQC)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시상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UNIST 제공

이번 대회의 평가 기준은 수익률·리스크관리 등 정량 점수(50%)와 전략 논리 및 발표(50%)였다.

김 씨는 "너무 복잡한 모델은 과거 데이터에 맞춰지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라며 "단순하지만 금융적으로 설명 가능한 전략이 실전에서도 강하다는 걸 다시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고교 시절부터 수학적 모델링과 데이터 분석에 관심이 많았다. 스포츠 경기 기록을 분석하던 취미가 주식 투자로 이어졌고, 공학적 사고가 금융과 결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학기 초 우연히 퀀트 대회 설명회에 참석한 후 호기심을 갖게 됐고, 대회 도전에 이르렀다.
김 씨가 퀀트 대회를 준비하며 알고리즘을 완성한 후 찍은 사진. 김민겸 씨 제공

그는 UNIST에서 배운 것들이 퀀트 대회를 준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김 씨는 "UNIST에는 다른 과학기술원과 달리 경영학 공부를 할 수 있다. 경영학과 공학이 접목된 금융 AI, 알고리즘 트레이딩, 금융공학 등 수업이 다양해 융합적 사고를 키우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라며 "특히 대회 준비 과정에서 재무회계 과목을 듣고 있었는데, 투자전략의 기초를 단단히 다졌다"라고 말했다.

대회 준비 과정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했는지에 대해서는 "AI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조교 같은 존재였고 다양하게 활용했다. 하지만 그 결과를 바탕으로 어떤 알고리즘을 만들고 어떤 철학으로 전략을 세울지는 인간의 몫"이라며 "분석한 데이터를 나만의 투자 철학과 전략이 들어간 모델로 만들내는 것이 퀀트의 본질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수상으로 그는 월드퀀트 인턴십 자격을 얻었다. 앞으로는 AI(LLM)를 접목한 투자 전략 스타트업 창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퀀트 입문자들에게 데이터 기반 투자법을 알기 쉽게 소개하며 '투자 대중화'에도 나서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투자의 본질은 돈을 빨리 버는 게 아니라 목돈을 꾸준히 모아가는 과정입니다. 단기 급등주보다는 오랜 시간 우상향하는 종목, 스트레스 없이 꾸준히 모을 수 있는 투자를 하세요. 그게 결국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을 높이는 길입니다."

강은정 기자 kej@iusm.co.kr